[영봉] ‘지구온난화’가 아닌 ‘기후위기’
[영봉] ‘지구온난화’가 아닌 ‘기후위기’
  • 정유진 편집국장
  • 승인 2022.09.05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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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영국의 한 마케팅 회사가 해외 유명인사의 전용 비행기(이하 전용기) 사용 내역을 분석해 공개했다. 1위 테일러 스위프트는 전용기를 약 170회 띄워 탄소 8천293톤을 배출했다. 우리나라 4인 가족이 가정에서 한 달 동안 쓰는 평균 전력은 약 300kW로, 약 1.7톤의 탄소가 배출됨을 감안했을 때 한국인 1만 9천 명이 1년간 배출하는 탄소 양과 맞먹는 셈이다.

 또한 짧은 거리에도 무분별하게 전용기를 이용하는 해외 셀럽들의 이야기가 세간을 충격에 빠트렸다. 해외의 한 셀럽은 차로 40분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17분 동안 전용기를 띄워 논란이 됐다. 더불어 친환경의 가치를 외치는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통근 열차로 다섯 정거장 거리의 거리를 이동하기 위해 9분 동안 개인 전용기를 띄웠다. ‘환경 보호’의 메시지를 외치지만 정작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범이었던 셀럽들의 이중성에 대중들은 크게 실망했다.

 셀럽들의 행동에 비난이 가혹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은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비상이 걸렸다. 영국에서는 잉글랜드·웨일스 지역에서만 한 주 1,700명의 폭염 사망자가 나왔다. 이와 반대로 파키스탄은 이례적으로 긴 우기로 국토 3분의 1이 잠기면서 막대한 홍수 피해를 입었다. 그리고 미국 서부가 가뭄과 산불을 겪는 사이, 사막 지역에는 기습 폭우가 쏟아졌다.

 이러한 이상기후는 비단 지구 반대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10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수도권을 집어삼켰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남부지방은 33도 이상 폭염에 시달렸다. 우리나라에서도 한 나라 안에서 극단의 날씨가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극한 기후 현상’은 기후위기의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이다. 이윤희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존 패턴을 벗어난 국지성 강수 ▲장마 기간 변동 ▲폭염 일수 증가는 이상기후와 연관이 깊다”며 “온실가스 배출이 현 추세대로 이어지면 극한 기후의 강도와 빈도가 달라지고 계절 주기마저 영향을 받을 것”이라 경고했다.

 이러한 범지구적 위기 속에서 기업들은 자신들의 ‘그린워싱’행위를 ‘친환경’으로 포장해 소비자의 눈을 가리고 있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적인 것처럼 속여 물건을 판매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현재 많은 기업이 ‘가치 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를 겨냥해 ‘친환경’을 앞세워 제품을 판매한다.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어떤 선택이 기업을, 나아가 지구에 이로운 일인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현재 ‘지구온난화’를 넘어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기후위기’에 다다랐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산증인으로서 기후위기가 어떻게 현실화되고 있는지 목격하며 살아간다. 이상기후는 지구가 인간에게 전하는 마지막 ‘경고 메시지’다. 

 과거 ‘지구온난화’를 예방하고자 했던 행동들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야 한다. 미래의 후손을 위해서가 아닌 당장의 ‘내일’을 위해서라도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 ‘지구는 함께 사용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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