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박사의 위치 : 외면받는 현실
국내박사의 위치 : 외면받는 현실
  • 엄수진 기자
  • 승인 2021.09.27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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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사는 차세대 미래를 이끌어 나갈 중요한 고급인력이다. 해마다 박사학위 취득비율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박사 일자리 부족, 처우 열악 등의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부터 박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학위 취득은 증가, 취업률은 감소

 20년 사이 박사학위 취득자의 비율은 증가했지만, 박사학위 취득자의 취업률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고급인력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박사학위 취득자의 취업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너도나도 박사학위 취득=지난해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는 총 1만 6,139명으로 지난 2019년 대비 약 5.4% 증가했다. 2017년 이후 국내 대학 졸업자의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박사학위 취득률 증가의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높은 대학 진학률을 꼽을 수 있다. 2021학년도 대학 진학률은 79.2%로, 현재 많은 학생을 대상으로 고등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 진학률이 높지 않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이는 고등교육이 보편화 됐을 정도로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학생들은 비교적 진학률이 높은 학·석사과정과의 차별화를 위해 박사학위를 취득한다. 장휘창 씨(교육학 박사2기)는 “박사학위 취득을 통해 학사나 석사의 위치에서는 지원할 수 없는 직무에 도전할 수 있어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이공계열의 기업을 중심으로 고급인력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남과 동시에 일자리 불안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직장인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직장 활동을 병행해 신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의 비율은 56%로, 2019년에 비해 8.7%가 상승한 수치다. 이는 직장인이 업무 시 더 전문화된 역량이 필요하다고 느끼거나, 추후 좋은 조건으로 이직 혹은 승진을 하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수요 없는 공급=지난해 9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서 박사학위 취득자 9,103명을 대상으로 ‘국내 신규 박사학위 취득자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들이 취업한 비율은 54.9%에 그쳤다. 지난 2017년 8월 및 2018년 2월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박사학위 취득자의 취업률이 26.1%나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9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간한 조사통계그래프에 따르면, 학업에만 전념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졸업생 중 46.1%가 대학에 취직할 정도로 상당수의 박사학위 취득자가 대학으로의 취업을 희망했다. 하지만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함에 따라 대학 재정이 악화되면서 대학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박승우 대학원장(사회학과)은 “학령인구 급감으로 대학 운영을 위한 환경이 열악해지면서 시간강사나 박사후연구원 등의 채용 기회가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2019년 시행된 강사법도 박사학위 취득자의 취업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법에 따르면 대학은 강사의 고용 안정을 위해 강사를 1년 이상 임용하고 3년간 강사의 재임용 절차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대학 측에서는 강사법 시행으로 추가적인 재정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강사 채용 규모를 대폭 축소하면서 최근 박사학위 취득자들이 강사로 취직할 수 있는 기회가 좁아지고 있다.

 이처럼 박사학위 취업률이 꾸준히 감소하면 고급인력에 대한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정창윤 교수(기계공학부)는 “고학력자들이 많이 배출되지만, 해외로 나가는 인력유출이 심하다”며 “고부가가치 사업의 가속화를 통해 공급과잉의 박사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여전히 열악한 박사의 위치

 박사들은 취업률 감소 외에도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예산 감소, 구직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에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의 박사가 겪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취업 외에도 남아있는 숙제=박사학위 취득자들은 일자리 감소 외에도 불안정한 일자리, 연구 여건 열악 등의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교원을 준비하는 박사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으로 전임교원을 새로 충원하는 대학이 거의 없어 대학으로의 취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장휘창 씨는 “신규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대학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있던 전임교원과 경쟁해야 한다”며 “이에 따라 신규 박사학위 소지자들이 취업할 수 있는 대학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비전임연구자들의 연구 여건 열악이란 문제도 존재한다. 이들은 연구개발 과제 상황에 따라 고용이 결정돼 신분이 불안정하다. 익명을 요청한 박사과정 대학원생 A 씨는 “실적 부족 등으로 인해 자신이 원하는 과제가 연구개발 과제에 선정되지 못한다면 원하는 연구를 지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비전임연구자들의 처우를 장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창윤 교수는 “비전임연구자들이 연구개발 과제에 선정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봉급을 받을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실효성 있는 정책 필요해=한편 박사과정에 있는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느끼지만, 그 양상은 조금씩 차이가 난다. 특히 인문사회 박사급 연구자들은 인문사회계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고, 학문후속세대의 위기 또한 심화되고 있어 연구개발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A 씨는 “박사과정 동안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신규 박사들의 연구 지원과 관련된 예산이 늘어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난 2019년 4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화체육관광부는 인문사회계열 박사급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강의에 집중할 수 있도록 ‘2019~2022 인문사회 학술생태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에 따르면 인문사회 전공자들이 대학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 각 분야에서 활발하게 강의, 연구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에도 불구하고 인문사회계열 연구개발 지원은 여전히 열악한 실정이다. 지난 2016년에는 16.1조 원이었던 전체 연구개발 예산이 올해 27.4조 원으로 대폭 증가한 반면, 인문사회분야 예산은 2,968억 원으로 동결돼 사실상 크게 감소했다. 이에 대해 박승우 대학원장은 “해당 방안이 발표되고 그 내용을 검토한 후 정책 성과에 대해 상당한 기대를 했으나 아직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열악한 처우 개선을 위해=전문가들은 열악한 연구 및 취업 환경에 놓여 있는 연구자들에게 실효성 있는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즉, 학문 생태계가 무너지거나 인재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처우 개선 및 연구비 지원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창윤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단기적인 연구과제가 많아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는 경향이 있기에 신진연구자들을 장기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끝으로 박승우 대학원장은 “박사학위 취득자의 취업을 위한 가장 중요한 관건은 대학과 대학 구성원의 노력에 달려 있다”며 “시대 변화와 사회적 수요에 맞는 우수 인재를 양성 및 배출하기 위해 대학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사, 꿈을 펼치다

 학·석사와의 차별성을 두고 자신만의 강점을 기르기 위해 박사학위 취득에 뛰어드는 대학원생들이 증가하고 있다. 연구원이라는 꿈을 향해 박사학위 취득을 준비 중인 장휘창 씨(교육학 박사2기)를 만나 박사학위 취득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사학위를 취득하려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교육학 관련 직무는 대부분 연구직이 많아요. 교육과정평가원이나 교육개발원 등 연구직에 취업하기 위해서 박사학위가 필수적으로 요구돼요. 연구원으로의 취업을 희망해 박사학위 취득을 준비하고 있어요.

 어떤 분야에서의 박사학위 취득을 준비 중인가요?
 교육학 전공 안에는 다양한 세부 전공이 있는데, 이 중 교육과정을 전공하고 있어요. 교육과정 전공은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등 교육과정의 철학적인 부분을 공부해요. 또한 실제로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 정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을 공부하는 분야죠.

 박사학위 취득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석사학위 논문에 비해, 박사학위 논문은 심사과정이 훨씬 세분화돼 있어요. 또한 학위 취득을 위한 요건으로 학회지에 논문을 투고해야 하는데, 논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제 생각을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부분이 아직 미숙해 다소 어려움을 느껴요.

 박사학위 취득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전공에서의 차별화를 위해 박사학위를 취득하러 오는 학생들이 많아요. 하지만 대학원 공부는 쉽지 않은 과정이므로 학위 취득에 대한 마음을 굳게 먹고 대학원에 진학하길 권해요. 교수님의 지도를 잘 따르고 열심히 공부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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