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생활관, 폭발한 불만과 오해
빛바랜 생활관, 폭발한 불만과 오해
  • 엄수진 기자
  • 승인 2021.05.31 1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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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장고, 전자레인지, 난방, 우리 생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생활관에 거주하면서 이와 같은 시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이에 많은 생활관 재관생들이 불편을 느끼며 시설 및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 재관생들은 어떤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까? 생활관 측은 재관생들의 요구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을까?

생활관에 변화가 필요해요!

생활관에 대한 재관생의 불만
생활관에 대한 재관생의 불만

 ‘세탁기가 오래돼서 빨래를 돌리면 먼지가 많이 나온다’, ‘난방이 안 돼서 새벽에 한 번씩 깰 때도 있다’. 재관생들의 생활관 시설 및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온라인 강의가 증가해 전보다 생활관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났으며, 이번 학기부터 시작된 온수공급 시간제한 등으로 최근 생활관에 대한 재관생들의 불만이 더욱 속출하고 있다.

 본지에서는 지난 13일부터 21일까지 우리 대학교 생활관 재관생 151명을 대상으로 ‘생활관 만족도 조사’를 실시해 생활관의 현 실태를 짚어봤다. 그 결과, ‘생활관에 꼭 도입돼야 할 것이 무엇입니까?(복수 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85.4%(129명)가 ‘전자레인지’, 81.5.%(123명)가 ‘냉장고’, 70.2%(106명)가 ‘식권제’라고 답했다. 또한 47%(71명)가 ‘온수 시간 자율화’라고 답하기도 했다. 현재 생활관에는 I동을 제외한 모든 동에 전자레인지와 냉장고가 비치돼 있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A 씨는 “전자레인지가 없어 음식을 데워먹기 위해 편의점까지 가야하고, 냉장고가 없어 배달음식이 남아도 보관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생활관 식사는 학기 시작 전 재관생들이 조식, 중식, 석식 중 2식 또는 3식을 선택해 한 번에 결제하는 시스템으로 이뤄진다. 이에 정해진 식사 시간을 놓치면 돈을 낭비하게 된다. 익명을 요청한 B 씨는 “수업 등으로 식사 시간을 놓치게 되면 헛돈을 쓰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생활관 식단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생활관 식단에 만족하십니까?’라는 질문에 39.3%(46명)의 재관생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답한 이유로는 ‘전체적으로 메뉴가 비슷하다’, ‘제시간에 가도 재료가 소진돼 다른 메뉴를 먹을 때도 있다’, ‘조식 메뉴가 중·석식에 비해 부실하다’ 등이 있었다.

 생활관에 개선이 필요한 요소로 ‘온수 시간 자율화’가 언급되기도 했다. 지난 2월 생활관 측의 온수공급 시간제한으로 온수공급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본지 1662호 2면). 이후 생활관 행정실과 생활관 자치회와의 협의를 통해 온수공급 시간이 ‘6시~11시’, ‘17시~22시’로 연장됐다. 그럼에도 불만이 지속되자 지난 2일 자치회는 행정실 측과 온수공급 시간을 ‘6시~12시’, ‘18시~24시’로 연장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온수공급 시간 연장에도 재관생들의 불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C 씨는 “수업 시간이 오후임에도 대낮에 온수를 이용하지 못해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생활관,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이처럼 재관생들은 생활관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며 시설 및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편 사항들이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무석 생활관장을 만나 재관생들의 불만에 대한 생활관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생활관에 전자레인지와 냉장고를 비치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요?
 생활관은 마주 보는 복도식 구조로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아요. 이에 전자레인지를 비치하면 복도가 음식 냄새로 가득 찰 가능성이 커요. 냉장고의 경우 도난 사고나 식중독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실제 I동에 냉장고가 비치돼 있는데 냉장고 속 음식 도난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음식이 상해도 곧바로 치우지 못해 관생들의 식중독 우려가 있죠.

 식권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가 무엇인가요?
 식권제로 식사 제도를 운영하게 된다면 식수 인원을 정확하게 산출할 수 없어 일정 인원으로 한정해서 운영할 수 밖에 없어요. 또한 식사비 인상도 불가피하죠.

 난방 자율화나 전열 기구 사용에 대한 재관생들의 요구도 있었어요.
생활관은 중앙집중식 난방을 운영하고 있어 난방 자율화가 불가능해요. 전열 기구의 경우 화재의 위험이 있어 반입을 허용하기가 어려워요.

 세탁기가 노후화돼 교체해달라는 요구도 있었어요. 세탁기를 교체할 계획이 있나요?
 코인 세탁방 운영을 계획하고 있어요. 지난해 코인 세탁방 입찰을 진행했지만 유찰돼 유치하지 못했어요.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 다시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석식 시간이 끝나는 7시 전에 석식 재료가 소진돼 해당 식단을 먹지 못한 재관생도 있었어요. 석식 시간이 끝나기 전에 재료가 소진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생활관 식당은 자율배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일부 반찬의 경우 먹을 수 있는 양에 제한을 두지 않아요. 하지만 매 식사의 식사 인원을 고려해 음식량을 준비하기 때문에 앞 사람이 과하게 음식을 가져가면 뒷사람이 먹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요.

 생활관에서는 재관생들의 편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모기나 해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역을 실시했어요. 또한 아침마다 벌레들이 살지 못하도록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을 하기도 해요. 현재는 각 동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냉장고, 전자레인지를 도입하기 위해 다이닝룸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요. PC방과 커피숍 도입도 고려 중입니다.

 재관생들의 불편사항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재관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들었어요. 재관비를 인상할 계획이 있나요?
 코로나19로 재관생들에게 재정적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불편 사항을 해결하려 하고 있어요. 이에 재관비 인상보다는 인력구조조정 및 에너지 절약을 통해 장기적으로 재정을 확보할 계획이에요.

 

변화를 위한 재관비 인상,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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