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의 15년째, 또다시 화두에 오른 차별금지법
발의 15년째, 또다시 화두에 오른 차별금지법
  • 장효주 기자
  • 승인 2022.05.2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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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시도가 지속해서 이뤄져 왔다. 또한 최근 차별금지법의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차별금지법의 의미와 발의과정을 알아보고 관련한 여러 입장을 다루고자 한다.

차별금지법이 말하는 ‘차별’은

 차별금지법안은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해 차별구제수단을 도입하고 사회적 약자를 구제하기 위해 제안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은 지난 2007년 입법 예고 후 반대에 부딪혀 지금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차별금지법, 어떤 과정을 거쳐왔나=차별금지법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 장애 성적지향성 출신국가 등으로 차별받지 않을 것을 규정한 법률이다. 이는 2007년에 입법 예고 후 여러 차례 입법 시도됐으나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제정되지 않고 있다. 최근 21대 국회에서도 평등에 관한 법률안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 차별금지법안 등 4개의 평등법 및 차별금지법이 발의된 상태다. 차별금지법은 시민들의 강력한 제정 요구와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단식농성 등과 함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됐다. 이에 지난달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가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공청회 계획서를 채택해 차별금지법 제정이 또다시 이슈화 되고 있다.

 법안에서의 ‘차별’ 개념 모호해=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 중 일부는 법안에서 언급된 차별의 개념이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동성애·동성혼 반대 국민연합(이하 동반연)은 “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의 범위가 매우 포괄적이어서 법안에서 규정된 ‘차별’의 개념이 모호하다”고 전했다.

 한편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 않은 현재에는 이와 같은 비판이 정당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부)는 “‘차별’의 개념은 법을 통해 확정되기도 하지만 법 제정 이후 여러 결정이나 판례가 쌓여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라 밝혔다.

 개별법이냐 포괄법이냐=일각에서는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하나의 법으로 담는 데는 한계가 있어 이를 개별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반연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 차별금지사유가 두 가지 이상인 ‘복합차별’이 인정돼 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전했다.

 반대로 ‘약자성’은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차별금지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법이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차별 사유를 개별적으로 선택해 구제받는 것이 아닌 차별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에 집중해 포괄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차별금지법 제정, 검토만 거듭하는 이유는=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가 차별금지 또는 평등과 관련한 포괄 입법을 완료한 상태다. UN에서는 우리나라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지난 2020년 6월에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의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에 10만 명 이상이 동의해 법사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현재 법사위에서 처음으로 차별금지법 공청회 계획서를 채택했지만, 공청회의 개최 일시 등 세부 사항은 ‘여야 간 합의’를 이유로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의지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홍성수 교수는 “정치권에서 법안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제정이 늦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한 육주원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차별금지법안과 같이 우리의 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법률이 제정되기 위해서는 정치인들을 조금 더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차별금지법, 엇갈리는 입장
 

 차별금지법의 조항을 두고 상반되는 의견이 오고 간다. 그중에서도 의견이 확고하게 갈리는 조항이나 요소들을 추려 전문가들의 목소리로 들어봤다.

 표현의 자유 침해하나=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의 주된 이유로 ‘표현의 자유 침해’를 꼽는 이들도 있다. 차별금지법에서 규정하는 차별이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에 표현·종교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표현의 자유가 타인의 권리를 지키는 선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장혜영 의원은 “표현·종교의 자유는 차별금지법과 상호보완적이지만,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장돼야 한다”고 전했다.

 성폭력 현상 강화 혹은 약화=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고 성폭력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소윤정 아신대 교수(글로벌미션신학부)는 “해당 법안이 제정되면 성별선택행위 제한이 철폐된다”며 “이를 악용할 경우 여성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즉각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아도 평등을 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홍성수 교수는 “성차별·성폭력 법령이 완비되지 않은 영역의 구제도 활성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육주원 교수는 “법안 제정으로 차별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수준이 높아지면 성폭력 감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학력’ 차별은 차별금지법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나=일각에서는 차별금지법에 ‘학력’ 요인이 포함돼 오히려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을 따지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소윤정 교수는 “채용에서 학력 기재를 금한다면 구직자는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발생하며 구인자는 인재 선발의 자유를 침해당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안에 학력이 포함돼도 합리적 차별은 금지하지 않아서 공정성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도 있다. 홍성수 교수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돼도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학력을 채용에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한편 지난해 7월, 교육부는 차별금지법의 차별 요인 중 학력을 삭제하자는 입장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학력을 차별하는 것은 금지돼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에 대해 장혜영 의원은 “교육부에서도 불평등과 학력의 상관관계를 인정하고 있어 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법안 제정 이후의 이야기=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이들 모두 법안이 제정된다면 사회와 개인의 삶의 양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어떤 결과를 만들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이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이들은 국민의 자유가 침해되고 법질서와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어지럽혀질 것이라 강조했다. 소윤정 교수는 “동성애와 성전환에 대한 전체주의를 초래하고 표현의 자유를 막게 될 것”이라 전했다.

 반면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법안 제정 이후의 변화가 긍정적인 변화라고 주장한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개혁적인 입법이나 정책 변화가 있을 때면 늘 ‘세상이 망한다’는 식의 강력한 반대가 있어왔지만 세상은 오히려 발전해왔다”고 전했다.

차별 없는 가게, 사회적기업 들다방을 만나다

 ‘차별 없는 가게’는 사회적 소수자가 지역 사회에서 동등한 개인으로 받아들여질 것을 가까운 가게로부터 약속받아 지도에 표시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회적 기업 들다방을 만나 이들의 활동 내용과 차별 없는 가게 프로젝트에 함께하게 된 이유,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들어봤다.

 사회적기업 들다방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회적기업 들다방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는 일터로, 급식과 카페 사업을 하고 있어요.

 들다방의 공간에서는 사회적 소수자들이 노동의 권리를 실현한다고 알고 있어요.
 들다방의 카페와 식당에는 장애인, 비장애인, 사회적 소수자와 그렇지 않은 분들이 모두 어울려 일하고 있어요. 직원을 모집할 때는 노년층 재취업 여성 경력 단절 여성 중증 발달 장애 분들을 우선해서 채용하죠. 카페 직원은 중증 발달 장애가 있는 분을 우선으로 고용하며 주방 직원은 경력 단절 여성이나 노년층 여성을 우선 모집했어요. 중증 장애 근로지원인 서비스의 일환으로 장애인고용공단에서 파견된 비장애인 근로 지원인들이 이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들다방의 식당에서는 평일 점심과 저녁을 노들 야학 학생에게 무상급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노들 장애인 야학 학생들은 막 시설을 벗어나 자립을 시작한 경우가 많아요. 이에 시설 생활로 사회 활동을 하지 못해 경제적 수입이 없는 분들이 많죠. 시설상 휠체어가 진입할 수 있는 식당이 거의 존재하지 않고 장애인을 등한시하는 사회 인식 때문에 이들을 환대하지 않는 가게도 많아요. 이 때문에 노들 장애인 야학 학생들이 문턱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무상급식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외에도 카페나 식당 내에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해 힘쓴 것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소수자분들이 마음 놓고 찾아올 수 있는 가게가 되도록 노력하다 보면 부족한 점이 매일 발견돼요. 채식주의자와 동물 권리를 위해 행동하는 활동가분들이 들다방의 식당을 방문하시는 것을 보고 비건 메뉴를 갖추게 됐어요. 매장 내부에 휠체어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해 테이블 배치나 높이에도 신경 쓰고 있죠.

 차별 없는 가게 프로젝트와 함께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차별 없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 늘 노력하고 있지만,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차별 없는 가게가 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물리적인 요소나 정신적인 태도 등을 다른 가게에서 찾아보기 위해 함께하게 됐죠. 차별 없는 가게를 운영하면서 외롭고 고립된 느낌도 들었는데,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가게와 서로 연대하며 함께 정보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며 보람됐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노들 야학 장애인 학생들이 걱정 없이 식사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것과 소수자분들이 마음 놓고 올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보람돼요. 여러 여건으로 차별받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왕래하는 가게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일상적이지만 보람 있는 일이에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들다방이 잘 운영돼 더 많은 소수자를 고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들다방의 활동이 많이 알려져 사회적기업이 더 늘어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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