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몸의 병을 치료하고, 책은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
병원은 몸의 병을 치료하고, 책은 마음의 병을 치료한다
  • 배한율 기자
  • 승인 2007.06.1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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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대병원에 유아용 서적을 기증한 '좋은 어린이 서점'의 한창섭씨를 만나
대명동에 위치한 영남대 의료원의 소아병동 치료실에 가면 조그마한 도서관이 하나 있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다양하고 많은 수의 책들이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곳의 책들은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거나, 입원해 있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모두 기증 받은 것들이라고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좋은 어린이 서점’의 한창섭씨. 3년 전쯤부터 유아용 책들을 기증하고 있다는 한창섭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컴퓨터게임은 눈에서만 남고, 책은 마음 속에 남는다

한창섭씨를 만나기 위해 그가 운영하고 있다는 ‘좋은 어린이 서점’을 찾아갔다. 어렵지 않게 찾은 서점에 막 들어서려는 순간 때마침 주변 청소를 하고 있던 한창섭씨가 “특별히 찾으시는 것이라도 있으세요?”라며 반갑게 맞았다. 처음 만났지만 훈훈한 옆집 아저씨 마냥 푸근한 미소가
아름다웠다.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임을 밝히자 한씨는 서점 안으로 안내해 주었다.
출판 유통업에 종사하다 8년 전쯤 서점을 하게 되었다는 한씨는 현재 부인과 동생 이렇게 셋이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어느 날 아는 사람 집에 가게 되었는데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좋은 생각만 하는 우리집’이라는 가훈이 보였어요”라고 말한 뒤, “그 가훈을 보고 ‘좋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 집이 행복해 보였어요. 그래서 서점 이름을 ‘좋은 어린이 서점’이라고 지었어요”라며 서점 이름이 지어지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그렇게 서점을 시작한지 얼마 후 병원에 가게 된 한씨는 진료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이 지루해 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병원에 가면 순서를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잡지나 병원 홍보 책자 밖에 없어 아이들이 너무 심심해하는 것 같았기에 어린이들이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책을 기증하기 시작한 것이란다. 처음에는 서점에 제고로 남아있는 유아용 서적을 5~60권 가량 병원에 기증했었지만, 현재는 출판사에서 지원까지 받아 수백권 씩 병원과 고아원 등에 기증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병원에 가보니 책들이 너덜너덜하게 떨어지고 더러워져 있는 것을 본 한씨는, 자신이 기증한 책이 더러워진 것을 보면 화가 날만도 하건만, 오히려 더욱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아이들이 책을 보는데 더러워지는 것이 정상이죠”라며, “오히려 그만큼 어린이들이 많이 빌려보고, 반응이 좋다는 의미니까 더욱 기뻐요”라는 말로 뿌듯함을 표현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책을 기증했지만 실망스러웠던 적도 있었단다. 고아원에 책을 기증하러 간 적이 있는데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이 너무 깨끗하더라는 것이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고아원 측에서 진열장을 자물쇠로 잠궈 놓고 특별한 날에만 아이들에게 책을 빌려 주고 있더라구요”라는 말을 할 때 그의 표정에는 그 때의 실망스러움이 다시 한 번 스쳐지나갔다. 책은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정말 마음이 아팠단다.
처음 기증을 시작할 때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기증되는 책이지만 표지에 서점과 출판사 스티커가 붙어 있어 병원 측에서는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을 했단다. 또한 지금처럼 아이들이 많이 빌려 보고,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제는 자신이 기증한 책을 읽고 고맙다며
전화하는 부모님도 있고, 직접 재배한 귤 등을 감사의 표시로 보내오는 이들도 있다며 흐뭇해했다. 나아가 이제는 아들, 딸도 함께 책을 기증하러 다니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고아원에 자원봉사 활동을 하러 간다고 했다. “자원봉사 활동과 기증 운동을 자식들과 함께 하니까 사회를 보는 눈도 생기고 매우 즐거워해서 좋아요”라고 웃었지만, 서점을 운영해 오면서 책에 대한 아쉬운 점이 많다는 한씨.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들은 많은데 비해 인성을 쌓을 수 있는 책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대학 진학 등 경쟁이 심해 지식과 관련한 책들이 대부분이에요”라면서, “물론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도 중요하지만,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치는 등 인성에 관한 책들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걱정했다. 요즘 컴퓨터 게임 등으로 인해 어린이들이 책을 멀리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자,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한창섭씨의 동생인 한호섭씨가 말문을 열었다. 그는 “컴퓨터 게임 등을 하면 그냥 스쳐지나가거나 눈에서만 남아요”라면서 “하지만 책은 상상력을 높일 수 있는 등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어요”라고 했다. 이어서 책을 읽으면 눈물을 흘릴 수 있으며, 책 한 권이
미래를 바꿀 수도 있다고 조언해 주었다. 그러면서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방법으로 한창섭씨는 ‘책 읽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부모들의 탓이 크다는 것이다. 나이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을 사주어 흥미를 잃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씨는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책을 항상 주변에 놔두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씨는 앞으로는 책 기증뿐만 아니라 ‘책 읽기 운동’도 함께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책을 빌려 보는 아이들이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졌으면 좋겠지만, 책을 많이 읽고 정신적으로도 맑아 졌으면 좋겠어요”라며 아이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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