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60주년 기념호]60주년 기념 인터뷰Ⅰ- 김지하 석좌교수
[개교 60주년 기념호]60주년 기념 인터뷰Ⅰ- 김지하 석좌교수
  • 편집국
  • 승인 2007.06.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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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남 몰래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고등학교 시절에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시인, 바로 ‘타는 목마름으로’로 대표되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존재인 김지하 시인이다.
재작년부터 우리대학 석좌교수로 매달 특강을 하시며 현재는 생명학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최근 ‘생명학회’ 창립 등으로 바쁜 김지하 시인을 우리대학 60주년 기념 인터뷰에 초대하였다
.

Kim is one of the people who symbolized the Korean Democracy Movement of the sixties. He has been a professor-extraordinary at Yeungnam University for the past two years, giving lectures on 'Life Studies'.

嶺南學(영남학)과 영남대학 "Yeungnam Studies" at the University

우리대학이 참 넓다. 둘러본 적이 있는가?
예전에 석좌교수가 되기 전에 둘러본 적이 있는데 역시 매우 넓은 것 같다. 여기가 원효의 탄생지가 아닌가? 정신 사상에는 우연이 없다고 한다. 즉 신의 섭리이자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대학이 생명을 이야기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겠나? 바로 ‘여백’이다. 생각도 물질과 똑같이 탐구하면 탐구할수록 복잡해진다. 학문 연찬과 토론 과정에서 텅 빈 마음을 잃지 않을 수 있지 않은가? 생명의 기초는 텅 빈 ‘공(空)’에서 시작한다. 무엇이든지 ‘빈틈’이 있어야지 부패하지 않는다고 한다. 영남대학은 그 점에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교수님은 민주화의 상징으로 고생도 많이 하셨고 학창시절의 저희들의 우상이었다. 처음에는 우리학교로 오실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다. 선뜻 오셔서 지금은 우리대학의 큰 어른이 된 것 같다. 우리 대학에서 지난 2년 동안의 소감은?
석좌교수로 오면서 느낀 것이 이것이 정말 ‘중도(中道)’가 아닌가 생각한다. 호남의 성격의 가장 잘 드러나는 목포에서 자란 사람이 영남 그리고 대구의 정신적 두뇌,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영남대에서 강의를 한다는 것이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계명대 조동일 교수가 “호남은 저항과 예술의 땅인데 김지하가 상징하고, 영남은 문학과 철학의 땅인데 내가 담당했다. 근데 김 시인이 두 개 다 하려니까 오만하다.”라고 했다.

영남학에 대해…
영남학의 시작은 원효라고 생각한다. 그 후 최제우(崔濟愚), 김범부(金凡父) 등 그들을 통해서 발전해왔다. 내 관점으로 ‘영남학(嶺南學)’에 대해 수운사상(水雲思想)으로 요약하면 밖으로는 생명, 안으로는 영성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진정한 생명은 매우 혼돈된 것이면서 질서이다. 결국에는 거기에 돌아가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수운(최제우)의 사상이다.
영남학에는 귀명(歸命)사상 이후 지화지신(至化至神)까지 생명철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대신 그 생명이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고 내면의 심층적 마음과 결합되면서 이론적으로 전개되는 사상이 영남학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남학은 지금 내가 강의하고 있는 ‘생명학’과 서로 통하는 점이 많다.

동영철학자인 김범부를 제 3의 길을 간 사람이었다고 평가하셨는데?
현대 한국 최고의 천재라고 생각한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이후 제3의 휴머니즘으로 기존의 접근과 다르게 양자의 장점을 키우고 ‘한국학’에 추구하려 했기 때문이다. 제3의 휴머니즘은 미래 자본주의 단점을 밀어내고 장점을 취합한 것으로 자기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가 책을 많이 안 쓴 것이 아쉽지만 당시 전쟁 전이라 책을 내 놓을 수가 없었고 그만큼 그도 분주했다고 생각한다.

영남학과 우리대학이 나아갈 방향은?
석좌교수가 되기 전에 우동기 총장이 “영남학에 대해 강의 할 수 없겠느냐, 경주엑스포에 테마로 사용 할 수 없겠느냐?”라고 묻고 우리대학에서 ‘생명 평화 포럼’을 생각해보자고 했다.
‘생명에 입각한 평화’를 세운다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다. 생명학은 혼란스럽고 모순적 생성에 의한 학문이기 때문이다.
반기문 UN총장이 강대국과 약소국, 유색인종과 백인종 등 모든 개체에 토대를 둔 평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이와 같은 의미를 가진 생명학을 영남학의 한 전개과정으로 우리대학에서 발전시킨다면 우리대학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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