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가상의 경계선, 가상 인간
현실과 가상의 경계선, 가상 인간
  • 김혜경 준기자, 박미현 준기자
  • 승인 2022.09.0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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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국 최초의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 무신사 광고 모델 유아인을 본뜬 ‘무아인’ 등 가상 인간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매체 속으로 침투해 현대인의 삶과 아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사람들은 왜 가상 인간에 주목하기 시작한 걸까? 선풍적인 인기의 주인공, 가상 인간에 대해 알아보자.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가상 인간?

가상 인간 무아인(무신사+유아인)의 모습
가상 인간 무아인(무신사+유아인)의 모습

 

 ‘가상 인간’이란 컴퓨터 그래픽과 인공지능(AI) 기술로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을 말한다. 에스파의 <girls> 뮤직비디오에 출현한 ‘나비스(naevis)’, ‘무아인(무신사+유아인)’ 등 우리 주변에 새롭게 등장한 가상 인간에 대해 알아보자.

 가상 인간, 네 정체가 뭐야?=가상 인간은 1998년에 제작된 아담, 하츠네 미쿠 등과 같은 만화 캐릭터의 등장으로 시작됐다. 이후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안면인식기술과 합성기술 등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으로 가상 인간의 모습은 한층 정교해졌다. 또한 최근 코로나19로 화상 회의 등 사람들이 가상 공간을 접하는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격리된 생활로 인한 외로움을 가상 인간이 채우기 시작했다. 실제로 국내 첫 가상 인간 ‘로지’는 광고 및 마케팅 모델로, 현재 약 14만 1,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더불어 의류 브랜드 ‘무신사’는 가상 인간 ‘무아인’을 선보이는 등 매체에 가상 인간을 등장시켜 가상과 현실의 거리를 좁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상조 서울대 교수(법학과)는 “가상 인간은 젊은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외모, 목소리를 반영해 특히 MZ세대에게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가상 인간, 이제는 더 밀접하게=최근 많은 기업에서 가상 인간을 홍보 및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가상 인간은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없고 *멀티 페르소나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로지는 AI 인플루언서로서 신한라이프 광고 모델, 음반 활동 수익금 기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더불어 무신사에서도 브랜드 공식 홍보 모델 ‘유아인’을 본떠 가상 인간 ‘무아인’을 선보였다. 무신사는 이를 활용한 버츄얼 쇼룸, 무신사X무아인 캠페인 광고 등 다양한 매체 마케팅을 진행했다. 무신사는 무아인 광고 방영 이후 방문 수가 270% 증가했다. 서은희 무신사 마케팅 본부장은 “가상 인간 모델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패션 카테고리에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좋다”고 말했다.
 한편 가상 인간은 도시 홍보에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포항시는 지역홍보용 가상 인간 ‘아일라’를 개발하고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선보였다. 이는 최초의 가상 인간 활용 지자체 홍보 콘텐츠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박재관 포항시 홍보담당관은 “색다른 지역 홍보를 위해 가상 인간을 개발하게 됐다”며 “추후 ‘아일라’를 포항시 홍보대사로도 위촉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상 인간의 지향점=지난 2021년, 블룸버그 통신은 2조 4,000억 원의 전 세계 가상 인간 시장 규모를 2025년에는 6배 이상 성장한 14조 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증가하는 시장 규모만큼 ▲가상 인간을 이용한 음란물 범죄 ▲초상권 침해 ▲외모지상주의 등 사회적인 문제 발생에 대한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유원준 교수(미학미술사학과)는 “제도적으로 가상 인간의 허용 가능한 범위를 정확히 명시해야 한다”며 “획일화된 외모 등 고정관념을 타파하려는 개인적인 인식 개선 노력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멀티 페르소나: ‘다중적 자아’라는 뜻으로,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 말.

가상으로 만나는 '또 다른 나'

상) 기자의 모습
상) 기자의 모습
하) '클론 스튜디오'를 활용해 제작한 가상 인간
하) '클론 스튜디오'를 활용해 제작한 가상 인간

 

 지난 6월,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클레온’은 가상 인간 제작이 가능한 웹사이트 ‘클론 스튜디오’를 출시했다. 클론 스튜디오는 각자 다른 연령층과 성별, 체형을 가진 8개의 가상모델 샘플을 선택해 자신의 증명사진과 합성하는 프로그램이다. ‘클론 스튜디오’에서는 사진 1장과 10문장 이내의 음성으로 자신만의 디지털 휴먼을 제작할 수 있다.
 기자의 증명사진을 활용해 클론 스튜디오를 체험해봤다. 이목구비가 정확하게 나온 사진과 방해물은 피해야 한다는 주의사항을 숙지했다. 합성 후 1분 만에 자신의 가상 인간 ‘마이 클론’이 형성됐다. 한국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등의 다국어 대사를 생성할 수 있었다. 또한 ▲인사 ▲끄덕끄덕 ▲양손 펼치기 등 7가지의 몸짓을 상황에 따라 선택해 영상을 제작할 수 있었다. 음성의 나이대와 음의 높낮이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한편 마이 클론을 한번 제작하면 수정 및 삭제가 불가하다. 또한 눈, 코, 입술 모양 등 기본 모델과 다른 모습으로 변화가 됐지만, 기자의 본모습을 정교하게 재연하진 못했다. 높은 완성도를 기대하기보다 나만의 가상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둔다면 꽤 흥미로운 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클론 스튜디오에 회원가입만 하면 가상 인간 만들기 무료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무료 체험 기간에는 총 3개의 가상 인간을 무료로 제작할 수 있다. 가상 인간에 관심이 있다면 클론 스튜디오에 방문해 나만의 가상 인간을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가상인간의 창조주를 만나다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

 

 주로 광고에서만 등장했던 가상 인간이 TV 생방송까지 진출하게 됐다. 그 방송의 주인공인 가상 인간 걸그룹 ‘이터니티’의 창조주, 박지은 펄스나인 대표를 만나봤다.

 세계 최초 가상 K-POP 걸그룹 이터니티를 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터니티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이터니티는 *딥리얼 AI와 *딥리얼 LIVE를 이용해 제작한 가상 인물 중 일명 ‘심쿵 챌린지’라는 이상형 월드컵을 통해서 선정된 11명의 가상 아이돌이에요.

 세계 최초 가상 K-POP 걸그룹 이터니티를 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창기 펄스나인은 주로 예술작품 위주의 이미지를 생성했어요. 그러다 실제 사람과 흡사한 얼굴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탄생했죠. 이때 가상 K-POP 스타를 만들자는 내부 아이디어가 나왔고, 이를 실현하기로 결정하면서 가상 아이돌 산업에 뛰어들게 됐어요.

 지난해 3월, ‘I’m real’이라는 곡과 함께 이터니티가 데뷔했습니다.
1집 ‘I’m real’ 뮤직비디오는 이터니티의 첫 앨범이자 펄스나인의 첫 작업이기도 했어요. ‘I’m real’ 뮤직비디오 시작 부분과 끝 부분의 작업 완성도가 확연히 달라 뮤직비디오 완성 후 재작업 여부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고민 끝에 발전하는 기술력을 보여 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해, 결국 재작업 없이 뮤직비디오를 선보였죠. 처음에는 많은 혹평을 받았지만, 점점 기술력을 개선해 결국 혹평을 호평으로 바꾸는데 성공했어요.

 지난 4월 29일 가상 아이돌 이터니티의 3번째 싱글, ‘파라다이스’가 공개됐습니다. 가상 아이돌로서 이터니티가 신곡을 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이터니티 또한 일반 아이돌과 같은 데뷔 과정을 거쳤어요. 3번째 싱글 앨범을 발매할 때는 K-POP 보컬 분석 앱 ‘튠젬’을 이용해 보컬 오디션을 진행했어요. 해당 오디션에서 2등으로 선정된 베트남의 K-POP 팬 DUONG NGOC CHI가 보컬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죠. 재능과 끼가 있다면 가상 인간을 통해 누구나 아이돌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현실화한 거예요.

 지난달 1일, 이터니티의 멤버 ‘제인’이 TV 생방송에 최초로 등장했습니다. 생방송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난 7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아리랑 라디오 ‘Super K-pop’에 제인이 출연했어요. 이후 가상 인간이 실시간 라디오에 출연한 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죠. 이에 제인을 인상 깊게 본 YTN ‘뉴스라이더’ 기자가 출연을 제안하면서 TV 생방송까지 나오게 됐어요.

 이터니티를 제작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난해 말, 이터니티의 팬덤 ‘이터널’이 탄생한 순간이 행복했어요. 이터니티를 가상 인간으로만 보지 않고 K-POP 스타로 봐주시는 것 같아 좋았거든요. 아직은 작은 규모의 팬클럽이지만 팬아트, 팬픽을 주고받으며 *디스코드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인해 대규모 자본 투자가 가능한 영화나 공연에서만 가상 인간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최근 기술의 발달로 가상 인간의 범위가 넓어졌죠. 이에 시간이 흐르면 가상 인간에 대한 콘텐츠들의 경쟁 시대가 열릴 것이라 생각해요. 그에 맞춰 저희도 가상 인간이 새로운 콘텐츠 장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딥리얼 AI: 원하는 데이터를 넣으면 가상 인물을 제작해 주는 자동화 서비스
*딥리얼 LIVE: 가상 인간의 얼굴을 실제 인물과 합성해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서비스
*디스코드:
음성 채팅 화상통화를 지원하는 인스턴트 메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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