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법은 어디에
비임금 노동자들을 위한 법은 어디에
  • 장효주 기자
  • 승인 2022.04.04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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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프리랜서 등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가 7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지난달 2일, 전국택배노동조합이 과로사 방지를 위해 CJ대한통운과 대화를 요구하며 돌입한 파업이 64일 만에 종료됐다. 한편 일각에서는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임금 노동자가 늘고 있는 만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충돌이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가하는 비임금 노동자, 관련 법은 여전히 부재=‘비임금 노동자’란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프리랜서 등 특정 사업장이나 플랫폼을 통해 일하며 법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를 일컫는다. 코로나19에 따른 취업 시장 불황과 업무의 비대면화 확산, 직업관의 변화 등으로 비임금 노동자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20년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임금 노동자는 704만 3,964명으로 2019년 대비 35만 5,521명 증가했다. 이처럼 비임금 노동자의 수는 갈수록 늘어가지만, 다수의 비임금 노동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노동환경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 청년유니온은 전국의 198개 미용실 스태프의 근로 조건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최저임금 위반율은 100%였으며, 평균 시급은 2,971원으로 당시 최저임금인 4,580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었다. 10년 후에도 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청년유니온에서 발표한 패션스타일리스트 어시스턴스 현황에 따르면 최저임금 위반율은 94%였으며, 미용실 스태프 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6,287원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 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하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비임금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보호나 혜택을 받지 못한다. 이들은 근로계약이 아닌 도급, 위임, 위탁계약 등의 형식으로 *노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법적으로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비임금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법은 아직 부재하다. 전인 교수(경영학과)는 “소비자의 만족 이면에 존재하는 비임금 노동의 권리 부재는 심각한 문제들을 낳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더유니온을 만나다=비임금 노동자 중 물품배달 업종 종사자는 지난 2020년 19만 6,753명으로, 전년 대비 10만 명이나 늘었다. 이는 비임금 노동자 중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배달 라이더의 권익 보호를 위한 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아 부당해고 금지, 최저임금 제정 등 노동자에게 주어지는 최소한의 일자리와 수익의 안정성을 보호받지 못하는 입장임을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라이더는 법적으로 근로자성을 보장받지 못해 배달료의 상시적인 변동, 회사의 자의적인 계약 만료 통보 등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이는 노동자로 적용할 때 최저임금 미달과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배달료 책정 등 업무·보수에서 회사가 모든 권리를 갖고 있고 이를 노동자에게 설명하지 않아 노동자가 부당대우인지 판단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배달 라이더를 포함한 실질적 노동자들이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아야 함을 강조했다.
 

플랫폼종사자법, 그 취지와 한계점을 알아보다

 국제 노동기구의 ‘2020년 전 세계 플랫폼 노동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웹)기반 플랫폼 노동은 3배 이상 증가했다. 더불어 플랫폼종사자가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노무를 제공한다는 비율도 21.6%로 나타났다. 5명 중 1명은 계약서 없이 일하는 셈이다.

 뜨고 있는 근로 형태, 플랫폼종사자=플랫폼 노동은 디지털 경제 시대의 도래와 함께 출현한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다. 배달 노동자, 웹툰 노동자 등 플랫폼을 통해 일하는 플랫폼 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1년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종사자는 취업자(15~69세)의 8.5%인 약 220만 명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협의의 종사자는 66만 명으로 1년 전보다 3배나 증가했다.

 무엇이 이들을 보호하나=우리나라는 노동법이나 사회보험법 등에서 플랫폼 노동에 관한 법적 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플랫폼종사자가 사업주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스스로를 보호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2021년 플랫폼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에서 종사자 66만 명을 조사했을 때 이들은 플랫폼과의 계약 형태, 플랫폼의 업무 규정 등에 따라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플랫폼과 어떤 계약도 체결하지 않았다는 비율은 28.5%, 계약을 체결한 때도 계약 내용 변경 시 ‘플랫폼이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한다’는 응답은 47.2%에 달했다. 또한 플랫폼 기업이 정한 업무 규정이나 규칙이 없다는 응답은 59%이며, 규정이 있는 경우 일시적 앱 차단 또는 일감 배정 제한(83%), 계약 해지(59%) 등의 불이익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종사자들을 위한 법 발의돼=일각에서는 플랫폼 노동자가 법적으로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도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플랫폼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플랫폼종사자법)’을 입법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플랫폼종사자법은 플랫폼 사업자와 노동자의 계약 체결에 관한 원칙 보수 결정 차별적 처우 금지 등을 담고 있다.

 한편 ILO, EU, OECD는 플랫폼종사자에게 노동관계법에 따른 보호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근본적 변화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수 있어 플랫폼종사자법을 통해 시급히 보완이 필요한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자 함을 밝혔다.

플랫폼종사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서는=플랫폼종사자법이 오히려 플랫폼 노동자들을 노동법 밖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에 따르면 플랫폼종사자법이 노동자와 프리랜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혼란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 노동으로 묶이는 직종들은 직종별로 업무와 계약이 상이하다”며 “이를 구분하지 않고 ‘플랫폼종사자’라는 새로운 지위를 만들어 분류하면 피해를 보는 업종이 생길 여지가 크다”고 전했다.

 이처럼 플랫폼 노동 이슈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이유는 플랫폼종사자의 고용형태나 노무제공방식이 다양해 일률적으로 법 제도에 편입시킬 수 없는 현실 때문이다. 전인 교수는 “플랫폼종사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법 제도 수립을 통한 방법이 가장 강력할 수 있으나, 파생되는 여파도 그만큼 크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플랫폼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전인 교수는 “노사 간의 시장의 규칙을 설정하는 데 있어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노무: 노동에 관련된 사무
 *협의의 종사자: 플랫폼이 대가나 보수를 중개하고, 중개되는 일이 특정인이 아닌 다수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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