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니스트] 무상(無常)
[나도 칼럼니스트] 무상(無常)
  • 홍채진(역사2)
  • 승인 2022.05.23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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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나니”, 지금 이 순간의 행복함에 흠뻑 취해버린 순간, 문득 다가올 미래에 불안함을 느낀다. 이 행복이 끝나는 순간, 나는 얼마나 불행함을 느낄지, 그 이전의 무언가를 후회하진 않을지, 이만큼의 행복함이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하며 깊게 들어가다 종종 현재의 행복함 마저 잊어버리곤 한다. 뫼비우스 띠처럼 돌고 도는 생각 속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깊게 한탄을 내쉬며 말한다. ‘아,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흘러가는 시간조차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과거에 머무르고 있다면 후회를,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면 두려움을 느끼기에 현재에 충실해져야 한다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 말처럼 현재에만 집중을 하기엔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이 존재한다. 과거가 모이고 모여 현재가 만들어졌다는 것과 분명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이지만 그곳에서 내가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과거는 과거로, 미래는 미래로 남겨둔 채 현재에 집중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는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지 못한 채 무언가에 무섭게 쫓겨 다니고 있다. 모든 순간에 빛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한 번에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아보고자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숨이 막혀 헉헉거리는 순간 제자리에 멈춰 섰다. 나를 찾아온 무상감과 압박감, 그리고 나를 주저앉게 만들어 버리는 번 아웃에 눈물이 차올랐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지, 나는 어떤 존재며 내 곁에 남아있는 사람은 누군지 등 수많은 물음 속에 야위어만 갔다. 나는 현재를 살아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몰랐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고 기꺼이 현재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제는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야겠다. 더 이상 나를 갉아먹지 않기로 결심한다. 과거, 현재, 미래를 함께 살아갈 나를 위해 순간을 즐겨야겠다. 영원함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의 몸으로. 나를 아껴주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공기가 참으로 맑다. 하늘이 이렇게나 푸르다니, ‘아! 나는 살아있구나.’

 해가 지고, 달이 뜹니다. 볕이 든 자리엔 그늘이 드리워집니다.
 모두가 쉬-이 잠에 들고, 나지막한 숨소리만을 내뱉는 순간
 고요함이 느껴지고, 적막감이 온몸을 사로잡는 순간
 비로소 나는 깨어납니다. 아니, 나는 언제나 깨어있습니다.
 영원한 햇볕은 없는 법 그렇지만 영원한 어두움도 없는 법이죠
 순간이 지나감을 느끼는 순간 찰나가 존재했음을 느끼게 되는 순간
 태어나지 않는 것은 없나니 또한 소멸하지 않는 것은 없나니
 그저 살아갑니다.
 거닐다, 향유하다.
 비로소 나는, 자유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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