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이 채용인가, 깜깜이 채용인가
꼼꼼이 채용인가, 깜깜이 채용인가
  • 엄수진 기자
  • 승인 2021.08.30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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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똑같은 출발선 위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이 ‘깜깜이’ 채용이 아닌 본래의 취지에 맞는 ‘꼼꼼이’ 채용으로 확립되려면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제 모두가 ‘꼼꼼이’ 채용을 향해 나아갈 차례다.

공정 채용의 대학을 위해

 ‘교육’이라는 공익적인 목적을 실현하는 장인 대학에서는 공정 채용이 이뤄지고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공정’ 채용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공정하지 못한 채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진정한 공정 채용으로 나아가기 위해 대학도 변화의 길로 향할 차례에 선 상황이다.

 블라인드 채용 없는 ‘국·공립대’?=지난 2017년 공공기관의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되면서 국·공립대도 이를 실시하게 됐다. 하지만 면접관이 특정 지원자를 비방하거나 유리한 조건으로 채용을 진행하는 등 불공정한 채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인천대에서는 교수 채용 시 교육인사위원들이 특정 지원자에게 특혜를 부여했다. 또한 지난 3월 경북대에서도 교수 채용과정에서 간호대 학장이 특정 지원자를 밀어주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공개채용이 중단되기도 했다.

 기존 국·공립대의 교수 채용은 최고득점자가 최종합격자가 아닐 시 합당한 사유 미발표 과도한 인적정보 요구 대학별 심사위원 제척 기준 상이 모든 지원자의 구비서류 제출 지원자에게 채용서류 미반환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를 문제 삼아 지난 6월 ‘대학교원 채용절차 공정성 강화 방안’을 마련해 교육부와 국·공립대에 개선을 권고했다. 이에 교육부 측은 해당 권고에 의해 채용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마련한 방안에 따르면 직무능력과 무관한 지원자의 인적정보 요구가 금지된다. 또한 국·공립대 측은 친족관계, 학위논문 지도교수 등 지원자와 특수 관계에 있는 심사위원의 제척 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심사위원이 이해충돌 사유에 해당할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회피 또는 기피 신청을 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총장에게 징계 등의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한편 블라인드 채용에 불필요한 서류전형 단계가 없는 것과 달리, 국·공립대에서는 교원 채용 시 모든 지원자에게 구비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대학이 채용 시 서류평가를 실시할 경우 가능한 서류전형 합격자에 한해 구비서류를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지원자가 채용에서 최종 불합격하더라도 대학에 제출서류 반환 규정이 없어 지원자에게 서류를 반환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이에 지원자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침해가 발생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따라서 채용완료 후 탈락한 지원자가 채용관련 서류 반환을 요청할 시 대학은 해당 근거를 마련해 지원자의 서류를 반환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교수 채용은 ‘기초심사-전공심사-면접심사’ 등을 거쳐 심사위원이 채용후보자를 추천하면 총장이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최종 결정자가 권력을 남용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에 해당 방안에 따라 심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채용과정에서 최대득점자가 최종합격자가 아닐 시 최종결정권자는 해당 사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공정채용, 갈 길이 먼 사립대=지난해 5월부터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해당 법률안에 따르면 구인자는 구직자의 용모나 키 등 신체적 조건과 가족의 직업과 재산 등의 정보를 요구할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사립대에서 지원자의 신체적 조건이나 가족 사항에 관한 정보를 요구하는 등 해당 법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6월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에서 전국 92개 사립대의 직원 채용현황을 알아본 결과 20.6%(19곳)가 용모를 평가에 반영하며, 23.9%(22곳)가 입사지원서에 가족 사항을 기재하도록 했다. 또한 입사지원서에 학력을 기재하도록 한 대학은 75%(69곳)에 달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립대도 국가의 재정 지원을 받고 있으며, 교육기관이라는 공공성을 띄는 단체이기에 국립대와 같이 블라인드 채용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지현 사걱세 대표는 “사립대는 운영의 주체가 사인이더라도 공공성을 띈 교육기관이므로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지난달 교육부는 전국 학교법인과 사립대에 ‘학교법인 및 사립대학교 직원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 권고’ 공문을 발송하고 블라인드 채용 도입 협조를 요청했다. 따라서 우리 대학교도 직원 채용 시 블라인드 채용이 권고된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블라인드 채용 문화가 확산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익명을 요청한 학생 B 씨는 “정부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잘 이뤄지는 사립대에 재정 지원을 하는 등 블라인드 채용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익명을 요청한 학생 C 씨는 “직무능력과 관련 없는 기준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평가자의 주관적인 의견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사립대의 채용방안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학벌로 인한 차별을 막기 위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도입에 관한 목소리도 커졌다. 해당 법안은 지난 2007년을 시작으로 19대 국회까지 7번이나 발의됐으나 모두 무산됐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교육부 측은 교육기본법 등의 기존 법률에서도 교육분야에서의 차별금지를 이미 명시하고 있으므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학력으로 차별하는 것은 금지돼야 한다’는 차별금지법 최종 수정 검토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끝으로 정지현 대표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시행된다면 대학생들이 우리 사회를 공정한 사회로 인식하고 구인자와 구직자 모두 서로 신뢰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한다

 찬성=블라인드 채용이 실시되지 않으면 출신학교와 같은 개인 정보가 채용과정에서 고려되기 때문에 올바른 심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에 학벌에 관계없이 개인의 실질적인 능력만을 바탕으로 채용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돼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은 용모, 재산, 친분, 가정, 학벌, 학연 등을 일체 고려하지 않으므로 채용과정에서 돈이나 친분을 통한 비리가 발생하기 어렵다. 이에 학벌주의와 학연주의를 타파해 지원자가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모든 사람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며, 직무능력에 따른 우수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에 해당 제도에 찬성한다.
이러한 채용문화가 확산된다면 취업 시장 전반에 공정한 채용이 성행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기업에서도 실질적인 직무 능력을 바탕으로 지원자를 채용한다면 해당 기업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바람직한 채용문화가 확산되면 취업 사회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반대=블라인드 채용은 오히려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다. 명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중·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한 이와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대학에서 학점과 자격증 등 스펙을 쌓은 이의 노력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좋은 학력과 스펙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패배감을 느낄 수 있다. 또한 학력, 스펙 등의 요소를 반영하지 않고는 지원자의 능력을 판단하기 어렵다. 블라인드 채용은 학업을 게을리하고 면접만 열심히 준비한 지원자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학력을 고려하는 기존 채용 방식에서도 지원자의 실질적인 역량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블라인드 채용 도입 전에 비해 일명 ‘SKY’ 대학 출신 입사자 비율은 0.5%만 감소했다. 이처럼 출신학교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해서 명문대 출신이 아닌 지원자의 역량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블라인드 채용에 반대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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