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사진, 당시의 사연] 편의점표 웃음
[당신의 사진, 당시의 사연] 편의점표 웃음
  • 최윤희(로봇공1)
  • 승인 2022.04.04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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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시 원서 6장을 쓰고 결과를 안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진학사에서는 나의 개인정보를 삭제하겠다는 메일을 보내 왔다. 그리고 나는 벌써 26일째 기숙사에 살며 대면 수업을 해내고 있다.

나는 특히 4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지역에서 온 터라, 심적인 부분에서 내가 많이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하루하루 느끼고 있었다. 대학에서의 적응은 아직 먼 이야기인 것 같고, 그저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보자며 다짐한 지도 꽤 되었다.

 사진을 찍은 날은 저렇게 비틀비틀 지내며 일주일 하고도 하루가 지나던 날이었다. 특히나 힘들었던 날, 포만감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먹고 싶었다. 그래서 기숙사 편의점으로 얼른 들어가 ‘사과 맛 요구르트’를 구매했다. 그러고선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처럼 기숙사로 향했다.

 바로 책상에 앉아 왼쪽 귀에 무선 이어폰을 끼우고선 카더가든의 ‘젊은 꿈’을 재생했다. 빨간색 클립이 꽂혀 있는 다이어리도 펼쳤다. 사과 맛 요구르트를 마시기 일보 직전의 풍경이었다.

 사과 맛 요구르트를 마시기 위해 입구를 뜯었는데, 사과 맛 요구르트가 나를 보고 ‘피식’ 웃고 있었다.

 개그맨 이윤석이 쓴 책 ‘웃음의 과학’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웃음은 전염된다.” 맞다. 순간 나는 저 사과 맛 요구르트의 기분 좋은 웃음에 전염되었다. 마치 사과 맛 요구르트 디자인의 순기능을 체험한 듯했다.

 한 번 ‘피식’ 웃고 나니,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린 무엇에 골치 아파하는가? 그리고 우린 무엇에 슬퍼하고 절망하는가? 가끔 혹은 자주 우울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럴 땐 그냥 ‘피식’ 웃어보자! 친구의 옷에 묻은 밥풀을 보고 놀려봐도 좋고, “바보 같은 하루!” 하며 외쳐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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