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이대남도 이대녀도 아닌 20대를 위해
[그림자] 이대남도 이대녀도 아닌 20대를 위해
  • 김은택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21.05.10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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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치러진 4.7 재보궐선거에서 가장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선거구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뽑는 선거구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두 대도시에 치러지는 선거인 만큼 차기 대선 표심의 행방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결과 20대 남성의 표심이 과거 양상과 다른 흐름이 나타나자 정치권에서는 이른바 ‘이대남’에 대한 분석에 나서기 시작했다.

 과거 선거 표심의 양상은 지역별로,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보통 같은 지역 또는 같은 세대 내에서는 성별에 따라 표심이 갈리는 경우는 나타나지 않았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지역별, 세대별 맞춤 공약을 준비해 표를 얻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는 20대의 표심이 남성과 여성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지상파 3사의 공동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20대 남성의 72.5%가 오세훈 후보를 지지해 20대 여성의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보다 31.6%P 높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20대 남성 중 일부는 현 여당의 여성 우선 정책이 여당에 대한 반감을 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한국장학재단의 이공계 국가우수장학금 선발 대상자 중 35%를 여성으로 선발할 것을 권고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또한 경쟁률이 5:1을 웃도는 청년창업사관학교 사업 지원 선발 과정에서 여성의 경우 무조건 1점의 가산점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서 반발하기도 했다. 최근 기획재정부의 군필 남성에 대한 호봉 인정제 폐지는 이런 반발 심리에 불을 지폈다. 이러한 분노는 모든 청년이 취업 등의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사회 진출이 늦은 남성을 위한 정책이 전무해진 것에 따른 것이다. 이대남은 이런 상황에서 여당에 등을 돌렸다. 

 그동안 진보 지지 성향이 강한 20대 남성이 등을 돌리자 여당 의원들은 군 경력을 법률로써 인정하는 ‘군경력 인정법’ 카드를 꺼냈다. 또한 군 전역자를 국가 유공자에 준하는 대우하는 법안도 발의됐다. 군인을 위한 법안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남성 표심을 저격한 법안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20대를 공략해야 한다. 과거부터 이어져 온 영호남 갈등은 서로 간에 많은 상처를 주고 있다. 아직도 광주와 대구 연고 팀의 야구 경기가 열리면 서로의 지역을 비방하는 표현이 난무하고 있다. 20대 남성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20대 여성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특정 성별에 대한 정책만 펼치고, 다른 성별을 배제한다면, 분열만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남성에게, 여성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이 도입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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