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틀린 그림 찾기
[사설] 틀린 그림 찾기
  • 영대신문
  • 승인 2021.05.10 21: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릴 적, 아니 나이가 든 지금도 가끔 잡지를 뒤적인다. 꽤 긴 시간 동안 우리에게 위안을 주었던 오락거리 “틀린 그림 찾기”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들여 찾아온 틀린 그림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었다.

 오른쪽 그림은 책상 위에 컵이 2개 있고, 왼쪽 그림은 책상 위에 컵이 3개 있다. 우리는 왼쪽 그림의 컵 3개를 틀렸다고 지적하였다. 주어진 답 역시 왼쪽 그림의 컵이 2개가 아니고 3개임이 틀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떠한 비판도 없이 주어진 왼쪽 그림을 정답으로 간주하고 오른쪽 그림의 다름을 틀림으로 매도하여 왔다. 컵이 2개이면 맞고 3개이면 틀렸는가? 이 맞고 틀림은 누가 결정하는가?

 “틀린 그림 찾기”에는 다른 그림이 존재할 뿐 틀린 그림은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한 가지 분명하게 틀린 게 있다. 그건 바로 제목이다. “틀린 그림 찾기”라는 제목은 명백하게 틀렸다. “다른 그림 찾기”라고 해야 맞는 것이다.

 학령인구감소에 따른 지방대학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지금 그 길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구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수많은 위원회가 가동되고 있고, 저마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 어느 때 보다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답을 정해 놓고 다른 의견을 틀린 답으로 매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정확하게 다른 그림을 찾아야 할 때이다. 틀린 그림을 찾아 정죄할 때가 아니라 다른 그림을 찾아 왜 다른지에 대한 구성원 간의 의견을 모아야 할 때이다.

 맞고 틀림의 문제에서 선택은 아무나 할 수 있다. 맞는 것을 취하고 틀린 것을 버리면 된다. 하지만 다름의 문제에서 선택은 많은 고민과 역량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지금은 그 어느 때 보다 역량 있는 리더가 필요한 시기이다.

 위기의 현실 속에서 2021년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였다. 그 어느 때 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시작하였다.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정원미달이라는 소용돌이를 다행스럽게 다소간 피해 가기는 했지만 이는 완전히 비껴간 것이 아니라 태풍전야의 고요함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발한 현 집행부는 역대 그 어느 집행부보다 힘이 실릴 것이다. 아마도 우리 구성원은 이 태풍을 피해가기 위해 선장이 요구하는 다소간의 불편한 요구도 받아들일 것이다. 마치 통폐합과 축소가 구조조정의 전부인 것처럼 인식되어오는 관행 속에서 현 집행부는 오히려 조직을 확대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구성원은 이 길을 틀린 길로 매도하고 있지는 않다. 틀린 길이 아니라 지금까지 갔던 길과는 다른 길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찬가지다. 앞으로 우리에게 들이닥칠 태풍을 피해가기 위해 우리 구성원들은 다양한 의견들을 개진할 것이다. 현 집행부 역시 “틀린 그림 찾기”의 우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모두가 다른 의견을 틀린 그림으로 매도하기 보다는 의견이 다른 이유를 상대방의 눈으로 들여다보아야 할 때이다. 그래서 그 다름의 간극을 좁혀나가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구성원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나만 영남대학교를 사랑하고 영남대학교의 미래를 걱정한다는 오만함은 버려야 한다. 제각각 다른 생각과 방식으로 영남대학교를 사랑하고 영남대학교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음을 인정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