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즐겁고, 운동이 재밌는 ‘헬시플레저’
입이 즐겁고, 운동이 재밌는 ‘헬시플레저’
  • 류현우 준기자
  • 승인 2022.03.0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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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어트하기’, 살면서 다들 한 번씩 해본 다짐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요소가 너무 많다. 휴대폰 터치 몇 번이면 집으로 찾아오는 배달 음식, 친구들과의 술자리 등은 이상을 향한 우리의 이성을 뒤흔들며 결국 식욕에 굴복하게 만든다. 식욕과 이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당신에게 소개해줄 트렌드가 있다. 그것은 즐거운 식사, 재밌는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플레저’이다.

꿩 먹고 알 먹고, 재미 잡고 건강 잡고

 

 헬시플레저는 ‘건강관리’를 뜻하는 ’healthy’와 ‘즐거워진다’를 뜻하는 영어 ‘pleasure’의 합성어로, 입과 몸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했던 기존 건강관리의 상식을 깬 새로운 트렌드다. 간절한 다이어터들의 꿈을 현실로 바꿔줄 헬시플레저란 대체 무엇일까?

 두유노 헬시플레저?=헬시플레저는 ▲SNS 인증과 재미를 중요시하는 MZ세대의 등장 ▲1인 가구 증가 ▲코로나19 펜데믹 등으로 건강과 보건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며 급부상한 새로운 트렌드다. 특히 자기관리를 중요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서 헬시플레저 문화가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절제력이 요구됐던 과거의 건강관리법과 달리 현대에는 무조건적인 절제가 요구되지 않는다. 또한 코로나 펜데믹의 시대적 상황도 겹쳐 건강관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증가하며 헬시플레저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더불어 1인가구가 급증하며 ‘내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1인가구 구성원의 심리 변화도 헬시플레저 등장에 기여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건강관리에 있어 즐거움을 추구하는 MZ세대들의 성향이 헬시플레저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힙한 MZ세대, 건강관리도 힙하게=MZ세대가 헬시플레저의 주축이 되며 ▲운동의 게임화 ▲디지털 헬스웨어의 발달 ▲멘탈관리 등 건강관리 영역에서 크고 작은 움직임이 일어났다. 지난 2020년, 이용자 간의 경쟁, 마일리지의 현금화 등 게임적 요소가 도입된 홈트레이닝 앱 ‘야핏 사이클’이 출시 6개월 만에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는 실생활에 게임적 요소를 접목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앱에 활용함으로써 운동에서도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들의 흥미를 유발했기 때문이다.

 한편 코로나 펜데믹 이후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멘탈관리가 건강관리의 영역에 진입했다. 국내 명상 앱 ‘마보’의 2020년 사용자 통계에 따르면 25~34세 이용자가 전체 이용자의 30.38%로 나타났으며, 코로나 대유행 이후 멘탈관리에 대한 MZ세대들의 관심도가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수진 연구위원은 “최근 신체적 건강과 더불어 정신적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가 증가했다”며 “행복한 삶을 위한 멘탈관리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헬시플레저 열풍, 응답하라 식품기업=헬시플레저를 자청한 MZ세대의 목소리에 응답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식품기업들은 저칼로리로 즐길 수 있는 상품들을 출시 중이다. 지난해 11월 편의점 GS25는 체중 감량을 목표로 하는 헬시플레저를 대상으로 무설탕, 천연 재료로 제작된 저칼로리 음료 ‘페이머스 소다’를 국내 독점 출시했다. 또한 지난달 10일, 헬시플레저를 선언한 카페 드롭탑은 ▲건강음료 6종 ▲비건 브레드 ▲토스트 세트 등 건강하고 든든한 식품을 찾는 헬시플레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난 2일, 샌드위치 브랜드 써브웨이는 ‘어다행다(어차피 다이어트할 거 행복하게 다이어트하자)’를 모토로 하는 헬시플레저에게 ‘로티세리 바비큐 치킨 컬렉션’ 3종을 제안했다.

 전문성 있는 헬시플레저가 되기 위해=헬시플레저는 건강한 식단관리를 지향하지만 과욕에서 비롯되는 문제가 존재한다. 일부 헬시플레저 사이에서 로푸드, 0칼로리 음식 의존현상 등으로 부적절한 영양 섭취를 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올바른 헬시플레저가 되기 위해 제품 섭취 시 5대 영양소 누락 여부 등 영양 구성 성분의 확인이 필요하다. 윤경영 교수(식품영양학과)는 “건강한 삶을 위해선 꾸준한 운동 및 균형 잡힌 식생활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비만 인구, 생활 습관병 발병률 감소에 기여하는 헬시플레저의 증가는 건강관리에 관심이 높아진 우리 사회에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Are YU healthy pleasure?

운동 앱을 통해 즐기는 등산

 전서현 씨(체육2)=헬시플레저로서 등산을 즐겨하고 있어요. 처음 등산을 시작할 땐, 힘들었지만 나이키 런클럽 앱을 통해 이동 거리, 심박수 등을 체크하면서 체계적으로 운동을 즐길 수 있게 됐어요.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체력도 늘어나 헬시플레저로 활동하는 것에 굉장히 뿌듯함을 느끼고 있죠.
 

다양한 식단에 도전하는 헬시플레저

 

 박지민 씨(영어영문2)=저의 최애 음식은 떡이에요. 헬시플레저가 된 후에는 좋아하는 떡을 건강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주 사 먹던 일반 떡 대신 현미가래떡을 구입해 떡볶이, 떡꼬치 등으로 조리해 먹었어요. 또한 종합 보충제를 통해 대사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섭취하며 헬시플레저로서의 삶을 실천 중이에요.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스키 타는 모습

 조훈기 씨(특수체육교육2)=저는 스키강사로 활동한 경험이 있을 정도로 스키에 대한 애정이 강해요. 하지만 목표 없이 스키장을 누비는 것은 저에게 큰 회의감을 줬어요. 스마트워치의 ‘겨울설상종목 피트니스 프로그램’을 시작한 후에 친구와 경쟁, 이동거리 목표 달성을 통해 회의감에서 벗어나 다시 즐겁게 스키장을 누빌 수 있었어요.
 

영양성을 고려한 한끼식사

 이준혁 씨(건설시스템공2)=평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 풋살, 헬스 등 다양한 운동을 즐겨해요. 하지만 헬시플레저를 알게 된 후, 건강관리는 운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균형 잡힌 식단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헬시플레저가 된 지금, 샐러드와 단백질 음료를 통해 운동 후 필요한 영양성분들을 섭취하게 됐답니다.

솔직 담백 리뷰, 이게되네?

 이번 기사를 다루기 전까지 ‘헬시플레저’라는 건 내 상식 밖의 존재였다. 물론 헬시플레저라는 개념이 내 상식 안으로 들어온 후, 내 삶이 크게 바뀐 건 아니다. 체육을 전공하고 운동을 사랑하는 나는 여태껏 헬시플레저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나는 아침에 눈을 뜨면 매일 체중계에 올라간다. ‘fitday’앱과 연동된 체중계에 올라서면 비만도, 체지방량 등의 신체성분을 확인한다. 어제의 식습관을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순간이다.

 할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점심시간에 맞춰 배꼽시계가 울려 자연스레 냉장고에서 닭가슴살 한 팩을 꺼낸다. 전자레인지에 1분 30초를 돌리면 닭다리살 못지않은 닭가슴살이 내 입으로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또한 밥솥에서 복합 탄수화물로 구성된 현미밥을 한 주걱 푼다. 닭가슴살을 잘라 현미밥과 함께 먹으면 진정한 ‘치밥’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가한 오후, 친구들과 게임을 하기 위해 집 앞 PC방으로 향한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목이 마르다. 옆자리의 친구들은 콜라, 아이스티 등 당분이 과다 포함된 음료를 마시지만 헬시플레저인 나는 그럴 수 없다. 0칼로리 탄산음료를 주문해 갈증을 해소한다. 모니터 흑백화면에 비친 내 모습에서 진정한 헬시플레저의 모습이 보인다.

 게임을 한 후 매일 같이 약속된 싸움을 하러 간다. 정말 치고받는 싸움이 아니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내가 상대할 자는 ‘어제의 나’이다. 어제 내가 뛴 3km의 기록을 넘기 위해 혼자만의 싸움을 시작한다. 또한 근 손실 방지와 균형 있는 신체 성장을 위해 동네 공원에서 철봉을 이용한 맨몸운동도 진행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 단백질 보충제와 종합 비타민을 섭취한다. 먹는 것까지 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고민과 코로나19로 인한 침체된 사회적 분위기 탓에 쉽게 잠에 들지 못한다. 불멍 영상을 재생해 멍을 때려본다. 멍을 때리다 보면 저절로 눈이 감긴다. 눈을 찌르는 햇살에 화들짝 눈을 떠보면 하늘에 해가 떠있고 체중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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