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들의 동심을 지키는 ‘키덜트 문화’
어른이들의 동심을 지키는 ‘키덜트 문화’
  • 이상준 기자
  • 승인 2021.05.10 2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른-이[어ː르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나 만화, 장난감 따위에 열광하거나 이를 광적으로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어른(출처: 『우리말 샘』).’
이미 커버린 어른도 어린이의 마음으로 돌아갈 때가 있다. 부모님을 만날 때, 친구를 만나 게임할 때 그리고 나의 옛적 장난감을 다시 꺼낼 때.

근·현대사와 함께 발전한 키덜트 문화

 키덜트는(Kidult)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로 어린 시절에 즐기던 완구나 오락물을 어른이 돼서도 찾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과거 키덜트는 어린이 및 고가의 장난감을 수집하는 일부 소비층의 전유물이었지만 현재는 당당히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러한 키덜트 문화는 심리적 안정감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어른과 아이의 벽을 허무는 키덜트=키덜트 문화는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고 싶은 정서적 본능에 따라 최근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완구를 다시 모으는 어른들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작됐다. 키덜트는 1936년 영국의 IMA 사에서 개구리를 보고 자동차 식별용으로 착안한 ‘프로그’라는 프라모델 브랜드의 출범에서 기원됐다. 그러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으며, 이로 인한 심리적 허무감을 달래기 위해 완구가 대량 생산되고 공급망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다. 이는 동심에 대한 향수로 이어졌고, 성인들은 취미생활로 아이들의 완구를 소비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전쟁을 통해 삶의 중요성을 느낀 사람들은 완구를 가지고 노는 개개인의 취미를 이해함으로써 키덜트 문화가 주목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주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유럽의 문화는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수평적인 문화로 바뀌게 됐다. 1949년 독일은 2차 세계대전 패배 의식에 사로잡힌 국민 정서를 일깨우기 위해 세계완구박람회를 개최했다. 이를 시작으로 ‘벨기에 만화 박물관’,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뮤지엄’ 등 유럽의 유명 관광지마다 키덜트 뮤지엄이 들어서면서 키덜트 문화는 지속적으로 유럽에서 주목받고 있다.

 키덜트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기까지=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1970년대까지 이분법적인 사고가 팽배했다. 이에 어른이 아이의 장난감을 소비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성장이 되지 않은 상태를 뜻하는 피터팬 증후군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이뤄짐에 따라 이분법적 태도가 사라지고, 많은 사람이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게 되면서 키덜트적 요소가 가미된 문화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1981년에 자사의 캐릭터를 개발해 문구용품을 판매하는 매장인 ‘모닝글로리’가 생기면서 국산 캐릭터 산업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모닝글로리는 사무용 문구용품에 캐릭터를 결합함으로써 청·장년층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김헌식 평론가는 “사무용 문구용품은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들도 많이 사용하기에 모닝글로리의 등장은 우리나라 키덜트 시장의 중요한 성장 요인”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에는 디지털 문화가 발전함에 따라 문화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SNS, 인터넷 등의 매체에 키덜트 문화를 향유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카카오 프렌즈나 라인 프렌즈 이모티콘, 유니티 레고 마이크로게임 등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 상품들이 출시되고, 키덜트는 전 세대가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발전하고 있다.


키덜트, 문화를 넘어 산업으로

 최근 키덜트는 반려 인형, 그림책 등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키덜트 문화의 소비 주체가 2030세대로 확대되고 있다.  키덜트 문화 산업이 성장함에 따라 키덜트를 소비하는 국민의 인식이 변화하고,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키덜트=과거 키덜트 문화는 고가의 장난감을 수집하는 일부 소비층들의 전유물이었다. ‘트렌드 코리아 2014’에서는 ‘어른아이 40대’를 2014년 10대 소비 트렌드로 선정했다. 당시 소비시장에서 관심받지 못한 40대 남성의 소비력이 증가함에 따라 키덜트는 경제력 있는 소수 소비자만의 독특한 취향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키덜트가 하나의 취미 문화로 정착하면서 반려 인형 그림책 만화책 게임기 등 다양한 품목에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최근 중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한정판’과 같은 희귀성 프리미엄 상품들이 비싼 가격에 재판매되는 경우도 있다. 이대현 국민대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이처럼 키덜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양질의 키덜트 관련 품목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키덜트 문화의 주 소비층, 이젠 우리=인터넷 쇼핑사이트 ‘지마켓’에 따르면 키덜트 완구 분야에서 전년 대비 탱크·보트 무선모형, 캐릭터 피규어, 프라모델은 각각 115%, 88%, 79%의 성장을 기록했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향후 키덜트 산업이 최대 약 11조 원까지 성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본지에서는 우리 대학교 학생 101명을 대상으로, 키덜트 문화에 대한 관심도를 알아보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 74.3%(75명)가 키덜트 문화를 소비한다고 답했고, 25.7%(26명)가 소비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우리 대학교 상당수의 학생이 키덜트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키덜트 문화의 소비 주체가 2030세대로 확대되고 있음을 나타내주기도 한다. 또한 ‘키덜트 문화를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복수 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키덜트 문화를 소비하는 학생들은 ‘어릴 적 동심’ 48.5%(49명) ‘호기심’ 41.6%(42명) ‘취미 생활’ 37.6%(38명) ‘지인의 추천’ 29.7%(30명) 순으로 응답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학생 A 씨는 “키덜트 제품을 통해 어린 시절 동심을 느낌으로써 학업으로 인해 힘들었던 마음에 안정감을 준다”고 밝혔다.

 키덜트 문화의 건강한 정착을 위해=한편 키덜트 제품에 대한 소비층이 확대되면서 무분별한 해외 직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밀수 및 불법 유통 제품이 시장에 나타남으로써 국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하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무분별한 소비 행위가 발생함에 따라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키덜트 문화의 지속 가능한 정착은 소비자들이 건강한 소비 사회를 추구할 때 이뤄진다”고 전했다.

당신의 지갑을 열게하는 키덜트 제품은?

 저는 어릴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고사양을 지원하면서 휴대성도 갖추고 있는 닌텐도 스위치가 출시되자마자 바로 구매했어요. 닌텐도 스위치는 늘 들고 다니며 화면과 조이스틱을 분리해 한 개의 게임기로 친구들과 2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더불어 휴대성이 뛰어나 심심할 때 언제 어디서든 게임할 수 있기에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께 꼭 추천하고 싶어요!

 저는 어린 시절부터 자동차를 좋아해 자연스레 자동차 모형을 수집하게 됐어요. 집에 전시된 자동차 모형을 보면서 제가 아는 자동차에 대한 지식들을 생가하는 게 재미있어요. 또한 제가 가지고 있는 드림카 모형 볼 때마다 언제간 그 드림카를 구입할 때를 상상하고 해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