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니스트] 우리에겐 광장이 필요하다
[나도 칼럼니스트] 우리에겐 광장이 필요하다
  • 김도현(정치외교2)
  • 승인 2021.05.31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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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가 우리의 삶에 스며든 지 2년 차가 되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그중 가장 큰 특징은 시간과 공간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저녁 10시 이후에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음주 가무를 즐기기는 어려워졌지만, 학교 수업을 내 방 침대에 누워 아무 때나 들을 수 있게 됐다. 코로나 덕분에 필요 없던 기술들이 활성화됐다. 시공간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우리는 새로운 기술과 생활양식에 적응해나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를 기점으로 가상공간에서 정보를 얻고 대화하는 시대로 가속도를 붙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고 느껴졌다.

 최근 서울에 한 토크쇼를 다녀왔다. 토크쇼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 IT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관점에서 의견을 나눴다. 하나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을 보며 ‘우리 주변에는 왜 생각을 나누고 함께할 자리가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생각을 공유할 기회가 사라진 것 같다. 대화보다는 인터넷에서 어떤 소식을 접하고 익명으로 써진 말을 보기만 한다. 익명으로 이뤄진 가상공간에서 자유로운 대화와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익명을 바탕으로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정당화하고 여론을 강요하는 경우도 많았다. 시공간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개인 간 대화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개인의 의견보다는 커뮤니티 자체의 분위기가 중요해졌다. 서로 대화하는 것이 어려워지면서 다양한 생각을 교류할 기회도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패러다임 속 광장은 변모해야 할까? 개인적인 답을 말하자면 광장은 변모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광장의 역할이다. 광장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더 나아가 눈치 보지 않고 자기의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어떤 공간이든지 간에 익명으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지 않고 서로 마주 앉아 대화할 필요가 있다. 서로가 분열되고 대척하지 않도록 대화할 장소가 있어야 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다양한 문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눌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 우리에겐 합일점을 찾을 수 있는 광장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학내의 영남이공대 통합, 기숙사 문제, 더 나아가 사회의 페미니즘 갈등, 남녀문제, 불평등문제, 환경문제와 같이 다양한 문제들이 존재하고 있다. 우리의 문제이지만 우리는 생각을 나누지 못하고 있다. 문제에 대한 비판도 좋지만, 더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 학교나 사회단체가 주최하는 공청회나 토론회, 토의도 좋고 소규모 모임도 좋다. 코로나 덕분에 시공간의 패러다임이 변화함에 따라 오히려 대화할 공간이 늘어났다. 광장은 정답을 제시해주지는 않지만, 해답을 찾고 자정 능력을 갖추도록 만들어준다. 앞으로 우리 주변에 광장이 많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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