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시절]대학생과 음악취향의 변화
[그 때 그시절]대학생과 음악취향의 변화
  • 편집국
  • 승인 2007.06.18 10: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어 사용만으로 국제화가 이뤄지진 않는다. 우리 문화의 주체성을 지켜야
이동순 교수
(국어국문학과)
어느 사회에 있어서건 대학생은 하나의 계층을 형성한다. 그것은 그만큼 대학생이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문화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말과 같다. 과거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대학생은 실질적으로 문화적 생산을 관리하고 재편하며, 중추를 담당해 왔다.
이러한 추세는 가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한국문화사에서 해방 직후의 혼란기에서 대학생은 자기 시대의 가요를 향유하면서 직접 제작과 전파에 일정한 역할을 맡았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곡, 작사에 참여하면서 가창활동까지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그 활동은 극히 제한적이었고, 대학을 마친 가수 자체가 몹시 드문 형편이라 ‘학사가수’란 말까지 생겨날 정도였다.
사회가 정치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던 1960년대와 70년대에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가요창작활동 그룹에서 비판적 관점으로 삶을 해석하고 노래를 통하여 이를 해소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났었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은 당연히 정치적으로 금지되고 제약되었다. 김민기, 양희은, 서유석 등을 비롯하여 후대의 김수철, 안치환 등에 이르기까지 사회의식과 역사의식까지 두루 갖춘 지적 성향의 가수들이 배출되기도 하였다.
일부 언론사에서 지속적으로 운영해오던 대학가요제 활동이 대학생들의 음악 창작활동을 격려 고무시킨 공로는 매우 크다고 하겠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현상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최근 5년 이내의 활동 가수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향유하는 가요 작품과 활동을 살펴보면 매우 우려할만한 현상마저 발견된다.
첫째, 가수들의 이름이 언제부터인가 영문으로 된 사례가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겠다. 익스(Ex), 에픽하이(Epik High), 핑클(Fin.K.L) 등등 그 사례는 부지기수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제화 시대의 이념과 풍조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선 지나치게 서양의 저급한 대중문화 취향에 우리 자신이 너무 압도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둘째로는 젊은 가수들의 노랫말 가운데 상스런 구어체가 지나치게 빈번히, 그리고 상투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앗싸 알딸딸한게 뿅뿅 가네요” 따위를 예로 들 수 있을 터이나 이 밖에도 그 사례를 조사해보면 너무도 많은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왜 이런 스타일을 즐기게 되었나? 좀더 자극적이고 도발적인 언사를 아무런 여과없이 구사하여 향유자들의 이목과 관심을 집중시켜 보려는 상업주의적 계산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의 저급성에 대한 비판은 이러한 가사의 수준에서 먼저 지적되는 것이다.
셋째로는 영어 원문을 너무 자주, 상투적으로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같다. ‘It’s a beautiful day’, ‘Oh’, ‘You can fly higher’, ‘Fly fly get em up high’, ‘Fly’, ‘Hit em up hit em up’ 이런 영어문구들이 어떻게 해서 그대로 구사되어야 하는지 전혀 납득이 되질 않는다. 영문 그대로 노래를 부르면 마치 외국인이 된 듯한 국제주의적 감각을 느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너무 맹목적이고 경박한 취향이다.
넷째로는 한글정서법의 표기체제를 완전히 무시하고 구어체적 표기를 그대로 시도한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Oh 니가 나의 여자라는게 자랑스러워’란 대목이 그것이다.
아무리 국제화시대를 배경으로 문화적 경계와 장르의 구분이 허물어진다 하더라도 우리 문화의 주체성은 우리가 지키고 살려가야만 한다. 그래야만 우리 문화의 독자성을 세계적 수준으로 승격시킬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 아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