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중국 온라인 시장의 변화와 기업의 전략
[학술] 중국 온라인 시장의 변화와 기업의 전략
  • 최의현 교수(경제금융학부)
  • 승인 2021.05.10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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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속에서의 온라인 소비시장

 2021년 5월, 코로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이 만들어 내는 굵직굵직한 뉴스들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들 뉴스가 모두 우리의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겠지만, 그 중에는 우리가 대응 할 수 있는 정보도 있고, 알기만 할뿐 개인적으로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크고 복잡한 것들도 있다. 영대신문의 지면을 빌려 중국이라는 큰 그림 속에서 우리 생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온라인 쇼핑시장이라는 작은 주제에 집중하여 혹시 이곳에 아직도 ‘돈 벌 공간’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과의 전방위적인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정부는 수출과 내수를 동시에 확대시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쌍순환(dual circulation) 전략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쌍순환 정책의 핵심은 수출보다는 내수에 있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두 눈 부릅뜨고 중국을 감시하는 현 상황에서 중국이 수출에 목매달다가는 자칫 크게 당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옛날부터 중국은 불리하면 내부적으로 일을 해결하려는 성향이 있었다. 시진핑정부가 우리끼리 만들고 소비하면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한국 반도체 회사보고도 어서어서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더 지으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이 이번에 사용하는 내수중심의 성장정책은 과거와는 큰 차이가 있다. 과거의 내수정책은 소비가 아니라 투자를 늘리는 정책이었다. 무엇이든지 만들고, 쌓고, 늘리는 것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못 살았을 때는 그 방법이 맞았다. 그러나 2020년대 들어 중국의 1인당 GDP는 1만 달러에 도달했고, 일부 잘 사는 대도시는 2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이제 소비자들이 두툼해진 지갑을 열면 그걸로 공장에서 물건 만들고 경제는 잘 돌아갈 수 있다.

 중국은 큰 나라이고, 지역간 격차도 상당하다. 베이징, 상하이의 물가와 집값은 서울과 견줄 수 있지만, 중서부 시골은 얼마 전만 해도 소달구지가 지나다녔다. 동부지역 대도시는 한국 대도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에서 들어온 다양한 제품을 소비하지만, 중서부 도시의 경우 인구가 수백만 명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브랜드 매장을 접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 큰 중국의 각 도시에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웬만한 대기업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중서부 지역에서는 수요는 있는 데 공급이 부족해서 돈을 못 쓰는 상황이 작금의 현실이다.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지역에서 온라인 쇼핑을 더 많이 하는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지만, 땅덩어리가 큰 중국에서는 더 자주 발생한다.

 안팎의 정세에 대응하여 소비를 늘려 지속성장을 유지하려면 중서부지역의 소비를 활성화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온라인 쇼핑시장의 발전은 국가적인 과제가 되었다. 중국에서 돈을 벌려면 정부정책에 순응해야 하는 법이다. 온라인 쇼핑시장에 기회가 왔다. 이하에서는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의 최근 트렌드에 대해 본격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위해 IBRD(국제부흥개발은행), 세계은행, 그리고 알리바바가 2019년 공동 집필한 Ecommerce Development: Experience from China라는 보고서와 세계적 컨설팅 그룹인 맥킨지가 역시 2019년에 작성한 China Digital Consumer Trends를 참고하였다.

중국 디지털 소비자 트렌드 - 온라인 쇼핑 할인행사의 효과
중국 디지털 소비자 트렌드 - 온라인 쇼핑 할인행사의 효과


중국 온라인 시장의 최근 트렌드

 중국 온라인시장은 규모 면에서 세계 최대이고, 세계 2~11위 온라인 시장을 합친 것보다도 그 규모가 크지만, 성장 속도는 완만히 하락한다. 2019년 중국 온라인시장은 1.5조 달러 규모이고, 이는 중국 소비시장의 25%에 해당한다. 최근 연평균 성장률은 25% 정도로 2010년도 초반의 40~50%에 비해 감소했다. 플랫폼별 점유율은 알리바바(Tmall.com) 57%, 징둥(JD.com) 27%, 그 외 중소 업체 등이다(2017년 기준).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의 첫 번째는 특징은 온오프라인 쇼핑의 병행이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서로 대체관계라고 알고 있고, 실제로도 그런 패턴을 보여왔지만, 최근의 트렌드는 보완관계에 가깝다.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온라인 쇼핑객의 85%가 오프라인을 함께 이용하였고, 최종 구매 결정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섞여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정보를 수집하고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경험한 다음 구매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오프라인 매장(예, 젠틀몬스터의 하우스 도산, 나이키의 신사동 조던 서울 등)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 기업은 스마트기기를 통해 디지털 능력을 갖춘 소비자(Digitallypowered Consumer)를 응대해야 한다.

 둘째, 소셜미디어가 기존의 플랫폼(알리바바, 징둥 등)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DTC(Direct-to-Consumer, 소비자직접서비스) 현상이 나타난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소셜미디어인 위챗은 2017년 위챗미니프로그램(WeChat miniprogram, 小程序)이란 것을 출시했다. 기업은 위챗미니를 통해 소비자에게 판촉물이나 할인권을 제공할 수 있고, 조사 결과 소셜DTC 이용자의 25% 정도가 온라인 매장을 방문하였다.

 셋째, 중서부 도시에 사는 젊은 소비자들이 베이징, 상하이 사람들보다 명품 소비에 적극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구와 서울의 월급이 같다면 대구 청년이 좀 더 여유 있는 소비를 할 것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35세 이하 젊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오프라인 매장 접근이 불편한 중서부 도시 소비자들이 온라인 특별할인기간에 동부 대도시 청년들에 비해 더 많은 소비를 하였다.

 넷째, 중국 소비시장에서 ‘왕훙’이라는 인터넷스타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영향력은 어떤 상품이냐에 따라 갈렸다. 의약품, 주류, 건강용품, 유아용품 등 전문 지식이 필요한 상품은 관련 전문가 평가의 영향력이 컸고, 왕훙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인플루언서의 사용 후기는 화장품, 개인건강, 음식료품의 쇼핑에 주로 영향을 주었다. 만일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인터넷 인플루언서를 활용하여 제품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면 제품의 성격에 따라 전문가 그룹으로 접근해야 할지, 엔터테인먼트 성격의 인플루언서에게 접근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헛돈만 쓰게 된다.

 다섯째, 중국 온라인 쇼핑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알리바바의 광군제다. 언제부턴가 매년 11월이 되면 전세계 판매 신기록을 갱신했다는 뉴스가 지면을 장식한다. 경쟁업체인 징둥도 유사한 할인이벤트인 618 쇼핑축제를 만들었다. 6월18일에 폭탄 세일한다는 뜻이다. 2018년 광군제 기간 온라인 판매액은 3,140억 위안으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의 7배이며,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그리고 필리핀 등 여섯 개 나라의 연간 온라인 판매액을 전부 합친 것과 비슷하다. 숫자로 중국을 이길 순 없다. 그런데 세계 최대 행사라는 광군제 10일간 판매액은 중국 온라인 판매액의 7% 수준에 불과하다. 평소 하루 판매량 대비 두 배 조금 더 팔렸을 뿐이다. 합리적인 중국 소비자들은 몇 달씩 지갑을 닫고 있다가 할인이 시작되면 마우스 버튼을 누른다. 이벤트성 할인행사에 참여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행사가 판매액을 늘리는 좋은 기회이지만, 1년에 한 두 번 밖에 없는 행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다. 광군제 기간 할인 폭은 30% 정도, 생각보다는 약하다. 제품의 성격에 따라 연중 판매가 잘 되는 제품은 연중 할인을, 이벤트 행사에서 관심을 많이 받는 제품군은 특별할인이 유리할 수 있다. 디지털시대에서는 남들 따라가는 게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온라인 쇼핑시장에서의 기업 전략

 첫째, 다중채널 전략이다. Omni-channel strategy라고 하면 좀 더 있어 보인다. 중국 소비자뿐만 아니라 한국 소비자도 온라인, 오프라인, 모바일 등 다중채널을 활용하면서 제품을 구매한다. 이런 디지털화된 스마트 소비자를 응대하려면 기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히 제품 판매 공간이 아닌 정보제공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의류 매장이라면 거울대신 쇼룸스크린을 갖추는 수준의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각각의 개별적 브랜드나 제품을 여러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 입점하기보다 특정 지역을 정하여 그 지역에서는 모든 브랜드를 한 건물에 집중하여 공동으로 정보를 제공하고(증강현실, 가상현실 등), 재고관리를 하는 것이 온라인 쇼핑과 상호 보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제 중국뿐만 아니라 대구에서도 조만간 이런 오프라인 매장이 등장할 것이다. 이런 곳에서 일할 영업사원은 웃는 얼굴 이상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둘째, 온라인 소비 잠재력이 높은 중서부 도시 지역을 공략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개설해야 한다. 기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소비자 행동과 DTC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로부터 이들 도시 젊은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채널을 만들었다고 소비자가 그냥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보다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한다. 온라인에서 방심하면 한 방에 훅 간다.

 셋째, 소셜미디어 대응 역량을 높여야 한다. 중국 온라인 시장에서 소셜미디어의 역할은 매우 크다. 소비자가 소셜미디어에 업로드 하는 사용 후기 자료를 기업이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 새로운 제품을 비디오클립(Douyin=틱톡)에서 소개하고, 소비자가 업로드한 제품 관련 콘텐츠에 응답할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인플루언서에 대한 정교한 관리가 필요하다. 왕훙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미치는 제품군이 있고, 전문가 그룹의 평판에 좌우되는 제품군이 있다. 그리고 전문가 그룹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한방향 소통이라는 한계를 갖는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스마트한 기업만이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

 다섯째, 분위기에 휩쓸려 싸게 파는 데만 신경 쓰다가는 실속을 챙기지 못한다. 많은 브랜드들이 중국의 대형 온라인 할인행사에 참여하지만 이제는 데이터에 기반하여 실효성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은 제품군에 따라 평시 할인을 선호하기도 하고, 특별기간 할인을 선호하기도 한다. 만일 어떤 브랜드가 평시 할인 선호 제품이라면 광군제와 같은 특별기간에 큰 폭으로 할인을 해도 판매량은 별로 늘어나지 않을 것이고, 브랜드 이미지가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거래액 규모 추이
중국의 전자상거래 거래액 규모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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