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총학생회?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총학생회?
  • 엄수진 기자
  • 승인 2021.05.10 21: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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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90년대에는 학내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높았으며, 총학생회는 대학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던 학생자치기구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본지에서는 현 총학생회의 위치 및 학생들의 총학생회 선거 참여도 등을 조사해봤다.

대학사회에서 총학생회란?

 지난 4월 29일부터 지난 5일까지 총 7일간 진행된 본지의 설문조사 결과, 학내에서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다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각에서는 “학교의 주인이 학생이므로 투표를 통해 대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 했으며, 한편으로는 “총학생회가 존재함에도 대학에 실질적 변화가 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있었다. 이에 총학생회의 역할과 총학생회에 대한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생각을 살펴봤다.
 

 학생들을 대변하는 기구, 총학생회=총학생회(이하 총학)는 학생들을 대표하는 단체이다. 따라서 이들의 존재 이유는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함이다. 이에 총학은 여러 수단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해 대학 및 사회에 전달하고 있다. 54대 ‘학생중심’ 총학은 학생들과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대학 커뮤니티에 우리 대학교 총학 게시판을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이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며 등록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53대 ‘드림’ 총학은 ‘걸어서 교육부까지’ 국토 대종주에 나서며 교육 환경 개선 및 등록금 반환 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선거 투표율 감소, 왜 그런 건가요?=그러나 이러한 활동들이 무색하게도 최근 대학가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감소함에 따라 총학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총학 선거 투표율을 들 수 있다. 총학 선거 투표율은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 경북대 총학 선거의 투표율은 29.7% 밖에 되지 않았으며, 우리 대학교도 44.26%에 그쳤다.

 본지에서는 총학 선거 투표율이 감소하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우리 대학교 학생 103명을 대상으로 ‘학내 사안 및 총학생회 투표에 대한 관심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학생회 선거나 총학생회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까(복수 응답 가능)’라는 질문에 57.3%(59명)의 학생이 ‘아니오’라고 답했다. 후자에 응답한 학생들은 그에 대한 가장 큰 이유로 ‘총학생회 활동이 나와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서’, ‘코로나19로 학교에 갈 일이 줄어들어서’를 꼽았다.

 한편 지난해 코로나19로 총학 선거 투표율이 더욱 감소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우리 대학교 총학 선거 투표율은 2019년 54.78%에서 2020년 44.26%로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 대다수 총학 선거가 온라인 투표로 진행됐다. 또한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교에 나오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 선거 홍보 또한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이에 대해 학생중심 총학은 ‘비대면 투표 방식’ 자체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온라인 선거에 대해 거리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학, 꼭 있어야 하나요?=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이 커짐에 따라 ‘총학생회 무용론’이 등장했다. 이는 상당수의 학생이 총학을 꼭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것이다. 본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총학생회 선거에 표를 행사한다면 대학교에 변화가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47.6%(49명)의 학생이 ‘아니오’라고 답했다. 절반 가량의 학생이 총학이 학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아니오’에 응답한 학생 A 씨는 “대학의 행정을 담당하는 기구는 본부”라며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본부로 전달하더라도 그걸 실현시키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총학에 대한 학생들의 필요가 감소하면서 총학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의 목소리가 작아지고 학내의 이슈에 대한 학생들의 대응이 어려워진다는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정병기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총학생회가 부재한다면 학생의 의견을 대변해줄 집단이 없기 때문에 총학생회는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화하는 시대, 나아가는 총학=현재 대학생들은 예전과 달리 개인주의 문화가 확산됨에 따라 집단적 행동 양식이 약화돼 총학의 새로운 접근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부(과) 학생회가 각 학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총학에 전달하던 것과 같은 기존 하향식 의견 전달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총학의 소통 방식이 개별 학생과 직접 접촉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정병기 교수는 “시대 흐름에 맞는 총학생회 조직 특성에 대한 고민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대학사회의 관심이 뜨거웠던 그날

김세종조경학과 91학번
김세종
조경학과 91학번

 학내 사안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감소하면서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 또한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1999년은 어떨까. 1999년 우리 대학교 총학생회를 이끌었던 김세종 전 총학생회장(조경학과 91학번)을 만나 그 당시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와 학내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당시 총학생회 선거의 투표율은 어땠나요?

 항상 과반은 넘었던 것 같아요. 선거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커서 투표율도 높았죠.

 당시 총학생회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는 어땠나요?

 각 선거운동본부(이하 선본)에서 여러 가지 이벤트나 퍼포먼스로 유세를 했어요. 선본에서 선전전이 아침, 저녁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이뤄졌고, 당시에는 SNS가 없었기 때문에 학내 곳곳에 플래카드나 벽보가 붙여져 있었어요. 여러 홍보물을 나눠주는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투표를 했던 것 같아요.

 당시 학생들은 어떻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나요?

 선거 운동원들이 직접 학생들과 접촉하면서 후보나 선본에 바라는 공약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어요. 그렇게 수렴된 의견을 선거자료 홍보물로 내기도 했죠.

 과거와 비교해 현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도가 어떻게 변화했다고 생각하시나요?

 학생 조직으로서의 대표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고 학생들의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완전히 수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54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44.26%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어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해요. 투표율이 낮다는 건 대학에서 학생들의 역할이나 학내 사안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거예요. 총학생회가 앞으로 학생들의 여러 가지 요구를 반영하고 어려움을 풀어나가는 게 학생 조직으로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현 총학생회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취업문제, 복지문제, 수업권에 관한 학생들의 불편 사항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우리 대학교에서는 거시적인 측면에서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노력이 더 중요해요. 학내 여러 구성원이 각자의 위치에서 학교의 주인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실천해야 해요. 그런 부분에서 총학생회가 대학교육 정상화에 대해 더 홍보하고 많은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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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대생 2021-05-11 12:34:36
쇼통이 아닌 소통을 보이는 총학생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전대 총학들의 문제점을 들고 나온 만큼 소통과 학생의견의 대변은 확실할거라 생각하였는데 보여주기식만인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학생의견을 모아서 본부측에 전달한다면 자연스레 힘이 실리지 않겠습니까? 본부, 학생지원센터, 각 처에 눈치만 보니 학생 뜻이 이뤄질리 있겠습니까?

저번 총학의 문제들을 해결하겠다고 하길래 투표했는데 오히려 소통, 학생의견 전달 부분에서는 더 퇴보하는거 같습니다. 남은 임기만큼은 잘 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