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0과 1 사이에서 고민하지 마세요
[사색] 0과 1 사이에서 고민하지 마세요
  • 이연주 문화부장
  • 승인 2021.05.31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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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 하지만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중에서)

 지금 선택한 길이 올바른 것인지 누군가에게 간절히 묻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아무도 나에게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 제목처럼 ‘기적’일 뿐이었다. 

 우리는 자주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 선택은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인생에서 다시는 없을 중대한 결정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본인의 가치를 바탕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미야 잡화점의 ‘달토끼’처럼 누군가에게 선택을 맡기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밸런스 게임마저도 우리를 ‘선택’의 고민에 빠지게 만든다. 더 나은 혹은 덜 나쁜 두 가지 선택지 중 오직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어느 쪽을 선택하든 아쉬움과 미련이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탄생)와 D(Death;죽음)사이의 C(Choice;선택)”라는 말을 남겼다. 그의 말처럼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장 오늘만 해도 점심 메뉴로 무엇을 고를지, 또 카드로 결제할지 현금으로 결제할지 등 무한한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이때 우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예상이라도 한 듯 ‘선택 장애’라는 용어가 만들어져 어느새 익숙한 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밸런스 게임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 중 어느 쪽도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동안 완벽한 정답을 골라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가장 옳은’ 것을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는 선택한 삶을 얼마나 의미 있게 살아낼 것인지에 대해 집중할 때이다. 사람들의 인생 고민을 들어주던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는 모든 것은 본인 하기 나름임을 책 말미에서 알려주기도 한다.

 나에게도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이 있었다. 대학에 오기까지도 많은 선택의 순간을 거쳐야만 했고, 지금도 여전히 삶은 선택의 순간들로 가득하다. 내가 영대신문에 지원한 것도, 나에게 주어진 수많은 선택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나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사소한 선택으로 고민하고, 또 그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가장 옳은’ 선택을 하지 못할까 봐 두려워하지 않고, 그저 나의 선택에 용기를 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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