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다가올 캠퍼스의 봄을 기다리며
[영봉] 다가올 캠퍼스의 봄을 기다리며
  • 정유진 편집국장
  • 승인 2022.03.07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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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영대신문 편집국 기자들 모두가 대학 생활을 온전히 못해본 학번들이다. 필자 또한 ‘코로나 학번’이라 불리는 20학번으로서 대학 생활은 현실보단 판타지에 가깝다. 이번 1670호의 고정란 ‘천마인의 목소리’에서 한 학생은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며 꿈꾸던 대학 시절의 낭만은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픽션’으로 남았다고 했다. 자칫 ‘픽션’으로 남을 뻔했던 대학 생활은 이번 학기 대면수업이 진행되면서 ‘현실’이 됐다.

 필자에겐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학교보단 텅 빈 학교가 익숙하다. 2020년 처음 밟아본 학교의 모습은 정적이고 고요했다. 넓은 학교로 정평이 난 우리 대학교는 텅 비었고 을씨년스러움 마저 감돌았다. 때문에 정문에서 학생지원센터로 향하는 길은 유난히 멀게만 느껴졌다. 어쩌다 사람을 마주칠 때면 괜히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필자는 코로나 펜데믹 속에서도 영대신문 활동을 시작한 이후 매일 학교에 출근 도장을 찍었다. 기자 활동을 명목으로 대학 생활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다는 건 영대신문 기자로서 누리는 특권이었다. 영대신문 동기들은 20학번 중 나름 학교생활을 많이 해본 축에 속한다고 자부한다.

 코로나19로 전면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던 시기에도 취재를 위해 텅 빈 학교를 뛰어다녔다. 수습기자 시절 처음 작은 고정란을 맡아 교수님을 취재하던 일이 생각난다. 학교 홈페이지의 캠퍼스 맵을 보고 생명과학관을 찾아가던 30분은 영대신문 활동을 통틀어 가장 설렜던 순간이다. 그때의 설렘은 편집국장이 된 지금까지도 영대신문 활동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설렘보단 익숙함이 커진 영대신문 3년 차의 지금, 필자는 가끔 열정 가득했던 그때의 필자가 그립다. 취재원의 취재 거부, 계속된 밤샘 작업, 반복되는 일상에 그때의 설렘을 종종 잊어버린다. 그럼에도 취재원을 만나러 가는 길엔 여전히 그 설렘과 비슷한 어떤 감정을 느낀다.

 20살의 영대신문 수습기자는 벌써 22살의 영대신문 편집국장이 됐다. 며칠 전 기사 퇴고를 보던 중 문득 습관처럼 글을 고치고 있는 필자가 낯설게 느껴졌다. 기사 작성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2년간의 영대신문 활동이 양분이 됨은 확실했다. 이러한 사실들은 오늘도 영대신문에 출근하는 이유가 된다.

 어느 곳보다 정적이었던 우리 대학교는 2022년 3월, 어느 곳보다 동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천마로엔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하는 학생들로 북적이고, 정문 횡단보도에선 신호가 바뀌면 밀물과 썰물처럼 이동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일각에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신규 확진자 20만 명을 웃도는 상황에서 대면 수업 강행은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있지만, 우리 대학교는 나름의 활기를 되찾은 듯하다.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캠퍼스의 봄을 기다리는 지금, 조금 늦게 시작된 우리들의 대학생활은 무엇보다 아름답고 찬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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