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무기력이 무기가 되지 않게
[사색] 무기력이 무기가 되지 않게
  • 이연주 문화부장
  • 승인 2021.09.27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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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 당신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고 한다면, 당신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누군가는 ‘지금이 좋아’라고 말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서슴없이 ‘과거로 돌아가겠다’고 답했을 것이다. 그리고 덧붙여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았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라면 이내 고개를 저으며 대답을 철회할 것이다. 실제로 어린 시절의 ‘나’는 감히 노는 게 세상의 전부였으며 아무런 걱정 없이 살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성인이 되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었다. 어느 날 이런 나에게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닌 ‘무기력함’이었다.

 무얼 해도 지루하고, 시간은 더없이 가지 않는 날이 있다. 비록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아깝지만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나에게 어떠한 도움이 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 이러한 무기력함에서 오는 회의감은 한번 들어오면 좀처럼 빠져나갈 수 없게 됐다. 신체적·정신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뜻하는 ‘슬럼프’, ‘번아웃 증후군’도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각박한 현실 속 하루하루를 버티게 만들었다. “대학 가면 실컷 놀 수 있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하나둘씩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한 경쟁에 뛰어들고, 그럼에도 취업 문턱을 넘기엔 턱없이 부족해 행복한 미래를 꿈꿀 기회조차 용납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잡코리아가 취업준비생 1,8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7.7%가 ‘취업 준비 중 번아웃 증상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청년 세대는 취업 준비에 대한 피로감과 같은 사회적인 이유로 무기력함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요인에도 어쩌겠는가. 우리는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하루빨리 무기력한 기분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베스트셀러로 등극한 책 이름처럼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 바로 지금, 무기력함을 훌훌 털어버리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위한 인생을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마치 영화 ‘어바웃타임’의 주인공처럼.

 “이제 난 시간 여행을 하지 않는다. 하루를 위해서라도 그저 내가 이날을 위해 시간 여행을 한 것처럼 나의 특별하면서도 평범한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하며 완전하고 즐겁게 매일 지내려고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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