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조직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영봉] 조직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 조현희 편집국장
  • 승인 2021.09.27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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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학자 파슨스는 사회체계가 개인의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해 체계의 요구를 지지하도록 통제한다고 봤다. 이처럼 개인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문화나 사고방식에 영향을 받으며 살아간다. 대개 인간이라면 사회 조직에 소속돼 자아 정체감을 형성하며 자신이 속한 조직의 행동 방식을 학습한다. 이를 통해 사회화를 이뤄내고 해당 조직에 자연스레 동화된다. 우리 대학교 구성원들 또한 ‘영남대학교’라는 단체 아래 한 주체로서 조직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조직은 조직만의 문화가 있다. 수직적 체계가 효율적으로 작용하는 조직이 있을 수도 있으며, 수평적 분위기에서 발전하는 조직이 존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이란 개개인들이 모여 있는 공동체란 특성을 갖기에 구성원들의 의견이 오갈 수 있어야 한다. 즉, 어떤 조직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 소통’ 혹은 ‘민주성’이 필요조건으로 전제된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영남대학교’란 어떤 조직인가. 3년가량 학보사 활동을 하며 내가 본 영남대학교는 다양한 성격을 띠고 있었다. 한 동문의 거액의 발전기금 기탁으로 과학도서관 리노베이션이 이뤄지고, 각 학내 단체 대표들이 대학 위기 극복을 위한 협력을 선언하는 것과 같이 상생의 성격을 보였다. 그런 한편 총장선임 방식을 두고 법인 측과 학내 단체 간 의견이 마찰하고, 학생사회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은 날이 갈수록 커지는 등 갈등의 성격을 띠기도 했다.

 상생을 위해 협력하는 우리 대학교의 모습은 많은 구성원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그러나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떤 이들은 누군가 조직에서 보고 겪은 악습을 밝히거나 어떤 사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그를 ‘대학의 발전을 해치며 조직을 망가트리려고 하는 자’로 덮어씌웠다. 나 또한 학내 부조리에 관한 취재를 할 당시, “대외적으로 학교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을 키워야 하나”라고 말하며 해당 일을 고발한 이를 비난하는 취재원을 보기도 했다. 민주성과는 거리가 먼 폭력적인 태도였다.

 사실 조직이 존속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대내외적 이미지를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잘못된 관습을 개선하지 않고 이를 덮기에만 급급해한다면 조직 구성원들은 그 행동 방식을 답습하게 되며, 악습은 그대로 대물림된다. 잘못된 관례를 바꾸는 데 동참해야 한다. 부조리한 문화를 바꾸긴커녕 그러한 분위기에 동화돼 아무도 의견을 비치지 않는 대학의 이미지는 오래갈 수 없다.

 나 또한 영대신문이라는 한 조직의 장으로서 여러 기자의 목소리를 듣고, 잘못된 편제나 관행은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편집국 내에서 직위의 차이로 인해 잘못된 것을 지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까 봐, 원하는 기사를 쓰지 못할까 봐 늘 기자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는 상명하복 시스템이 강요되는 곳이 아니기에, 조직의 장기적인 존속을 위해서는 민주성이 필수 요건으로 제시된다. 진정으로 조직의 발전을 원한다면 그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악습이라도 끊임없이 개선을 요구하고, 소수의 의견일지라도 옳고 그름을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 조직은 구성원들 간 소통과 화합이 원활히 일어날 때 비로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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