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학생기자와 안전한 대학을 위해
[영봉] 학생기자와 안전한 대학을 위해
  • 조현희 편집국장
  • 승인 2021.11.29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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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대학 강의를 들을 때는 ‘학생’, 영대신문 활동을 할 때에는 ‘기자’였습니다. 3년간의 영대신문 기자 활동을 마무리하며 드는 생각은 ‘학생’과 ‘기자’의 경계에서 참 많은 고초를 겪었다는 것입니다. 대학 재정 악화, 편집국 내 인력난, 종이신문에 대한 무관심과 같은 위기들이 중첩되면서 영대신문의 발전을 위해 늘 고민했습니다. 학업보다는 기사 작성이 우선이었으며, 취재를 위해 매일같이 캠퍼스를 뛰어다녔습니다. 올해는 편집국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더욱 영대신문 하나만을 보고 달렸습니다. 그러나 대학언론의 위기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면의 강박과 불안이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매 호 신문을 준비할 때마다 자꾸만 무력해지는 마음이었습니다. 수습기자 면접 당시 “영대신문 수습기자에 지원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약자의 아픔을 기사로 드러냄으로써 덜어주고 싶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나 능력적인 한계로,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시간적인 한계로, 편집국 재정상의 한계로 그들의 이야기를 단편적으로만 다룬 것이 아닌가, 혹은 다루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회고를 하곤 했습니다.

 대학은 안전한 공간입니다. 쾌적한 환경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고 열심히만 하면 돈 한 푼 내지 않고 청춘을 즐길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안전하지 못한 공간 또한 대학입니다. 햇병아리 새내기로 캠퍼스에 발을 막 내딛던 시기에는 학내 성범죄에 관한 대자보를 접했습니다. 대학 커뮤니티에서는 소수자를 폄하하는 글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누군가 학내에서 보고 겪은 악습을 밝히면 그를 ‘대학의 발전을 해치며 조직을 망가트리려 하는 자’로 덮어씌우기도 했습니다. 진리의 상아탑이라 불리는 곳에서조차 ‘어떻게 그런 일이…’ 하는 일들이 범상하게 일어났습니다.

 따라서 우리에겐 더 안전한 대학이 요구됩니다. 올해 초 편집국장에 취임한 후 ‘을’을 위한 상아탑이 필요하다 외치며 학내에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려 노력했지만, 오래된 구조적인 문제로 쉽게 바꾸진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글을 빌려 대학의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것들에 전폭적인 지지를 부탁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권 교육,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 평등한 논의의 장 등이 필요합니다. 실현은 거창할 필요가 없습니다. 학내 구성원들의 인권, 생활권, 학습권 등을 논의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민주적 대학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습니다.

 또한 영대신문 기자들은 ‘학생’과 ‘기자’의 경계에서 많은 희생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기자라는 사명감 하나로 매일 소외된 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기록하려 하지만 대학언론의 위기라는 현실로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기자가 그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기자 활동을 원활히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학보(學報)를 보면 그 대학의 분위기가 느껴진다’는 말이 있을 만큼, 이는 우리 대학교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일일 것입니다.

 3년간의 기자 생활은 고되기도 했지만 영대신문에 애정을 갖고 앞으로 이끌어주신 분들 덕에 행복했습니다. 끝으로 후배 기자들이 보다 나은 구조에서 다양한 구성원의 이야기를 기록할 수 있도록 응원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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