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당신은 주체적으로 사고하는가
[명암] 당신은 주체적으로 사고하는가
  • 박수연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22.04.04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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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한 인터넷 방송인은 방송에서 보인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로 의심되는 행동이라는 이유로 극심한 비난을 받았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에브리타임을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 인터넷 뉴스의 댓글 창을 보면, 합리적인 비판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비판을 넘어 비난과 모욕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있다. 후자에 속하는 이들은 대개 젠더 갈등, 정치, 연예 따위의 담론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무엇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때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어떻게? 왜? 라는 한두 가지 되물음에 스스로 답할 수 없다면 나만의 주장에 불과하다. 의견을 제시할 때도 그러한데, 남을 비판함에 있어서는 더 엄격한 자기 검증이 필요하다. 

 검증의 과정 없이 세워진 잣대와 대량 생산된 담론은 집단을 형성하고, 해당 집단의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 기준은 그들만의 집단을 넘어 공동체의 이데올로기를 향하기에 문제가 발생한다. 즉 집단을 넘어 사회를 자신이 속한 집단의 사상으로 물들이고자 하기에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들이 종종 발견되는 것이다.다. ‘내가 절대적으로 옳고, 너는 틀려’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형성된 집단의 잣대는 양 성별 간 또는 연예인 등 유명인에게 쉽게 향해진다. 지난해 7월 도쿄올림픽 당시 안산 양궁 국가대표 선수가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과 온라인 린치의 대상이 된 것처럼 말이다.

 마녀사냥식 심판을 즐기는 이들에게 진실이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신이 속한 집단에 의해 형성된 기준을 정답이라 두고, 이에 어긋난 타인을 정죄하며 심판하고자 한다. 결국 그들이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현실의 위치와는 상관없이 남을 심판할 수 있는 데서 오는 만족감일 수도, 자신의 사고를 집단에 온전히 위탁함으로써 얻는 편리함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 사고하며 객관적인 사실을 쫓는 사람들은 거대 담론에 깊게 매몰돼 흑백논리에 천착하지도 않고, 남을 쉽게 심판하려 들지도 않는다. 객관적 판단을 통해 자신이 속해있는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겸손함과 여유를 지니기 때문이다. 분노한 이들이 액정 너머로 타인을 심판하기 위해 힘을 낭비하고 있을 때, 주체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발전과 현실의 타인들을 위해 힘쓰고 있다.

 당신은 주체적으로 사고하며, 자신의 발전에 힘쓰며 현실의 삶을 살아가는가. 그와 반대로 거대 담론에 지나치게 매몰되고 확증편향 돼 있지는 않은가. 익명성에 휩쓸려 쉽게 남을 비난하지는 않는가. 스스로를 경계하고 되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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