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실력과 휴머니즘을 겸비한 김종연 의료원장을 만나다
[천마로를 거닌 사람] 실력과 휴머니즘을 겸비한 김종연 의료원장을 만나다
  • 김은택 기자, 박수연 기자, 정유진 기자
  • 승인 2021.03.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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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연 동문(의학과 79학번)은 우리 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생리학 교수의 길을 걸었다. 본지에서는 우리 대학교 부속 의료원장과 의무부총장 직을 맡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의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의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한다는 것이 저에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와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됐어요. 이 생각은 입학 후에도 변하지 않았고, 졸업 후 의사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닌 학자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어요.

학창 시절 본인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책을 많이 읽는 학생이었어요. 특정 도서를 골라서 읽기보다는 다양한 서적을 읽었는데, 이러한 독서 습관은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됐어요. 

 생리학을 전공하셨습니다. 생리학은 어떤 학문이며, 생리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임상이라 일컫는데, 임상의 기본이 되는 것이 생리학이에요. 생리학은 의학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학문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라 생각했어요.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의과대학에서 생리학 강의를 하셨던 이석강 교수님을 만난 것이에요. 이석강 교수님은 학생들에 대한 포용력이 있고,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셨어요. 이석강 교수님을 존경하게 된 이후 생리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게 됐죠.

 학부 시절 이루고 싶던 목표가 있었다면 무엇인가요?
 
학교를 제때 졸업하는 것이 목표였어요. 의과대학은 전공 특성상 졸업요건이 까다로워 학생들이 낙제하는 경우가 많아요. 학부 동기들을 만나면 아직도 가끔 낙제하는 꿈을 꾼다는 얘기를 하죠. 신기한 것은 수석 졸업을 한 학생이나, 실제 낙제를 한 학생이나 똑같은 꿈을 꾼다는 것이에요. 그만큼 당시 졸업에 대한 중압감이 매우 컸다는 의미죠. 

 영대신문 기자로 활동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영대신문 기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당시 학교생활에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 영대신문 입사를 결심했어요. 하지만 시사, 문화 등의 지식이 부족해 입사 면접 질문들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어요. 이에 입사에 떨어질 것이라 예상했지만 운이 좋게 합격해 활동하게 됐어요.

 과거 영대신문 기자 활동이 의료원 생활에 도움이 됐다면 어떤 측면인가요?
 기자 활동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이 과정에서 ‘말보다 실천’이라는 정신을 배울 수 있었죠. 이를 통해 제가 평소 바라봤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를 볼 수 있게 됐어요. 또한 인간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고, 사고의 폭도 넓어졌어요.

 영대신문 활동을 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수습기자 시절, 술을 많이 마셨던 기억이 나요(웃음). 신문 인쇄 작업을 마친 후에는 항상 기자들끼리 술을 마셨어요. 그 당시 영대신문은 굉장히 엄격한 분위기였어요. 수습기자 때 선배가 주는 술을 거절할 수 없어 술을 많이 마시고 구토를 했던 기억이 있죠.

 원장님께 ‘영남대학교’란 어떤 의미인가요?
 ‘영남대학교’는 2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저와 함께했어요. 그렇다 보니 저는 우리 대학교에 큰 애착을 갖고 있어요. 이러한 애착은 우리 대학교에서 목표를 성취하고 어려움을 극복하며 커졌어요. 그 후 우리 대학교의 발전이 나의 소명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이를 위해 발전기금 기탁부터 시작해 현재는 제도를 개선하는 등 우리 대학교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진행하셨던 많은 연구 중, 기억에 남는 연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1997년, 미국에서 의학 연구를 한 적이 있어요. 당시 미국 연구소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저의 아이디어로 해결했던 것들이 기억에 남아요. 또한 제가 디자인해 주도한 연구 논문 중 2편은 인용 횟수가 700회를 넘을 정도로 큰 성과를 냈어요. 

 지난달 우리 대학교 부속 의료원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의료원장으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가 있어요. 먼저 우리 대학교 창학 정신을 구현하는 것이에요. 두 번째는 우리 대학교 경산캠퍼스와 의료원 간 연계성을 강화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는 고객이 원하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에요. 저는 이 세 가지 중 고객이 원하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해요.

 우리 대학교 부속 의료원이 갖고 있는 의료시스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첨단 의료장비가 많아요. 특히 암 진단 및 치료에 있어 지역 병원에서는 가장 좋은 의료장비를 보유하고 있죠. 매년 꾸준히 고가의 의료장비를 구입해 지역민들의 의료서비스 개선에 힘쓰고 있어요. 또한 훌륭한 교수님과 의료진 덕분에 4년 연속 의사 국가고시 100% 합격과 5년 연속 SCI 논문 톱 5, 2년 연속 뉴스위크지 선정 세계최고병원 대구·경북권 1위를 달성했어요.

 우리 대학교 부속 의료원을 어떤 병원으로 만들고 싶나요?
 단순히 환자를 치료하는 기관이 아닌, 환자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고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우선적으로 우리 대학교 전경 사진이나 우리 대학교 박물관 소장품을 병원에 전시하는 방안 등을 구상하고 있어요. 내부고객의 행복도 중요한 지향점이에요.

 20대 의무부총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현재 맡고 계신 업무는 무엇인가요? 
 먼저 직제규정에 따라 의료원의 모든 업무를 처리해요. 또한 우리 의료원의 설립목적인 ‘지역민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 제공’ 을 위해 힘쓰죠. 동시에 우리 대학교 창학정신인 ‘애국정신을 바탕으로 인간교육과 생산교육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해요.

 방역의 최전방에 선 의료원 의사와 간호사 등 직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먼저 수고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누군가는 의료원의 직원으로서 당연한 일을 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는 그들이 의료인이라는 사명감 하나로 국민들에게 최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인한 펜데믹 상황 속 앞으로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코로나 펜데믹은 일시적인 것이에요. 그러나 일시적인 현상에 초점을 맞춘다면, 또 다른 펜데믹에 대응할 수 없어요. 의료계는 펜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부의 리더십이 부족했던 것이 이번 펜데믹의 원인 중 하나였죠. 의료계와 유관기관 간 수평적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펜데믹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의료인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실력과 휴머니즘이에요. 젊었을 때는 인성이 좀 나빠도 실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휴머니즘과 실력 중 더 중요한 것을 정의 내리긴 어려워요.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교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가치있는 일에 도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누군가에겐 제가 성공한 사람으로 보일 순 있지만, 저도 무수히 많은 실패를 경험했어요. 학생들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며 살길 바라요. 어떤 실패는 성공의 필수요건이라고 생각해요.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의 이야기

 사람이라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 중 하나는 병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대인은 일생의 시작과 끝을 병원에서 보낸다. 이처럼 병원은 우리의 삶에서 떼어내고 싶어도 떼어낼 수 없는 곳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병원을 총괄하는 김종연 동문을 만나게 됐다. 의학 드라마에서 비춰지는 병원장의 모습은 항상 예민하며, 오직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데 몰두하는 사람이었다. 환자를 살리기 위해 후배 의사들을 닦달하는 모습은 하나의 클리셰가 됐다. 하지만 그의 첫 인상은 자상했다. 또한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것을 뛰어넘어 환자의 행복을 위해 늘 고민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동료 직원을 아끼는 분이었다. 더불어 의료원을 단순한 일터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과 운명을 함께할 동반자로 여기고 계셨다. 이런 모습을 통해 최근 무사안일주의에 빠졌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됐고, 조직의 대표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그를 만나기 전, 생리학이라는 생소한 학문과 의료원장이라는 낯선 사람을 마주할 생각에 두려움이 앞섰다. 인터뷰 전 질문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의학용어를 공부하며 인터뷰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날 기자가 만난 동문은 ‘의료원장’이 아닌 ‘인생의 선배’였다. 그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들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가져할 요소들이었다. 그와 만남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성에 대해 생각해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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