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삶의 주인이 되기까지
[사색] 삶의 주인이 되기까지
  • 이연주 문화부장
  • 승인 2021.05.10 2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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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직업 가져야지.”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잔소리는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현재 내 삶의 목표는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꼭 좋은 직업을 가져야 만이 훌륭한 삶을 사는 것일까? 대단한 꿈 없이도 행복한 삶을 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명문 사립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사회적 성공만을 지향하는 일방통행식의 교육만이 이뤄지던 학교에 ‘존 키팅’은 영어교사로 새로 부임하게 되고, 제자들에게 전에는 겪어볼 수 없었던 새로운 가르침을 준다. 그는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제자들이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한다. 그는 교탁 위로 올라서는 비상식적인 행위를 보이며, 제자들에게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는 학생들이 정해진 경로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영화 소울에서도 이와 유사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 가드너’는 그토록 갈망하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죽게 된다. 그 후, 자신이 태어나기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 어린 영혼의 멘토가 되어 진정한 삶의 ‘불꽃’을 알아가는 것으로 영화는 전개된다. 영화 속 조 가드너는 실력 있고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물로 설정되지만, 목표에 대한 성취는 기대한 것에 비해 금방 사라지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하나의 결승선을 향해 달려간다. 이는 자의 혹은 타의에 의해 정해지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다수의 마라톤은 ‘타의에 의한’ 자발적 행동이라는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은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으며,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삶은 남이 정해준 가치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 아니며, 본인의 의지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만이 더 발전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걸음걸이와 속도로 삶의 방향을 찾아 묵묵히 걸어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삶의 방향이 비록 원대한 꿈이나 목표를 향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지금 흘러가는 이 시간 속에서 온전히 자신을 느낄 수 있고, 스스로가 온전히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가치 있는 길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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