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지역과 대학의 공생적 발전
[학술] 지역과 대학의 공생적 발전
  • 정용교 교수(사회학과)
  • 승인 2021.11.2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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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을 넘어 ‘지송’까지 해야 하나

 문과계열이라 죄송합니다를 뜻하는 ‘문송합니다’는 청년들의 취업상황을 잘 대변해준다.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따른 산업구조의 재편과정에서 인문사회 전공자들의 사회진출이 그만큼 어려워짐을 볼 수 있다. 지방대생이어서 죄송합니다의 ‘지송합니다’에서도 청년들의 취업상황이 만만찮음을 엿볼 수 있다. ‘문송’과 ‘지송’에서 보듯이 오늘날 대학교육 상황이 녹녹치 않음을 알 수 있다. 특별히 지방대학의 경우 이런 위기 상황에서 어떤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것인지가 쉽지 않다. 지방대학이 처한 위기극복으로서 지역과 대학 간의 공생적 발전이란 과연 가능할 것이냐를 둘러싼 작은 논의를 시작하고자 한다.

대학생태계 변화와 대학위기

 먼저, 대학위기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미국 대학들의 경우에서도 유학생이 없었다면 어떤 모습이었는지 잠시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 대학들이야말로 글로벌 환경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에 관한 국가의 공적 책무성이 강한 독일을 비롯한 유럽 대학들의 경우, 글로벌 환경에서 미국만큼의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쏟아져 들어오는 유학생들을 자국의 재원만으로 지원하기는 결코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위기(危機)는 위험일 수 있지만 동시에 기회일 수도 있다. 요즘 대학이 겪는 위기는 글로벌 상황에 따른 적절한 적응과 대응역량이 뒷받침된다면 발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유학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전향적 인식전환이 뒷받침된다면 국제화 지수를 한층 높일 수 있으면서 또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하는 다문화환경에 적합한 대학생태계를 선도적으로 형성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저출산에 따른 학생 수 감소와 대학재정 확보를 위한 중요한 토대를 마련하는 데도 보탬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대학위기는 과학기술발전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자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시공간을 초월한 교육을 가능하게 하며, 또 특정의 교육기관을 거치지 않고 학습자 수요를 바로 반영할 수 있다. 개인미디어 사용의 급증에 따라 다양한 교육콘텐츠의 개발·이용도 한층 쉬워질 것이다. 무료 혹은 소액의 비용으로도 다양하며 질 좋은 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대학들이 져야할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며, 대학당국의 입장에서도 더 세밀한 교육적 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대학들은 살아남느냐 죽느냐의 기로에 서서 나름의 대응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상당수 교육수요자들은 비대면 형태의 교육여건에서도 교육적 만족을 충분히 얻을 수 있음을 알고 있다. 팬데믹이 일정수준까지 극복된다 해도 비대면의 온라인 수업은 여전히 그 힘을 발휘할 것이다. 온오프라인이 섞인 ‘블랜디드수업’이 대학교육의 중요한 형태로 자리 잡을 것이다. 급변하는 교육여건에서 대학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스튜디오 시설 정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며, 타대학과의 연대모색에도 힘을 쏟아야 할 것이며, 더욱 MOOC와 같은 동영상 강좌개발·운영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IT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대학교육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대학교육의 재편을 요구하는 두 얼굴로 다가선다. 어떤 교육적 대응하느냐는 대학구성원이 짊어져야 할 중차대한 몫일 것이다.

지방소재 사립대의 위기

 한국 대학생태계에서 대학존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건은 대학설립 형태와 밀접히 관련된다. 국공립대와 사립대는 2020년 4월 기준으로 전체대학의 85.4%를 차지하며, 학생 수로는 78.7%에 해당한다. 사립에 비해 국공립대의 경우, 학교운영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을 겪지 않으며, 또 학생과 학부모의 학비부담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교원 수 비율을 비롯한 전반적 교육환경에서도 사립대에 비교될 수 없으며, 당연히 학생선발에서도 훨씬 유리한 위치에 있다. 문제는 몇몇 소수 연구중심 국공립대를 제외한 국공립대를 볼 때 저렴한 등록금 이외에 교육측면에서 훨씬 탁월한 성과를 내는지에 대해서는 재고가 필요하다. 사립대의 경우 부족한 교육여건에서도 교육이념을 충족시키면서 상당한 교육적 성과를 내고 있으며, 또 국가공동체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를 다하고 있다. 한국사립대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전문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산업화와 민주화에 큰 역할을 다하였고, 이를 통해 세계 모범국가로의 도약에도 큰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경제적 기반을 제대로 갖출 수 없었던 여건에서 재정적으로 튼튼한 고등교육기관(국공립대학)을 고집하였다면 국가사회 발전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양성·공급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포화 상황에 따른 사립대 위기는 정부정책에서 비롯되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정부는 1996년 ‘대학설립준칙주의’에 의거하여 최소한의 조건을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이후 1997년부터 2011년까지 무려 63개의 대학이 설립되었다. 학령인구의 급속한 감소가 예측되는 인구변화 상황에서도 대학설립이 이어졌고, 그것이 오늘날 대학위기의 단초가 되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대학위기를 사립대 자체의 문제로 떠넘길 수 없으며, 이런 점에서 국가영역의 적극적 조정과 책임이 요청되는 연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사립대에 못지않게 국공립대의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하며,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대학환경의 개선에도 국가적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더 직접적으로는 대학구조조정 과정에서 지역안배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다시말해, 지역활성화 차원에서 지방사립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한층 세심한 교육적 관심과 배려가 요청된다.

미래고등교육 시나리오를 통해 본 지방대학

 OECD 교육연구혁신센터(Center for Educational Research and Innovation, CERI)에서 제시하였던 <미래고등교육의 네 가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미래대학은 개방적 네트워킹, 지역공동체 중심, 새로운 공공관리, 기업화된 고등교육 등이 현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첫째, 개방적 네트워킹(Open Networking)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교육운영과 학위선택과 관련된다. 코로나 상황에서 온라인을 통한 대학교육이 선택을 넘어선 필수영역으로 부각된다. 이에 대학교육은 개방적 네트워킹을 통해 대학별 인터넷기반 교육체계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지역공동체 중심(Serving Local Communities)을 통해 대학의 역할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은 지역기업과 단체, 그리고 주민수요를 반영할 수 있는 지역사회 연계체계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그것은 지역밀착형의 대학구조를 갖추는 것과도 통한다. 지자체와의 유기적 파트너십 형성은 도래할 지방소멸과 대학위기 시대상황에서 대학위기 극복의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다. 셋째, 국가주도의 관리를 통한 새로운 공공관리(New Public Management)에 의거하여 대학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정부에 의존하여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공공형 사립대 모형에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는 대학 자체의 자구안이라기보다 정부관여를 통한 대학살리기의 실천으로 볼 수 있다. 넷째, 기업화된 고등교육(Higher Education Inc.)에서 미래형 대학의 한 모습을 볼 수 있 있다. 이는 대학이 제공하는 교육서비스를 기업논리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적용하는 것이다. 대학은 지역수요를 반영한 전공을 개설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산학협력형 전공개설을 통해 지역의 수요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덧붙여 성인중심의 평생교육과 같은 유연한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함으로써 대학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1990년대 설립된 경북소재 5개 사립대 사례연구를 통해 미래고등교육 시나리오를 적용하였다(이광동·정용교, 2016, 지역과 대학의 공생적 발전방안, 동아인문학 34. 참조). 이들 5개 대학의 경우, 2021년 8월 발표된 정부의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와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평가에서 상위 2개 대학이 선정되었고 그 외 2개 대학은 탈락되어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었으며, 나머지 1개 대학은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묶이게 되었다. 이 지점에서 우리지역에 위치한 사립대학들이 처한 현실적 어려움이 어떠한지를 여실히 엿볼 수 있다. 현실안주형 대학으로는 급변하는 미래시대에 대응할 수 없으며 언제든 도태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미래전망적 대학은 대학마다의 특성화된 교육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하며, 아울러 시대요구를 반영한 지역친화형 교육을 개발·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노력을 조금이라도 소홀히 할 때 지방대학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대학의 지역화 시도: 지역거점 대학

 대학의 위기, 곧 지방대 위기는 대학이 위치한 소재지와 밀접히 연동됨을 볼 수 있다. 수도권에서 떨어질수록 대학수준이 떨어지며 심지어 대학존립에까지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도권 집중화에 따른 양극화는 지방소멸에 이어 지방대학 몰락의 직접적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대학이 처한 위기극복의 좋은 예는 일본대학에서 실시했던 지역화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은 청년인구의 감소에 따른 대학정원 미충원 현상을 우리보다 먼저 경험하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학전입(全入)시대’를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자립형 대학운영은 불가능하였다. 이에 대학은 경영효율화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대학-지역 간 협력체제 구축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 협력체계의 구축은 지역거점 대학에서 그 중요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치현(高知縣)의 사례에서 그 좋은 예를 볼 수 있다. 고치현 소재 대학은 인적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역내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고, 특히 지역산업과의 연계를 시도함으로써 지역사회 공헌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었다. 교육목표에서도 과거의 엘리트 교육을 통한 전문가 육성에서 과감히 탈피하였고, 대신 시민교육을 통한 교양인 육성에 주목하였다. 이에 덧붙여, 지역친화적 과학기술과 문화를 창달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성 특화교육에도 집중하였다. 이런 노력은 ‘지역공동연구센터’, ‘평생교육연구센터’, ‘국제지역연계센터’의 설립으로 그 구체적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요한 일환으로써 지역화에 필요한 ‘공동교육’을 도입하였으며, 전 학년에 걸쳐 지속적인 지역개발, 지역전통지키기, 지역현장, 지역문제, 지역발전 등을 교육현안으로 관철할 수 있었다.

 지방대학의 경우,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수도권으로의 과도한 집중 등으로 그 존립기반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정부는 재정지원의 당근으로 입학정원 감축을 비롯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다. 등록금 수입감소에 따른 악화된 대학의 재정상황에서 정부지원이 당근일 수 있지만, 입학정원 감축은 중장기적 차원에서 대학경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교육당국은 대학의 구조조정이 소프트랜딩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기획·실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대학과 지역 간 공존·상생프로그램을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공존프로그램의 구축여부는 지방사립대가 당면한 현안의 과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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