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벚꽃 엔딩 시대에 필요한 것
[영봉] 벚꽃 엔딩 시대에 필요한 것
  • 조현희 편집국장
  • 승인 2021.11.15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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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 대학의 예견된 위기가 현실이 됐다. 특히 학령인구 급감과 이른바 ‘인서울’ 선호 현상으로 지방대학은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인구 급증 세대인 베이비부머가 대학에 입학한 20세기 후반 지역 곳곳에서는 대학 설립을 통해 전성기를 누렸지만, 이제는 대학 신입생 수 급감이라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이는 우리 지역 대학들뿐만 아니라 우리 대학교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2021학년도 거점국립대학교에 합격한 10명 중 8명이 다른 학교에 진학했다는 보도를 접했다. 거점국립대학교 입학 포기율은 2016학년도만 하더라도 대략 60% 정도였으나, 2021학년도엔 약 80%에 달해 매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한다. 지역에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입되면서 건재했던 지방대학들도 자연스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당장이라도 개선되지 않으면 지방대학은 결국 고사할 것이며, 폭력적인 경쟁 소용돌이는 수도권 대학을 강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제시되지 않아 악순환이 가속되고 있다. 대학은 학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귀 기울이기보다 교수나 직원들의 요구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다.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대학은 결국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대학의 몰락’은 오래전부터 거론된 문제이며 하루아침에 해소되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는 ‘생존 플랜’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생존 플랜’은 어떻게 모색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마도 ‘학생’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19세기 초 미국의 많은 대학이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가치를 바람직한 가치로 여기는 실용주의(praxeis)를 표방하며 ‘교육’을 대학의 역할로 규정했다. 결국 대학이 성장하고 자라나는 세대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이념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이었다. 특히 현재는 지식 기반 패러다임이 대변혁기를 겪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은 청년들이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고 시대에 맞는 학문을 접할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

 대학의 자체적 노력만큼 중요한 것이 한 가지 더 존재한다. 대학의 생존을 위한 정치권의 논의가 필요하다. 대선이 4개월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대선거에 출마할 각 정당 예비후보들이 매일 다양한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청년 세대를 키워내는 대학의 미래에 대한 얘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경제 성장, 주택 문제, 정부 보조금만큼 중요한 일은 불확실한 미래 사회를 헤쳐나갈 청년과 대학에 떨어지지 않을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다.

 정치는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분배’라고 한다. 그러니 핵심적인 사회적 가치 중 하나인 정책을 논의하고 검토하는 건 정치의 본령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도 과거 정치인들의 교육 정책을 자주 논하곤 한다. 이듬해 3월 대선 결과만큼 중요한 것은 20년 후 교육에 대한 역사의 평가다.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대학은 함께 사회에 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비전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우리는 역사의 평가를 겸허히 기다려야 한다. 교육이 진보하지 못한 국가는 자연스레 도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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