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과시하는 소비력, 득템력
나를 과시하는 소비력, 득템력
  • 이상준 기자
  • 승인 2021.11.29 1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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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만으로는 구입할 수 없는 상품을 당신은 구입해본 경험이 있는가? MZ세대들은 과감히 돈을 지불할 뿐만 아니라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자신만의 ‘득템력’을 뽐내고 있다. 이에 ‘득템력’이라는 능력치를 가진 MZ세대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고 있을까.

희소성을 추구하는 우리의 소비

 ‘득템’은 얻는다는 뜻의 한자인 ‘득(得)’과 영어 ‘아이템(item)’의 합성어로,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득템력’이라고 한다. MZ세대들의 소비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득템력’에 대해 알아보자.

 나를 나타내고, 남과 구별 짓는=‘득템’은 게임에서 아이템을 얻는다는 뜻으로 게임 문화에서 형성된 단어다. 게임에서 시작된 ‘득템’이 최근에는 MZ세대들의 소비문화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과거 도시화가 진행되던 시기, 사람들은 명품 및 사치품 소비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드러내곤 했다. 더 나아가 현대에는 희소한 상품을 통해 남들에게 자신만의 독특함을 과시하는 현상과 SNS의 발달로, 해당 상품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 간에만 공유하는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이수진 서울대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돈이 있어도 구매할 수 없는 상품을 득템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소비자들 간의 구별 짓기가 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득템’ 경험을 즐기는 MZ세대=‘득템력’이 MZ세대에게 남과 구분되는 차별화의 수단이 되면서 ▲콘서트 및 스포츠 행사 예매 ▲유명 맛집 웨이팅 ▲한정판 제품 구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득템력’을 표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제주도에 개점한 돈가스 음식점 ‘연돈’이 돈가스를 하루에 100장씩 한정 판매하자 전국 각지에서 돈가스를 먹기 위해 몰려들었다. 이들은 식당이 오픈하기 하루 전날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 득템을 위해 긴 시간을 투자하기도 한다. 또한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득템할 수 없는 ‘래플’, ‘드로우’와 같은 추첨식 한정판 구매에 적극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7월 스포츠 업체 ‘나이키’와 럭셔리 브랜드 ‘디올’이 진행한 ‘래플’ 행사에 응모자가 500만 명에 달했으며, 이들은 득템 여부를 운에 맡기기도 한다. 이에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MZ세대들은 한정판 상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특한 경험을 즐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득템력’은 MZ세대들의 소비에서 뚜렷이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한정판 제품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한정판 제품에 대한 관심도에서 20대가 62.4%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수진 연구위원은 “MZ세대들은 기성세대와 달리 ‘득템’하는 과정을 즐기며 SNS를 통해 자신의 소비 과정을 공유하기도 한다”며 “이러한 MZ세대들의 득템력은 새로운 소비문화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정판 제품 소비 경험이 있는 학생 A 씨는 “한정판 제품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주변 지인들에게 가장 주목받기 좋은 아이템이기 때문에 구입한다”고 밝혔다.

 더 나은 소비문화를 위해=자신만의 ‘득템력’을 나타내기 위해 희소한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층이 ▲과소비 ▲상대적 박탈감 ▲되팔렘 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정상적인 소비 의욕을 떨어뜨려 희소한 상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피해를 겪기도 한다. 이에 정덕현 평론가는 “득템 과정에서 비윤리적인 행위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필요하지 않은 소비에 과하게 집중하는 경향을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했다.

MZ세대의 득템력을 겨냥한 기업들

 자신의 ‘득템력’을 과시하는 MZ세대가 증가하면서 기업들도 덩달아 한정판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업들의 한정판 마케팅은 리셀(resell)을 통해 가치가 더해지면서 MZ세대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정판에 가치를 더하다=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과감히 돈을 지불하는 ‘가치소비’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직결되면서 많은 기업들이 MZ세대들의 ‘가치소비’를 주목하고 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가치소비’를 실현하는 MZ세대를 대상으로 자사의 상품에 대한 *‘소셜 커런시(Social Currency)’를 얻기 위해 희소성을 결합한 한정판 마케팅 방식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가기도 한다. 이윤재 교수(경영학과)는 “소셜 커런시와 희소성이 결합되면 상품의 가치가 증가하기 때문에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마케팅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MZ세대들의 한정판 상품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추첨식 한정판 마케팅 ‘래플’ ▲기간 및 장소 한정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리미티드 마케팅’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나타나는 ‘헝거 마케팅’ 등 다양한 방식의 한정판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무신사는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오징어게임’ 속 게임 참가자 수에 맞춘 456세트의 초록 운동복을 한정 판매하는 방식의 마케팅을 통해 MZ세대들을 공략하고자 했다. 더불어 우리 지역 패션 편집스토어 ‘이플릭’에서도 ‘대구(DAEGU) 티셔츠’를 매년 한정 판매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 처음 출시된 ‘대구(DAEGU) 티셔츠’는 매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완판되고 있으며, 티셔츠뿐만 아니라 모자, 비니, 목걸이 등 대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제품을 한정 판매함으로써 지역민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윤동원 이플릭 대표는 “언제나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기 어렵기 때문에 매년 정해진 수량만큼 제품을 한정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를 이용한 제테크, 리셀=지난 7월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Z세대의 소비 특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리셀 테크’ 관련 언급량이 지난 2018년 1만 5,247건에서 지난해 2만 1,802건으로 4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 사이에서 한정판 상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득템한 상품을 비싼 가격으로 재판매하는 ‘리셀 테크’도 활성화되고 있다. MZ세대들이 ‘리셀 테크’를 즐기는 원인으로는 유튜브, SNS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 접근성 증가와 주식이나 비트코인과 달리 안정적인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점이 지목되고 있다. 김병수 교수(경영학과)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리셀 상품에 대한 정보가 확산되면서 리셀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리셀러들의 비윤리적인 소비 행위로 인한 문제점도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단시간에 수많은 클릭을 유발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상품을 독점하며, 자가 사용 명목으로 관세를 면제받은 뒤 인터넷에 되파는 불법 행위를 자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리셀 관련 법률이 미흡해 거래 가능 품목의 기준이 불명확한 실정이다. 이윤재 교수는 “리셀 시장이 공식적인 거래 문화로 변화한 만큼, 리셀 시장을 대상으로 한 규제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셜 커런시: 브랜드와 관련될 때 소비자가 가치를 느끼는 행동

소비를 통해 행복과 재미, 모두 잡자

우리 대학교 마크가 그려진 칫솔 케이스

 이유연 씨(경영4)=지난 2019년, 우리 대학교 기업가센터에서 개최하는 기업인 강연회에 참석해 우리 대학교 마크가 그려진 칫솔 케이스를 받았어요.

 저는 우리 대학교에 소속감과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왔기에 해당 제품을 받았을 때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특히 해당 칫솔 케이스는 오직 우리 대학교에서만 볼 수 있고, 시중에 팔지 않기 때문에 우리 대학교 학생들에게 가치가 큰 상품이라고 생각해요. 이에 우리 대학교 칫솔 케이스를 학교로 부터 받은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아직까지도 사용하고 있어요.

파티마 성모발현지의 성수
파티마 성모발현지의 성수

 정희상 씨(행정4)=어린 시절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파티마’의 성모 발현지를 방문해 제가 직접 담은 성수예요.

 여행을 목적으로 방문한 파티마 성모 발현지에서 성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저는 향수병을 준비해 직접 성수를 담았어요. 파티마 성모 발현지는 천주교에서 인정한 공식 성모 발현지이기에 그곳에서 얻은 성수는 가치가 크다고 생각해요. 제가 직접 담은 성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성수이기 때문에 제 기억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득템 경험이에요.

이승엽 사인볼
이승엽 사인볼

 B씨(영어영문3)=제가 가지고 있는 이승엽 사인볼은 동생이 참가한 리틀 야구대회에서 이승엽 선수를 만나 직접 받은 사인볼이에요.

 그동안 야구선수들의 사인볼을 많이 모아왔었지만, 한국 야구의 전설인 이승엽 선수의 사인볼은 없었어요. 특히 이승엽 선수는 현역 선수 시절에는 사인받기가 어려웠어요. 하지만 동생이 참가한 야구대회에서 우연히 이승엽 선수를 만나게 됐고, 용기를 내서 사인을 요청했어요. 이승엽 선수 사인은 희소한 사인으로 유명한 만큼 현재는 저의 집에 고이 간직해 두고 있답니다.

우리 대학교 볼펜
우리 대학교 볼펜

 C씨(생명공4)=제가 득템한 우리 대학교 마크가 그려진 볼펜은 교수님께 직접 얻었어요.

 저는 우리 대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우리 대학교에서 증정하는 제품에 관심이 많았어요. 우리 대학교 마크가 그려진 L자 파일, 에코백 등 다양한 제품들을 모아왔었는데, 볼펜은 없어서 매번 구하려고 노력했어요. 구할 수 없어 포기하려던 찰나에 당시 수강 중이던 강의 담당 교수님께서 우리 대학교 마크가 그려진 볼펜을 선착순 10명에게만 나눠 준다고 말하시자마자 바로 손을 들고 득템했어요. 힘들게 얻은 제품이기에 늘 아껴서 사용하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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