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고독생(孤獨生)’과 ‘고독사(孤獨死)’
청년들의 ‘고독생(孤獨生)’과 ‘고독사(孤獨死)’
  • 박수연 기자, 장효주 준기자
  • 승인 2021.09.2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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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고령층의 전유물로만 생각돼온 고독사, 그러나 최근 20대 청년의 고독사도 지속해 늘고 있다. 증가하는 1인 가구와 취업난, 코로나19 사태 등 청년 고독사는 사회의 아픈 단면을 반영하고 있다. 20대들이 짊어진 상처는 무엇이며, 이는 어떻게 치유해야 할까.

*윤동주의 시 「병원」(1940) 중 일부

무엇이 청년들을 고독한 죽음으로 이끌었나

 사회는 지금까지 청년과 고독사를 연관이 없는 것으로 치부해왔다. 그러나 청년 고독사는 여러 통계를 통해 이미 유의미하게 드러났으며, 이제는 그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식 통계조차 없는 고독사=국내에서 고독사는 제도적인 개념과 기준이 정확하게 마련돼 있지 않았기에, 그 현황은 무연고 사망자 통계만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고독사를 보다 체계적으로 예방·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제시된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고독사 예방법)이 지난 4월 시행됐다. 여기서 우리나라 현행법상 최초로 고독사가 정의됐으며, 이는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법에 기재된 ‘일정한 시간’에 대한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이에 고독사의 ‘일정한 시간’에 대한 기준을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르게 접근할 경우 실무적인 업무처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양천수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고독사 예방에 관한 조례 제정 시 해당 기준을 더욱 구체화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독사, 더는 노년층만의 것이 아니다=현행법에서 고독사가 정의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독사는 주변 사람과 단절된 ‘독거노인’이 홀로 숨진 후 발견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KBS [시사직격] ‘2021 청년 고독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사 발생 건수는 4,196건으로 2013년에 비해 2.5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고독사가 더는 고령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대해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과)는 “청년들의 고독사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면 청년들은 고독사한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함에 따라 자살을 시도할 것”이라며 “이는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청년들은 왜 죽음을 택하나=2019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0대가 18.2%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들 중에는 시설에서 퇴소하거나 가족이 갑자기 해체돼 혼자 살게 된 경우도 상당하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활동을 통한 의견 교류나 사회 경험을 거의 할 수 없다. 타인과의 접촉 없이 단절된 삶을 살아가며 느끼는 고립감과 외로움은 자살을 생각하게 하고, 이는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우리 대학교 학생상담센터의 ‘재학생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 중 가장 높은 응답은 ‘인생의 의미를 찾지 못할 때’(33.9%)였으며, ‘학업 및 진로취업 문제’(18.3%), ‘대인관계문제’(16.1%)가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회적 분위기가 소외자를 만들고 주변에 빌붙어 사는 느낌이 들게 하는 분위기로 유지된다면, 국가의 정책만으로 청년들의 죽음을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임운택 교수는 “졸업 후 부모에게 의존하기 수월치 않은 청년들의 대인관계가 위축되고 개인화 경향이 심해지면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개인주의로 인한 공동체 의식의 붕괴로 주위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사회적 분위기와 문화가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명호 중앙대 교수(심리학과)는 “사회적 분위기는 자살률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는 행복을 추구하고 공동체 안정을 추구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전했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20대들의 증가하는 죽음, 이는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은 이들의 죽음을 단편적이고 개인적인 현상으로만 판단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지속해서 증가하는 20대들의 죽음은 패턴화된 죽음이기에, 이를 막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될 필요성이 대두된다.

 청년들을 위한 보호망을=사회적 변화와 경제적 상황으로 홀로 죽는 사람이 늘어간다면, 그에 걸맞은 보호망이 마련돼야 한다. 청년 시신이 발견된 고독사 현장의 특징은 대부분 쓰레기 가득한 고시원 방 한 칸이나 원룸 등 열악한 주거환경이었다. 이처럼 취업난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빈곤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청년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고독사가 사회적 추세로 확장되고 있는 반면, 이에 대응하는 법적 제도나 사회·경제적 장치가 미비한 현실을 지적했다. 심리 치료, 사회적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영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많은 복지시설에서 어르신 돌봄, 영유아 서비스 등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 대상에 청년은 포함되지 않는다. 허창덕 교수(사회학과)는 “사회정책은 사회 구성원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청년들의 죽음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은 해당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또한 많은 청년정책이 20대들이 처한 상황을 명확히 반영하지 못해 역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주장에 따르면 청년수당 등의 무조건적 금전정책은 오히려 청년들이 현실에 안주하게 만들어 이들의 무력감 및 의지 상실을 증폭시킨다. 이에 대해 허창덕 교수는 “일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의 공급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등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욱 실효적인 법적 장치 필요해=우리나라는 고독사 예방법을 제정해 지난 4월부터 이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독사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게 명시돼 있을뿐더러, 충분한 인력 및 시간 투입 없이는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해당 법안이 ‘상징적인 법률’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한다.

 한편 고독사에 이르기까지 나타나는 징후를 파악하고 위험군을 면밀히 관리하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처방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고독사 위험자를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예방 조치를 투입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천수 교수는 “고독사 위험자를 전담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을 법으로 제도화하는 것 등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언제든 도움받을 수 있어요=우울증을 겪거나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면,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우리 대학교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대구시 달성군건강복지센터에서는 자살 고위험군 평가 후 개입 및 사례관리, 응급위기상황 개입 및 사후관리를 통해 맞춤형 자살예방 상담 및 치료를 제공한다. 또한 연령대별 자살 예방 교육을 하고 있으며, 자살위기 대응을 위해 응급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 대학교 학생상담센터에서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매년 정신건강검사를 시행해 자살 위험성이 높은 학생들을 선별하고, 위기정도에 따라 차별적인 개입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고위험군 학생들의 경우 교내 상담전공 교수님들로 구성된 안전망 체계를 구축해, 위기사례 자문 및 상담을 연계하고 있다. 학생상담센터는 위기학생들에게 적절한 개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자살예방교육, 또래 상담자 교육, 교수 대상 상담 교육 등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서윤정 학생상담센터 연구원은 “도움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학생상담센터에 와서 상담을 요청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세요

 서윤정 학생상담센터 연구원: 자살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입니다. 먼저 언어적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자살에 대한 생각이나 계획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극도로 우울하거나 불안해하며 삶의 무가치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신체적으로는 식사나 수면 패턴의 변화가 크고 혼자 있으려 하거나, 자살 도구를 구매하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징후를 보이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관심을 두고 지켜봐 주세요. 누군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자살시도 자체가 예방될 수 있기에, 혼자 두기보다는 함께 있으면서 대화를 많이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장소에 있지 못하게 하고 칼, 끈 등 자살에 이용될 수 있는 물건들을 치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자살을 생각하는 주변인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

1. 자살이나 심리상태가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논쟁하지 않는다.
예) ‘자살은 나쁜 거야’, ‘너는 젊어, 너는 살아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

2. 지인의 기분을 평가 절하하지 않는다.
예) ‘왜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해?’, ‘죽을 용기가 있으면 그런 자세로 살아라’

3.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얘기하거나 위험에 대해 가볍게 대처하지 않는다.
예)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다’, ‘신께서 길을 안내해 주실 거다’

4. 결정적인 묘수를 제공하려고 조언하지 않는다.

5. 비밀 보장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하라.

6. 자살위험자로 판단될 때 혼자 두지 않는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한국생명의전화 1588-9191
※학생상담센터 상담실 053)810-1407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최환홍 달성군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팀 담당자: 코로나 펜데믹이라는 재난 상황으로 ‘혹시 내가 코로나에 감염되진 않을까?’, ‘코로나에 감염돼 다른 사람들한테 피해를 주면 어쩌지?’, ‘사회적 거리두기로 친한 친구들도 못 만나서 너무 힘들다’ 등의 생각으로 정신건강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첫째,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정도의 불안으로만 유지하여야 합니다. 대부분의 불안은 우리가 더 키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 일에 대한 후회,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일들에 대한 걱정들은 가능하면 멀리하고 지금 이 순간에 걱정해야 할 일들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심리적으로는 타인과 적극적으로 연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누군가와 연결이 됐다는 느낌은 마음을 편안하고 안정적인 느낌이 들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셋째, 과도한 부정적인 정보로부터 되도록 노출을 피해야 합니다.

 넷째, 규칙적인 생활과 함께 신체적인 활동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순간에도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라 우리 중 한 사람’임을 꼭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고 있는 청년분들께서는 힘들어하는 주변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1577-0199, 1393 번호를 알려줘 도움받을 수 있도록 부탁드리겠습니다.

 ※달성군건강복지센터: 053)643-0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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