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이제 인간과 관계 중심의 휴먼서비스 시대가 온다
[학술] 이제 인간과 관계 중심의 휴먼서비스 시대가 온다
  • 김보영 교수(새마을국제개발학과)
  • 승인 2021.09.2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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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2년, 우리 대학교 생활과학대학에 『휴먼서비스학과』가 신설된다.
새롭게 신설되는 학과에서 배울 「휴먼서비스학」이라는 학문은 과연 무엇일까?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을 휩쓴지도 벌써 1년 반 이상이 지났다. 처음에 어색했던 마스크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언제 봤던가 잊혀지는 관계도 있다. 거리두기의 시대, 우리는 역설적이게 인간과 관계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된다. IOT 기술의 발달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는 시대를 이야기했었지만 인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자유롭게 만나지 못함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심리적 우울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을 통한 비대면 만남 속에서 오히려 이러한 기술이 대면 관계를 대체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코로나19는 또한 물질적 성장에 몰두해왔던 우리의 집착과 고정된 관념에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스(SARS), 메르스(MERS)와 같은 반복적인 감염병에 이어서 코로나19까지 세계적 재앙이 닥친 원인에는 무분별한 성장과 확장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는 자연의 생태계 공간을 파고들었고,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이 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인간이 이러한 성장과 확장을 계속하는 한 이러한 감염병의 재앙은 얼마든지 반복될 것이다.

 무분별한 성장으로 인한 재앙은 감염병으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이미 기후변화 위기는 점점 더 가까이 엄습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가뭄과 기근, 극단적인 폭염과 한파, 대규모 홍수와 산불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은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계속된 화석연료 사용과 탄소배출에 의한 기온상승으로 인간의 생존이 불가능한 지역과 기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류의 가치와 지향에 대한 총체적인 반성과 전환이 요구되는 시대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세계사적 위기는 당시 문명에 대한 총체적인 반성의 계기가 되었다. 그 결과 지금의 보편화된 인권 개념이 확립되었고, 국민의 복지를 지향하는 복지국가의 탄생과 발전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위기는 어떠한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사회복지 발전의 맥락에서, 기술발전으로 인한 미래 일자리 변화의 맥락에서, 그리고 인류사적 위기 상황에서 가속화되고 있는 패러다임의 전환의 맥락에서 전망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복지의 발전, 휴먼서비스 중심으로 변화

[그림 1]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의 증가(1990~2018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는 지난 20여 년간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루었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 안에서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로 산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의 비율로 따져보면, 1996년만 하더라도 3.4%에 불과하였지만 2018년에는 12% 가까이 증가했다. 그 규모가 3.5배 이상 커진 것이다. 이렇게 사회복지가 발전할 수밖에 없게 된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변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매년 10% 내외의 고속성장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자리와 기회는 누구나 열심히만 하면 매년 크게 성장하는 경제성장의 몫을 받아갈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복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복지문제가 발생을 하더라도 가족이 버팀목이 될 수 있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어려우면 일가친척의 도움이라고 받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사회복지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더라도 국민들의 복지 문제를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IMF 경제 위기 이후 이러한 조건은 사라지게 되었다. 당시 경제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과 고용불안의 문제가 본격화되었으며, 우리나라 경제는 이제 다른 선진국과 같은 저성장 구조로 고착화되어가고 있다. 이미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지게 된 우리나라에서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또한 버팀목이 되던 가족의 의미도 급격하게 변화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결국 국가가 아니면 복지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고, 이 때문에 1997년 이후 복지가 대폭 확대되고, 어느 정당이 집권한다 하더라도 꾸준히 발전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더욱이 아직 우리나라 복지지출 수준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한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로 더 크게 발전되는 영역은 사회서비스이다. 이전까지 복지의 발전은 주로 고용보험, 국민연금,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주로 실업, 노령, 빈곤으로 인한 소득의 상실을 보전해주는 소득보장제도가 중심이었다면 2000년대부터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제도 등 주로 사람을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휴먼서비스 중심으로 발전이 크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역시 고령화와 가구구조와 같은 급격한 사회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2000년에 노인인구 비율이 7%를 넘어서며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불과 18년만에 14%를 넘어 ‘고령사회(aged society)’로 진입하였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로 살피고 돌볼 수 있는 가족의 수도 급격히 줄어 1990년대만 해도 주된 가구구성이 3~4인 가구였지만 이제는 1~2인 가구가 60% 가까이 차지하는 주된 가구형태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복지문제 중에서도 특히 관계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의 보살핌과 돌봄이 필요하지만 이제 그럴 수 있는 가족은 점점 없어진다. 이러한 가족구조의 변화는 단지 고령층의 문제만은 아니다. 다양한 상호작용 속에서 자라나야 하는 아이들의 성장환경도 점점 열악해지고, 점차 고립되어가는 청년들의 삶도 불안정하다. 이전에는 가족관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다양한 문제들이 이제는 사회적이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 일자리의 변화와 휴먼서비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 등으로 미래에는 현재의 일자리 중 상당수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Mckinsey)가 발표한 2030년 미래 일자리 변화를 예측한 보고서(Jobs lost, jobs gained: Workforce transitions in a time of automation, 2018)에서 자동화에 따라서 2030년까지 전체 60%의 직종에서 30% 가량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이러한 비율은 소득수준, 인구통계학적 요인, 산업 구조 등에 따라 국가마다 차이가 나는데 대체적으로 국민 소득 수준이 높은 선진국일수록 자동화로 대체되는 일자리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2030년까지 약 25%의 일자리가 자동화로 대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자리가 감소하기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 소득증가, 고령화로 인한 수요 증대, 투자의 확대, 기술 개발 및 보급 등 거시적 변화(mega trend)로 인해서 5억 개에서 9억 개 가까운 일자리가 새로 창출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비교해 보면 미래의 변화로 인해서 급격하게 대체되는 일자리가 있는가 하면 새롭게 늘어나는 일자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어떠한 일자리가 가장 크게 감소하게 될까? 기계와 인공지능 등으로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신체적 업무나 단순한 데이터 처리나 수집 업무가 가장 자동화로 큰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그림 2] 미국과 유럽에서 2016년 대비 2030년 기술영역별 노동시간의 변화 전망(단위: 10억 시간)

 그렇다면 가장 대체가 어려운 일자리는 무엇일까? 사회적으로 소통과 공감능력을 요구하는 사회복지, 상담, 심리치료 영역이 경영관리 영역과 함께 가장 대체가 어려운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마찬가지의 맥락에서 미래에 증가할 일자리와 관련된 업무는 전문성과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는 업무들로 전망되고 있다. [그림 2]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IOT 기술 중심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물론 가장 수요가 늘어나는 기술은 이와 관련된 기술이지만 그 뒤를 잇는 것은 사회적이고 감정적인 기술, 그리고 고도의 인지적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휴먼서비스 영역의 핵심적 기술에 해당한다.

인간과 관계 중심의 패러다임 전환

 휴먼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은 단지 복지의 발전과 기술발전에 의한 일자리 전망에서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근본적으로는 ‘인간에게 정작 무엇이 중요한가’ 라는 질문과도 연관이 있다. 글의 서두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그동안 물질적 성장에만 가치를 두었던 이전의 패러다임은 지금의 감염병의 위기, 그리고 기후변화와 같은 인류 생존의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때는 물질적 성장이 곧 인간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이스털린의 역설’이 보여주듯이 물질적 성장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더이상 행복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가난한 상태에서 소득의 증가는 행복을 증가시켜주겠지만 어느 정도 소득이 충족되면 더 소득이 증가한다고 해도 더 행복해지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던 때야 경제성장이 가장 중요했을지 모르지만 이미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에 이른 수준에서는 경제성장이 국민의 삶의 만족을 높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물질적 성장이 아니라 행복과 삶의 질,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소득보다는 안정성, 일과 생활의 균형 등 삶과 관계에 대한 중요성들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휴먼서비스는 엄청난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이나 상당한 고소득을 올리는 일자리는 아니지만 인간으로서 어려움을 겪는 인간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인간과 삶의 가치를 중심에 놓고 있으며, 인간적인 성취와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적정한 일자리(decent job)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인간은 결국 모두 행복을 추구한다고 할 때 그 행복은 대부분 혼자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느끼게 된다. 그래서 최근 휴먼서비스에 있어서도 인간중심돌봄(person-centered care), 관계적 복지(relational welfare)와 같이 관계를 통해 사람의 역량을 증진시키고,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증진시키도록 하는 실천방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이전에 휴먼서비스 자체가 고립된 인간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의 인간, 환경 속에서의 인간을 인식하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나 관계 부조화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개입과 활동을 말한다. 그래서 이제 인간과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 이를 위한 전문적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휴먼서비스학과가 오는 2022학년도 우리 영남대학교에 새롭게 개설되는 것은 그만큼 큰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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