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유연한 사고로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전병준 대표
[천마로를 거닌 사람] 유연한 사고로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전병준 대표
  • 이연주 기자, 엄수진 기자
  • 승인 2021.05.10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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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병준 동문(전기공학과 89학번)은 우리 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창업을 통해 ㈜엠에이케이의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변화하는 미래에 대응해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부 시절 기억에 남는 수업이 무엇인가요?
 3학년 1학기 때 들었던 전공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고전압공학’이라는 플라즈마 공학의 가장 기초가 되는 학문이에요. 물리적인 현상을 수식으로 풀어낸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그 수업을 통해 플라즈마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는 석·박사를 하며 플라즈마에 대해 심도있게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됐으며, 제 인생의 전환점이라 생각해요.

 플라즈마란 무엇인가요?
 고체, 액체, 기체가 있고 그 다음이 플라즈마 상태예요. 분자로 나눠진 기체 상태에서 아주 강한 에너지를 주면 이 분자가 다 깨져서 전자, 중성자, 이온 같은 형태가 되는데 이를 플라즈마라고 해요.

 학부 시절에 했던 활동 중 본인에게 유익했던 활동이 무엇인가요?
 전기공학과 중 저랑 같은 고등학교 출신 후배들을 모아 동문회를 만들었어요. 전기공학과 동문회를 시작으로 전자공학과, 정보통신공학과, 컴퓨터공학과 후배들이 모여 또다시 동문회를 만들었고, 제가 4학년이 됐을 때 인원이 5~60명 정도 됐어요. 이 동문회를 통해 선후배 간의 유대관계가 형성됐고 그 관계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요.

 ㈜엠에이케이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3년 제주도에서 국제 플라즈마 학회가 열렸어요. 그때 제 논문발표가 끝난 후 사회를 보시던 교수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제가 발표한 주제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고, 제게 취업 제의를 하셨어요. 이후 몇 개월간 고민하다 회사가 있는 수원으로 가게 됐고, 1년 정도 연구하면서 특허 출원 등 꽤 많은 성과를 냈죠. 하지만 회사가 저랑 맞지 않다고 생각해 사표를 내고 창업을 하게 됐어요. 처음부터 성공할 것이라 생각하기보다, 창업을 통한 경험이 제게 큰 자양분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엠에이케이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회사 창업 초기에는 개발을 했어요. 개발이 어느 정도 이뤄진 후에는 직접 판매를 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 저의 역할은 나침반이라고 생각해요. 5년, 10년 후의 사회나 산업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
고 회사를 잘 이끌어나가는 게 현재 저의 역할이에요.

 플라즈마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혼자의 역량이 절대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요. 여러 명이 힘을 합칠수록 앞으로 더 잘 나아갈 수 있어요. A 분야를 잘하는 사람과 B 분야를 잘하는 사람이 서로 융합됐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더 높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죠.

 오라클워터 살균수는 일반 소독제에 비해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엠에이케이에서 오라클워터 살균수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호수나 강의 수질을 정화하기 위해 오라클워터를 개발했어요. 지난 2019년 중국과 계약한 후 수출이 예정돼 있었는데,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수출이 계속 미뤄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지난해 3월 대구 남구에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중국으로 보낼 예정이었던 장비를 갖고 대구로 갔어요. 이 장비를 조금만 손보면 살균수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처음부터 의지를 갖고 오라클워터 살균수를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유연한 사고로 코로나19라는 변수에 빨리 대처함으로써 오라클워터 살균수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달 1일, 오라클워터시스템 방역 활동 등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구광역시장 표창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지난해 대구 남구는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이 발생해 대구 안에서도 기피하는 지역이었어요. 그런데 오라클워터시스템 방역 활동으로 일 년 만에 전국에서 가장 안전한 지역이 됐다고 표창을 받게 됐어요. 과분한 표창을 받은 것 같고, 전화위복이 돼서 대구가 방역 관련 기술에 선구적인 도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엠에이케이에서는 KF94 마스크도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회사는 유기적으로 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존에 한국에는 마스크 생산 업체가 있었지만 그 생산 업체의 생산 장비는 중국산이었어요. 그런데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후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더니 한국에서도 몇몇 국내기업이 자체적으로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죠. 그러다 사스나 메르스 같은 호흡기 관련 질병들이 찾아올 것에 대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직원들과 상의 후 마스크 생산도 하게 됐어요.

 ㈜엠에이케이는 2018년 매출액 86억 대비 2019년 매출액 140억을 달성하는 등 기술혁신기업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요?
 각 회사 구성원 개개인들의 끊임없는 자기계발, 그리고 회사에서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위한 제반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신기술 개발에 있어 처음 설계 단계 당시만 해도, 개발팀은 무지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직원들이 스스로 책을 찾아 읽고 특강도 듣는 등의 노력을 하다 보니 지금은 저희만의 독보적인 기술을 갖게 됐어요. 이러한 노력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해요.

 회사 대표이사로서 앞으로 어떤 회사를 만들어나가고 싶나요?
 모든 회사 대표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직원들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드는 것이 목표예요. 물론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받은 것만큼 일정 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기업의 대표로서 언제 가장 성취감을 느끼나요?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었을 때 가장 성취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MLCC는 우리나라에 없던 장비인데, 우리가 최초로 만들었고 현재도 저희만 할 수 있는 기술이에요. 오라클워터도 마찬가지예요. 기존에는 천연물질이 물속에서 보존 가능한 시간이 20~3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6개월이나 물속에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을 저희가 만들어 낸 거죠. 이처럼 우리만 갖고 있는 독보적인 기술로 이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낼 때의 성취감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거예요.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우리가 갖고 있는 기술을 누구나 싼 가격에 사서 사람들이 우리의 기술로 쉽게 제품을 만들게끔 하는 것이에요. 더 나아가서는 동남아 쪽 개발도상국에 지사를 만들어 개발도상국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어려움에 처한 곳이 있다면,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전기공학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앞으로 전기공학이 필요한 분야가 계속 늘어날 것이에요. 전기공학은 산업 전반적으로 가장 근간이 되는 학문이고, 굉장히 많은 인재들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물과 공기처럼 항상 존재하는 학문이라 할 수 있죠. 그래서 사회에 나가보면, 여러분이 4년 동안 대학에서 배운 것을 어떤 분야에든 활용할 수 있어요. 저도 그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사회에 나가보니 우리가 배우는 학문이 요긴하게 쓰일 데가 많더라고요.

 마지막으로 인생의 선배로서 우리 대학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나요?
 저도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웃음) 사회에 조금 더 먼저 나가본 입장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우선 자긍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요즘 서울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격차가 벌어졌다고 하지만, 학벌보단 본인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환경이든 좌절하지 않고 본인 나름의 계획을 세워 준비하고 있으면 항상 기회는 주어져요. 모든 세상의 이치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기에 계획했던 것이 안 된다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그게 안 될지라도 무언가를 이룰 수 있어요. 그러니 무엇이든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갖고 준비하길 바라요.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의 이야기

 코로나19로 변해버린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일상을 되돌려 받고, 어려움에 처한 사회를 돕고자 고군분투하는 전병준 대표를 만났다. 전병준 대표는 변화하는 사회에 빠르게 대응하며, 본인이 가진 것만큼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는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대표자라는 위치에 걸 맞는 책임감과 위엄있는 모습, 그리고 그 뒤에 인자한 미소까지 겸비한 그와의 인터뷰에서 들은 진심 어린 충고와 말 한마디는 나에게 뜻밖의 힘이 돼주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지만, 마음에 와닿지 않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와 인터뷰를 하는 도중 내 생각은 바뀌었다.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기회를 주지만, 그 기회는 준비된 사람만이 알 수 있고,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병준 대표는 기회가 왔음을 알았고, 실행에 옮겨나갔기에 지금의 자리에서 빛날 수 있었다. 또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와, 끊임없는 도전 의식은 그동안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던 나에게 새로운 자극이 되었다.

 인터뷰를 마친 후 그가 해준 말들을 되새기며 지난날의 나를 반성하게 되었다. 그동안의 나는 제대로 된 ‘준비’는 하지 못한 채 기회만 쫓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병준 동문과의 만남을 통해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대비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그날을 위한 준비를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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