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
대학은 선택이 아닌 필수?
  • 장효주 준기자
  • 승인 2021.11.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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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서 큰 연례행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곧 다가온다. 우리나라 학령인구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지만, 수능에 지원하는 재학생의 비율은 증가하는 등 입시경쟁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은 대학 진학 선택 시 어떤 점을 고려할까?

‘배움의 장’ 혹은 ‘취업을 위한 도구’

현 대학생들은 어떤 이유로 대학 진학을 선택했을까. 또한 특성화고 재학생 중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은 왜 점차 커질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살펴봤다.

 대학에 왜 진학하셨나요?=대학이란 ‘여러 학문 분야를 연구하고 지도자로서 자질을 함양하는 고등교육 기관’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대부분의 학생이 취업을 위해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공개된 한국대학신문의 ‘대학생 의식조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한 이유로 ‘취업에 유리한 조건 획득(51%)’을 1순위로 꼽았고, 해당 설문조사에서 이 응답은 지난 3년간 1순위를 차지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한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 대학교 재학생 20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대학을 선택할 때 어떤 점을 1순위로 고려했습니까?’라는 질문에 49%(102명)로 가장 많은 응답자가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대학인가’라고 답했다. 이를 택한 응답자들은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많은 학벌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인정해주는 대학이냐가 중요하다”, “학력이 취업의 자격요건에 있어 큰 영향을 미친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이에 발맞추는 대학들=한편 해당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 진학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기 위해’라는 답변이 62.5%(130명)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이에 상당수의 대학에서 재학생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취업 기구를 만들어 다양한 취업 교육 및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의 경우에도 취업처를 통해 재학생에게 일자리 정보와 취업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특성화고도 대학 진학=「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에 따르면 특성화고등학교는 ‘적성 및 능력이 유사한 학생을 대상으로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하는 체험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는 고등학교’이다. 하지만 취업을 장려하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직업계고에서도 대학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 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0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에 따르면 전국 직업계고 576개교의 2020년 1~2월 졸업생 취업자 비율은 27.7%에 불과했다. 한편 직업계고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3만 8,215명(42.5%)으로 취업한 학생보다 1만 3,277명 많았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고졸과 대졸의 사회적 대우가 다른 점을 꼽을 수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학생 A 씨는 “지인이 공고 졸업 후 중소기업에 취업했지만, 대졸자와의 승진 격차로 인해 대학 진학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실제 굿모닝경제가 ‘2021 공공기관 채용정보 박람회’에 참가한 공기업 31곳 중 고졸 채용을 동시에 진행하는 22곳의 신입사원 연봉을 살펴본 결과 대졸과 고졸 간의 격차는 평균 612만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상섭 교수(교육학과)는 “고졸자라는 이유로 아무런 검토 없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대학 진학 부추기는 사회, 학생들의 생각은?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데에 사회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사회적 정책이나 요인이 학생들로 하여금 대학 진학을 선택하게 하는가. 또한 개인의 의지로만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대학 가면 지원, 고졸은 지원 없어=지난 1일 영광군은 학생 교육에 필요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영광군 대학 진학 축하금 지원 조례’를 실시했다. 이는 대학 진학을 택한 학생에게 대학 진학 축하금을 지급하는 조례로, 이듬해 1월 1일 이후 입학생부터 적용된다. 해당 조례는 나주시, 고창군, 순창군 등에서도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해당 조례에 대해 대학 진학을 선택하지 않은 고졸 출신은 지역 인재로 양성될 수 없냐는 지적을 제기했다. 김상섭 교수는 “대학 진학을 택하지 않은 학생들은 해당 조례를 역차별이라고 느낄 수 있다”며 “대학 진학을 택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전문 기술 습득을 위한 바우처를 제공해주거나 사회 진출 및 다른 학업을 위해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회적 강요 속에 이뤄진 대학 진학=우리 사회가 고졸자를 대하는 방식도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2019년 통계청의 ‘고졸 및 대졸자에 대한 사회 지원 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고졸자에게 적절히 대우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부정적인 답변이 47.5%인 한편 긍정적인 답변은 13.35%에 그쳤다. 또한 우리 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본지 설문조사에서도 ‘사회에서 고졸자에 대한 대우가 적절히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아니오’가 91.8%(191명)로 가장 많이 나타났다. 해당 응답자들은 “고졸자와 대졸자는 승진과 급여 상승 폭에서 차이가 난다”, “회사에서 고졸자와 대졸자의 연봉 차이가 존재한다”, “대학 졸업이 필요하지 않은 직종도 취업의 요건이 대졸인 경우가 많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아니오’라고 답한 응답자는 “여전히 많은 회사에서 임금과 대우에 대한 차별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고졸보다 대졸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진학, 선택 가능한 사회가 되기 위해=이처럼 현재 우리 사회는 개인의 선택보다 사회적 시선 때문에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대학 진학이 오로지 개인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질에 맞는 분야를 배우고,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이를 위한 방안으로 학교 친구들의 추천을 받아 대학에 입학하는 방식인 ‘동료학생추천제’의 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그는 “어떤 이가 대학 진학을 선택할 시 친구들이 대학 진학의 여부를 고려해준다면 개인의 특성과 자질에 맞게 대학 진학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선택의 자유와 동료추천의 신뢰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 정책적으로 고졸자가 관심 분야를 발견해 연마해나갈 수 있도록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상섭 교수는 “초·중등교육에서는 전문성을 가르치지 않고, 교육의 마지막 단계로 여기지 않는다”며 “학교가 조금 더 일찍 학생들의 성숙도를 요구하는 교육기관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를 만나다

 최근 교육부가 차별금지법을 검토하면서 학력·학벌에 대한 차별은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기에 차별 금지 사유로 넣을 수 없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청소년 인권 관련 활동을 해온 ‘아수나로’ 청소년인권단체를 만나 학력차별 및 대학 진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차별금지법에 ‘학력’ 항목 포함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력 항목은 차별금지법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상위 계급 기득권을 얻는 것은 누군가의 노력으로만 가능하지 않고, 한국 사회에서 계층 이동이 가능하지도 않기 때문이에요. 또한 특목고나 자사고에서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는 기존에 기득권이 자신들의 계급을 유지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특목고와 자사고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어요.

 우리 사회에서 대학 진학을 거부한 사람들에게 주는 불이익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어떤 측면입니까?
 우리 사회에서는 대졸자와 고졸자가 꿈꿀 수 있는 범위가 달라요. 한국 사회가 끊임없이 고졸 노동자는 특정한 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이미지를 강요하고, 그것이 마치 그 사람의 정해진 위치인 것처럼 여기기 때문에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대학을 나왔지만 강사로 초청받았을 때 학력 차별에 반대하는 의미에서 학벌을 기재하지 않고 이력서를 제출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강사 초청이 취소됐었죠. 이렇듯 최종 학력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이 다르고, 똑같은 경력을 갖고 있음에도 학력에 따라 차별 대우를 받는다는 게 가장 큰 폐해라고 생각해요.

 대학 진학을 부추기지 않는 사회가 되기 위해 사회적 차원에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직업을 얻을 때의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에서는 대학을 나온 사람 또는 특정한 전공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만이 직업을 얻을 수 있다고 얘기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이 70% 이상이고, 대학에서 요구하는 등록금은 사회가 책임지지 않으면서 학력에 따라 차별하는 기업들은 방관하고 있어요.
이에 채용 기관과 채용 기업에서의 학력 차별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또한 학생들이 청소년 때부터 겪는 ‘나중에 네가 무슨 대학 가려고 하니, 공부를 못하는 사람은 나중에 공장이나 간다’와 같은 차별 발언들부터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력 차별 필요한가?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차별금지 항목에 ‘학력’을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우리 대학교 재학생들을 만나 학력 차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학력 차별 찬성=학력은 개인의 노력에 대한 결과이므로 각 개인이 학력을 위해 쏟은 돈과 시간, 노력 등을 배제하면 안 된다. 이는 기업에서 대상자의 성실도나 학업능력, 자라온 환경 등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경제적인 지표이기도 하다. 또한 직무별로 필요한 지식이 있는데, 이를 습득할 수 있는 학력은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학력을 고려해 인재를 채용하면 적절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한 학력은 경쟁력이며, 그 사람의 능력과 성실도를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학력 차별에 찬성하며, 차별금지법의 항목에 ‘학력’ 항목은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학력 차별 반대=학력과 실무 능력은 다르기에 직무능력시험 등으로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력이 지능적인 면을 받쳐줄 수는 있지만, 업무를 위한 능력을 뒷받침해 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채용을 위한 업무적 능력이나 인성, 잠재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학 등록금으로 대학이 아닌 자신의 재능에 시간적·정신적 노력을 쏟아부은 사람은 차별받으면 안 된다. 학력 차별이 심해지면 지방대의 재학자 수가 감소하고, 수도권 대학으로 경쟁이 과열될 것이다. 이후엔 지방권의 잉여 현상이 심해지고, 수도권 집중화가 가속화돼 전국 균형 발전에도 해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학력 차별은 없어져야 하고, 차별금지법의 항목에 ‘학력’ 항목은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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