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멋이 깃든 생활한복
전통과 현대의 멋이 깃든 생활한복
  • 이상준 기자, 신가은 준기자
  • 승인 2021.09.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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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우리는 한복을 ‘명절’에만 입는 옷으로 인식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최근 K-POP과 동북공정 등의 이슈로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복도 우리의 일상과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 모두 취향에 맞는 생활한복을 입고 ‘힙’한 우리 문화를 즐기는 한복 패셔니스타가 돼보자.

생활한복, 어떻게 변해왔을까?

 1,600년간 이어진 우리나라 고유의복인 한복은 그 세월에 맞게 수많은 변천사를 거듭해왔다. 21세기 무렵, 일상생활에 편리하게 제작된 생활한복이 등장하면서 생활한복은 더 이상 특별한 날에만 입는 예복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입는 의복이 돼가고 있다.

 생활한복, 이런 점이 특별해=생활한복이란 생활하기에 간편하고 실용적으로 만든 한복을 뜻하며, 신한복 퓨전한복 하이브리드 한복 패션한복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는 전통 한복의 구성과 형태를 유지한 ‘예복용 전통한복’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착용하기에 편리하도록 한복의 구성과 형태, 소재 등을 변형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현대적으로 재해석됐기에 일상복처럼 연출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권혜진 스튜디오 혜온 대표는 “생활한복은 한복 고유의 고급스러움을 현대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철학을 내포하고 있는 옷”이라고 설명했다.

 생활한복이 탄생하기까지=생활한복의 역사는 구한말 이후 나타난 개량한복의 역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전통사회에서 근대화된 사회로 이행하는 시기에 여성의 사회활동이 확대되면서 신여성이 등장했다. 신여성은 구한말 서구의 사상과 지식을 교육받은 여성으로, 기존 가부장제와 낡은 관습에 대항하고 여성의 자유로움을 추구하고자 했다. 이들은 한복 치마 길이를 짧게 하고, 저고리를 길게 만들어 활동하기 편한 옷으로 한복을 개량했다. 또한 외출 시 조선 여인들이 쓰던 장옷이나 쓰개치마를 벗어버리면서 더욱더 활동성을 더한 방향으로 한복의 변형을 시도했고, 이렇게 탄생한 한복이 개량한복이다.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산업화로 인해 급격한 생활양식의 변화를 맞게 됐다. 양장의 보급 및 확산으로 한복은 불편하고 트렌드에 맞지 않는 옷으로 인식돼 1970년대에 들어 의복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게 됐다. 이후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자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자 한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한 노력들이 이어졌다. 이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한복입기 운동’이 전개됐다. 당시 ‘질경이 우리옷’을 비롯한 한복 업체들은 전통한복 모양을 단순화하고 면 소재와 천연염색을 사용한 생활한복을 개발하고 보급함으로써 우리 옷 입기 운동을 주도했다. 이를 계기로 한복이 다시 주목받게 되면서 일상생활에 적합한 생활한복이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김정숙 교수(의류패션학과)는 “해당 운동은 한국과 전통문화와 패션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국제적으로 우리 문화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젠 취향에 맞게 골라 입어요=초기의 생활한복은 전통한복의 기본 구조와 양식을 유지하면서 깃, 고름, 소매 등 복식의 각 부분에 변화를 주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또한 비싼 실크 소재의 전통한복과 달리 세탁이 편하고 실용적인 면 소재와 천연염색 등으로 만들어진 생활한복은 편안하고 넉넉한 품을 가진 것이 특징이었다. 하지만 이는 칙칙한 색상과 헐렁한 실루엣 등 패션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중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에 권혜진 대표는 “초기 생활한복은 한복의 전통성에만 치우쳐져 패션성을 가미하지 못해 대중화되기 어려웠다”고 평가했다.

 한편 2000년대에 들어 현대의 생활한복은 디자인이 다양하고, 패션성이 가미됐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세트 인 슬리브 *다아트 주머니 등 현대복 구성법이 도입됐고, 디지털 프린트로 제작된 전통무늬와 레이스 등 현대적 의류 소재가 사용되면서 최근에는 더욱 발전된 현대적 생활한복을 찾아볼 수 있다. 더불어 철릭 원피스 허리치마 두루마기 코트 등의 다양한 생활한복 디자인이 등장함으로써 대중들은 취향에 맞는 생활한복을 고를 수 있게 됐다. 김정숙 교수는 “이처럼 생활한복은 대중들이 우리 옷에 대해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변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젊은 층에게 한복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생활 밀착형 문화가 정착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세트 인 슬리브: 진동 둘레선에 맞게 몸판에 부착되는 기본 소매
 *다아트: 대칭부분을 접어 바느질하는 기법

전통과 변화의 갈림길에서

 전통의 미(美)가 담긴 새로운 현대 패션 트렌드로 생활한복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생활한복의 대중화를 위한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중이다. 하지만 전통과 현대의 갈림길에 선 생활한복 문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생활한복, 우리 삶에 잘 스며들 수 있을까?

 생활한복, 새로운 문화를 낳다=한복이 21세기 트렌드에 맞춰 꾸준히 변화해오자 생활한복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전통을 하나의 트렌드로 받아들이는 뉴트로 열풍과 함께 BTS, 블랙핑크 등 유명 연예인들이 패션한복을 입고 대외적으로 활동하면서 MZ세대들이 생활한복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김혜수 배화여대 교수(한복문화콘텐츠과)는 “남과 다른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려고 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젊은 감각의 생활한복이 각광받고 있다”며 “이는 생활한복 확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생활한복이 젊은 층을 중심으로 주목받자 생활한복 대중화를 위한 기업 및 기관들의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6월, SPA브랜드 스파오는 한복브랜드 ‘리슬’과의 협업을 통해 단순한 색과 문양으로 제작된 생활한복을 출시함으로써 생활한복에 대한 소비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고자 했다. 또한 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복을 생활화하고 시장성을 넓히기 위해 내년부터 ‘한복 교복’을 도입할 25개 중·고등학교를 모집했으며, 한복근무복을 문화예술기관에 시범 보급하기도 했다. 권미루 한복문화활동가는 “생활한복 대중화를 위한 사회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인해 한복은 전통을 넘어 현재도 살아 숨 쉬는 우리의 새로운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vs현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생활한복 대중화를 앞두고 일각에서는 실용성 높은 가격 전통성 와해 등을 이유로 생활한복 문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2018년 9월, 서울시 종로구는 고궁 무료입장 조건에서 퓨전한복을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퓨전한복이 지나치게 상업성을 띠고 있어, 한복 고유의 전통성을 와해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더불어 생활한복은 디자인 의류로써 대량 생산되지 않아 가격이 높게 책정되고, 기성복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 생활한복 대중화를 저해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승주 씨(수학교육4)는 “생활한복의 가격 및 실용성 부분이 생활한복에 대한 관심을 하락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일각에서는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생활한복 문화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규정된 한복 디자인이 없을뿐더러, 의복 형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수민 씨(정치외교2)는 “현대적으로 변형된 생활한복을 입는 사람이 증가할수록 한복 문화는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세기 중국과 베트남의 전통의상 ‘치파오’와 ‘아오자이’가 서양 복식 패턴으로 새롭게 개량됨에 따라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끌어내고 있어 한복 문화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조선 후기의 복식 형태인 전통한복도 신라, 고려, 조선을 거치며 끊임없이 변화돼 왔기에 생활한복 또한 현대 복식 형태로의 변화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미루 활동가는 “한복의 전통성을 계승하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전통과 현대의 멋을 누리기 위해=생활한복은 전통과 현대의 멋을 모두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에 생활한복의 진정한 대중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전통과 현대의 균형 있는 발전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김혜수 교수는 “생활한복은 전통성을 훼손하지 않는 한에서 한복 본연의 모습을 계승해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우리가 직면한 현시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는 한복의 변화를 이해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이순협 시안침선교육원장이 알려주는 생활한복 제작과정

 1. 생활한복 제작 전: 생활한복은 디자인 구상 디자인에 적합한 원단 선정 패턴 작업 재단 봉제 옷 완성 순으로 제작돼요. 생활한복 제작 전 갖춰야 할 준비물로는 기본적인 봉제 도구, 자, 패턴을 뜰 수 있는 재단 종이가 있어요.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디자인을 구상해요. 생활한복은 생활하기에 편하게 만든 우리 옷이기에 한복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면서 편안한 착용감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해요. 그래서 한복의 선과 패턴을 현대적으로 녹여내려고 노력하죠. 디자인을 구상한 후에는 생활한복 제작에 사용될 원단을 골라요. 한복에 자연적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원단은 주로 ‘면’, ‘마’, ‘린넨’ 등 실용적인 소재를 사용해요. 더불어 한복이 출시될 계절에 맞춰 사용되는 원단이 달라지기도 해요.

 2. 생활한복 제작에 사용될 원단 재단: 생활한복 제작에 사용될 옷감을 생산하기 위해 한국 복식 패턴과 서양 복식 패턴의 사용 여부를 결정해요. 디자인을 전통에 중점을 둔다면 한국 복식 패턴을, 현대적인 요소에 중점을 둔다면 서양 복식 패턴을 사용해요. 서양 복식 패턴으로는 ‘세트 인 슬리브’ 방식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원단 재단 방식을 결정한 후 생활한복 제작에 사용될 옷감 중 가장 중요한 길(몸판)과 소매를 먼저 재단해요. 그리고 깃, 고름, 허리말기 등 부수적인 것들을 재단하죠. 직선 재단을 사용하는 전통한복 제작 방식과 달리 생활한복은 곡선 재단 및 입체 재단 방식을 사용해요. 이때 가장 기본적으로 식서(천의 가장자리)를 세로로 고정하고, 원단에 따라 올(실 한 가닥)을 반듯하게 골라서 정리해야 해요. 원단의 올을 반듯하게 정리해야 옷이 깔끔하게 제작되기 때문이에요.

 3. 옷감 봉제 후 완성: 원단 재단이 끝났다면, 옷감을 마름질한 후 봉제 작업을 시작해요. 주로 봉제할 때의 작업 순서는 등솔 박기(연결) 길과 섶 연결 길, 소매 연결 안감 마름질 겉감과 안감 연결 뒤집어서 깃 달기 고름 달기 과정으로 진행돼요. 여기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깃을 봉제하는 작업이에요.

 깃은 옷의 디자인과 착용감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기 때문에 깃이 잘 봉제 돼야 한복의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할 수 있어요. 또한 착용 시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 겉감과 안감 연결에 있어 뒤틀림 없이 작업하는 것도 중요해요. 옷감을 봉제할 때는 주로 재봉틀을 사용하지만 정교하고 깔끔한 마감을 원할 땐 손바느질을 해요. 이러한 마무리 작업이 끝나면 마침내 생활한복이 완성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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