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광고는 가장 정답 같은 오답을 찾는 일이에요”
[천마로를 거닌 사람] “광고는 가장 정답 같은 오답을 찾는 일이에요”
  • 이연주 기자, 박수연 기자, 백소은 수습기자
  • 승인 2021.08.30 1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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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하루 평균 193.1개의 광고를 시청한다고 한다. 이 많은 광고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김종섭 동문(언론정보학과 11학번)은 학부를 졸업한 후 광고 회사 ㈜빅아이디어연구소를 설립해 회사의 대표로서 활약하며 광고계의 한 획을 긋고 있다. 세상에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이를 기발한 광고로 만들어내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리 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 입학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8년 미국 유학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환율이 급등하자 더는 미국에서 공부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이후 대구에 와서 백수 생활을 하던 중 우리나라에서 대학 학위를 받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저는 크리에이티브의 길을 가고자 했고, 우리 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 광고 크리에이티브 수업이 있는 것을 알게 돼 입학하게 됐어요.

 학부 시절 본인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자퇴를 서너 번 정도 했었어요. 종교학, 사회복지학, 영어영문학 등 다양한 학문을 공부했었는데, 가슴 뛰는 일이 아니면 금방 손을 놓게 되더라고요. 인내심은 없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광고 기획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정해진 답이 있는 일을 잘하지 못해요. 그런데 백지 위에 제 생각을 그려나가는 일은 자신 있었죠. 광고 기획에는 정답이 없어요. 수많은 오답을 내고, 가장 정답처럼 생긴 오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광고 기획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대구에 광고회사를 설립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미국 유학 당시 향수병이 심하게 왔고, ‘한국으로 돌아가면 꼭 내 고향에서 회사를 차려 봐야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가는 상황에서 지방에도 창의적인 광고를 만드는 회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사업 초반 매출이 100만 원 남짓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을 겪기도 했습니다. 창업하면서 고비였던 때가 있었다면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광고를 맡겨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힘들었어요. 하지만 일이 없다고 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광고를 만들었어요. 이러한 과정을 몇 년 겪고 나니 추후 광고주에게 의뢰가 왔을 때 보여줄 수 있는 자료들이 쌓인 거죠.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으며, 눈앞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묵묵하게 일한 것이 고비를 극복한 비결인 것 같아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인간은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더라고요. 저는 인간이 실패하는 것이 아니라 도중 포기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믿고 달린 것이 어려움을 극복한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는 무엇인가요?
 이 질문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기 때문이죠. 그래도 하나를 꼽자면 항상 최근에 만든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인 것 같아요. 얼마 전 치과 가기 전 올바른 치실 습관을 갖자는 내용을 담은 치실 광고를 했어요. 신사임당이 치실을 쓰고 있는 이미지에 ‘나 쓸래, 치실 쓸래’라는 문구를 넣어, 평소 치실을 제대로 안 쓰면 병원 가서 돈을 써야 한다는 의미를 담았죠.

 매일신문에 연재된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라는 칼럼에서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광고인은 하나의 광고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나요?
광고를 제작할 때에는 소통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광고주가 원하는 바도, 광고 소비자 마음도, 만드는 우리들의 마음까지도요. 이들의 마음을 조화시켜 세상에 어떻게 내놓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 편이에요.

 광고 기획을 할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 편이신가요?
 저는 광고를 창작하는 과정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학과 후배가 저에게 “취업 준비를 하는데 이력서에 적을 스펙이 없어요. 저는 이 사회의 쓰레기인 걸까요?”라는 말을 했어요. 저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고안해 쓰레기봉투에 그 친구를 넣어두고 ‘스펙이 없으면 쓰레기입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이력서를 붙여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이처럼 주변 사람들의 대화나 세상의 풍경 혹은 저의 경험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 같아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나요?
 잠시 휴식을 가지는 편이에요. 강박관념을 갖다 보면 오히려 더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럴 땐 하던 일을 잠깐 내려놓고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해요. 그러다 문득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도 있거든요.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광고를 배우고자 미국으로 유학 갔지만, 유학을 가지 않더라도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으면 좋잖아요. 지금은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들로 스탠포드대나 하버드대 강의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제가 창업할 초기에는 그런 플랫폼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에게 제 생각을 공유하고자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게 됐죠.

 대표님께서는 지난 2019년에 발간된『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지난해에 발간된『어떻게 광고해야 팔리나요』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책을 발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회사가 대구에 있다 보니 영업활동에 한계를 느끼곤 해요.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 책을 쓴다면 회사 홍보도 되고, 지역적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을 출간한 후에는 광고인 지망생부터 기업의 사장에게까지 광고를 맡기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어요. 법무부나 행정안전부 등 규모가 큰 기관의 광고를 맡을 수 있는 계기도 됐죠.

 대표님께 ‘광고’란 어떤 의미인가요?
 광고는 제 가치를 찾아준 친구예요. 광고를 만나기 전까진 제가 가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광고를 만난 후에는 제가 만든 광고가 전국 곳곳에서 사용되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광고란 무엇인가요?
 대중에게 이로운 광고예요. 좋은 광고는 사업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공익성을 띨 수도 있어요. 세상에 선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광고가 좋은 광고가 아닐까요?

 광고 기획자로서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인가요?
 광고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라 할 수 있기에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을 지닌 분이 광고인을 하면 좋을 듯해요. 광고인은 트렌드에도 민감해야 하는데,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이 곧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일이에요. 사람을 좋아하다 보면 관찰하게 되고, 관찰을 통해 트렌드를 알게 되죠.

 ㈜빅아이디어연구소에서 원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면 좋겠지만, 결국엔 그러한 역량을 가진 사람보다 좋은 사람을 채용하게 돼요. 짧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서로 웃으며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금까지는 광고 의뢰가 들어오면 광고주가 원하는 광고를 만들었어요. 이제는 여러 가지 광고를 제작해놓고 해당 광고의 수요자가 광고를 구매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어요. 광고주에게 선택받지 못해 광고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사람이 광고를 가져가는 시스템이죠. 광고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고안하게 됐어요.

 광고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인내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눈에 보이는 보상이 없더라도 끝까지 버텨내는 사람이 정상에 올라가는 것 같아요. 모든 학생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  하는 부단한 인내심을 가졌으면 해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국제금융시장에 신용경색을 불러온 연쇄적인 경제 위기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의 이야기

 햇볕이 쨍쨍한 8월의 무더위에도 ㈜빅아이디어연구소는 돌아간다. 김종섭 동문은 모두가 무심코 지나칠 때 그 찰나의 순간을 사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한 번 더 뒤돌아보게 하는 광고를 만드는 그가 얼마나 광고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대학생들이 ‘나’라는 사람을 광고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중에서 인상 깊은 지원자는 합격하고, 그렇지 않은 지원자는 면접관의 머릿속에서 사라져 탈락하고 만다. 이처럼 광고란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데에서 시작한다. 김종섭 동문은 끊임없이 사람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쏟았고, 이를 참신한 아이디어로 구현해냈다. 하지만 3초짜리 광고를 만들기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는 김종섭 동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는 일에는 부단한 인내심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 나는 광고의 정의를 새롭게 내릴 수 있었다.

 광고에는 정답이 없다. 김종섭 동문은 가장 정답에 근접한 오답을 찾는 매력에 빠져 광고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광고란 가장 정답같이 생긴 오답을 그려낸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나 역시 광고인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이제는 정답을 찾기 위해 쏟아냈던 조급함을 내려놓고, 세상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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