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이 곧 무대입니다. 극단 '함께사는 세상' 문화의 또다른 이름 '사회에 대한 직시'
우리의 삶이 곧 무대입니다. 극단 '함께사는 세상' 문화의 또다른 이름 '사회에 대한 직시'
  • 조민지 기자
  • 승인 2007.06.18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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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함께사는 세상'을 만나다
‘아이다’, ‘명성황후’, ‘페임’ 등 요즘 우리 사회에는 오페라와 뮤지컬, 연극의 붐이 일고 있다. 한국의 역사와 남녀의 사랑을 다룬 작품, 그리고 해외에 이름이 알려진 유명 작품이 공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요즘 연극계의 대세이다.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장애우,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다루는 극단이 있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마당극으로 솔직 담백하게 풀어내는 극단 ‘함께 사는 세상’의 송희정 대표를 지난 2일 그들의 연습실에서 만나봤다. <편집자 주>
극단 함세상 대표 송의정씨

극단 ‘함께 사는 세상(이하 함세상)’은 소수정예부대이다. 그리고 대구에 있는 유일한 마당극단이다. 다재다능한 재주꾼들이 모여 있기에 한 연극에 최대 1인 7역까지 가능한 ‘함세상’의 가장 큰 무기는 무엇보다도 7~8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닦아온 팀워크이다. 서로가 가족 같다는 이들은 얼마 전 그런 단단한 팀워크를 바탕으로 큰일을 해냈다.






2005 마당극 이어달리기,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마당극 '지키는 사람들' 중 한 장면


지난 4월 20일부터 시작된 ‘함세상’의 ‘2005 마당극 이어달리기’가 11월 30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마당극 이어달리기는 ‘엄마의 노래’, ‘아줌마 정혜선’, ‘안심발 망각행’, ‘지키는 사람들’ 등 총 4편의 창작극으로 구성되었다.
“할일이 태산이에요” ‘2005 마당극 이어달리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함세상’ 대표 송희정씨의 투정 아닌 투정이다. 마당극 이어달리기의 공식적인 시작은 4월이지만, 준비기간까지 하면 거의 일 년 동안 이번 행사에 매달렸단다. 송대표는 그냥 의욕으로만 넘쳤던 처음과는 달리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이 굉장히 큰일을 시작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번 공연은 ‘함세상’ 식구들 모두에게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욕심만큼 관객들이 모이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그녀의 투정이었다. 이번 마당극 4편 모두 관객 및 언론의 호평을 받았으며, 자리가 없어 관객들이 입장하지 못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또한 각 작품마다 마니아층까지 형성되었는데, 그런 결과에도 아쉬워하는 걸 보면 ‘함세상’ 식구들은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마당극, 관객과 하나 되는 통로

“대구는 문화 불모지가 아니에요. 엄밀히 말하자면 문화편식지죠”
“대부분이 대구를 문화 불모지라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송 대표의 답변이다. “다른 지역에서 흥행에 실패한 오페라나 뮤지컬이 대구에 오면 무조건 성공을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그녀는 유독 오페라와 뮤지컬에 대한 대구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이외의 공연에는 관심이 부족하기에 그녀는 마당극 이어달리기를 시작한 것이라 했다. 지속적으로 공연을 관람할 관객층의 확보하고, 자신들의 존재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함세상’은 현재 대구 유일의 마당극단이다. 마당극 이어달리기, 마당극과 연극. 이 두 가지의 차이점을 뭘까? 차이는 없다. 마당극은 연극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번역극이 대부분이었고, 민중의 아픔이나 동시대의 아픔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7~80년대의 연극에 반기를 들고 시작된 마당극 운동은 곧바로 민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었고, 마당극의 무대는 곧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함세상’이 마당극을 선택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송대표 역시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내용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마당극의 정신이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현장성 있는 무대를 통해, 우리 시대에 사는 우리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풀어나가는 것. 따라서 ‘함세상’의 공연에는 관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배우가 된다.

‘함세상’, 노력으로 사회와 문화를 함께 담아낸다

‘함세상’의 단원들 중 전문적으로 연극을 전공한 사람은 없다. 탈춤패 출신이거나 연극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전부이다. 어찌 보면 일반 극단보다 비전문적인 것 같은 이들이 1인 다역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다. 극단 전체가 일정 기간 동안 전문적으로 판소리와 춤을 배우거나, 여름과 겨울의 워크샵을 통해 함께 공부한다.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들은 ‘출산’이라 말한다. 그만큼 창작의 고통이 크다는 뜻이리라. 그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우리사회의 소외계층인 비정규직 노동자, 여성, 장애우 등이다. 이러한 인물을 설정하는 것은 모두 ‘함세상’의 몫이다. 자신들이 직접 창작하고 직접 공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노동자도 되어야 하고, 장애우도 되어야 한다. 그들이 얼마나 학습하고 노력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예를 들어, 비정규직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을 때, 그들은 직접 공장을 찾아 노동자를 만나 얘기를 들어보고, 그를 따라다니며 일하는 모습은 물론 생활 전부를 생생히 체험한다. 그 외에도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자 강연자를 초청해 강연을 듣기도 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기사를 스크랩하기도 한다. 일상이 학습과 배움의 연속이라는 ‘함세상’ 사람들. 그들의 공연이 현실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에서이다.
<지키는 사람들>의 한 장면을 실펴 보자. 장소는 남여의 구분이 없는 비좁은 탈의실이다. 퇴근을 서두르는 어수선함이 지친 노동자들에게 활기를 불어넣고, 그 활기는 퇴근 후의 즐거운 술자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폭된다. 하지만 가볍게 날아든 해고 통지는 일순간 그런 분위기를 침체시킨다. 이런 급작스런 반전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어둠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에게 실감시킨다.
이처럼 소외받은 이들의 목소리를 담게 된 이유에 대해, 송대표는 “그것이 문화의 역할이기 때문이다”고 답한다. 그녀는 사회의 전반적인 것들, 다시 말해 문화, 정치, 경제 등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이다. 사회는 나 자신에게서부터 출발하는 것이고, 내 삶을 관통하고 있는 본질인 것이며, 그런 본질을 직시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문화이다. 남의 것으로 여기던 문제들을 자신의 것으로 확신케 하는 그런 과정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삶의 폭을 넓히게 된다고 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녀는 “노동자, 여성, 장애우 등 우리가 다뤄왔던 모습 중에서 못 다 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 동안 마당극의 공간·시간적 제약 때문에 그들이 말하고 싶었던 것, 구체적인 현실의 모습 전부를 풀어내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따라서 이제 그들의 과제는 못 다 한 이야기이며, 또한 더 욕심을 내자면 ‘빈민들’의 삶도 한번 조명해보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송대표는 요즘 학생들은 문화와 사회를 따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며, 문화와 사회의 중간에 선을 긋는 순간 삶에 있어서 볼 수 있는 폭이 제한될 것이기에, 보다 넓은 삶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화려한 뮤지컬이나 오페라도 좋지만 소박한 우리의 삶이 담긴 마당극의 무대를 한 번쯤 들러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극단 함세상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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