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내 안 애(愛), 영대신문
[영봉] 내 안 애(愛), 영대신문
  • 정유진 기자
  • 승인 2022.05.23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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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론면 한편에 마련된 영봉 난(欄)을 볼 때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작은 한 칸이 주는 부담감은 매우 크다. 그래서 발행은 다른 의미로 곤욕이다. 매력적인 주제와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지만, 마감 지옥 속에서 이런 고민은 사치다. 당장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주제를 선정하기 위해 최근 보고 듣고 생각했던 것들을 떠올려본다. 결국 떠오르는 생각은 영대신문뿐이다.

 필자의 일 년, 열두 달, 365일은 모두 영대신문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모든 일정은 연초에 제작한 영대신문 연간발행계획서에 적힌 발행 일정대로 흘러간다. 그러던 사이 어느새 지인들에게 ‘늘 바쁜 사람’,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 돼 버렸다. 영대신문과 불가분의 관계가 돼 버린 필자에게 지인들은 영대신문을 왜 하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도 모르겠다. 3년 차라면 거창한 이유까진 아니어도 작은 이유 정도는 있어야겠지만 되돌아보니 그럴 이유를 찾을 여유도 없이 3년이 지나갔다. 처음엔 호기심에, 그다음엔 습관이 됐고, 이제는 영대신문 그 자체가 됐다.

 신문을 만드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영대신문의 마감은 동기들과 집에 돌아가며 “이번 마감은 정말 역대급이었다”는 말을 해야 비로소 끝이 난다. 벌써 16번의 신문 발행에 참여했지만 매번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터진다. 힘듦은 무뎌지지 않는다. 매번 새로운 고통을 감내해야 하고 버텨내야 한다. 기자들은 영대신문을 통해 ‘버티는 법’을 배운다.

 그럼에도 영대신문을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어떠한 애틋함 때문이다. 그만두면 편하다. 더 이상 소재를 찾지 않아도 되고, 마감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그만두는 것은 선택지에 없다. 싫다하면서도 머릿속엔 늘 영대신문에 대한 생각뿐이다. 양질의 기사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길을 걸을 때, 사람을 만날 때마다 그 안에서 소재거리를 찾는 나를 보면 가끔은 황당하다.

 배우 이정은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 <기생충> 출연 전의 삶을 복기하며 “청년기에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흥분된다. 그 덕분에 어려운 시절을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내게 영대신문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당장 지금은 힘들지라도 어떤 일에 몰두하고 흠뻑 빠지고 깊게 생각했던 그 시간들은 소중하다. 이 시간은 추억이 되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이 될 것이다.

 대학생들이 온전히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통해 삶의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큰 보상이 없는 일이라도 단지 ‘좋아하니까’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는 많지 않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진득하게 고민하고 도전하길 바라며 난(欄)을 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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