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진정한 통합을 위한 시발점에 대해
[그림자] 진정한 통합을 위한 시발점에 대해
  • 김은택 대학·사회부장
  • 승인 2021.03.29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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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우리 대학교와 우리 지역에는 통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신임 총장은 영남이공대와 통합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경북지사와 대구시장은 경북과 대구의 행정통합을 논의하고 있다.

 두 종류의 통합은 공통점이 많다. 첫째, 두 통합 모두 지방에 들이닥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우리 대학교가 추진하는 통합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지방소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위함이다. 둘째, 통합 이후 출범할 통합체제의 구체적인 청사진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리 대학교의 통합은 논의 초기 단계이며, 구체적인 통합 방식이 공개되지 않았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경우,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에 의해 특별자치도 설치 특별광역시 설치 등 통합지자체 설치 방안이 공개됐지만, 특별법 제정 등의 절차상 문제가 남아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통합을 추진하는 이유는 통합 시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대학교는 지난 1967년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이 통합돼 지금의 영남대학교에 이르렀다. 100대 기업 CEO 배출 7위, 2020 THE 대학평가 17위 등의 성과는 우리 대학교의 입지를 잘 보여준다. 이렇듯 통합이 마냥 부정적인 것은 아닌 듯하다.
우리 대학교와 영남이공대, 경북과 대구는 어쩌면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대학교는 지난 십 수년간의 등록금 동결과 학생 수 감소로 인한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북 산하 기초자치단체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는 보이지 않는다. 소멸이냐, 생존이냐의 기로에 선 순간, 다른 대안이 없다면 하나가 되는 것도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통합은 단순히 헤드쿼터의 통합이 아니다. 두 학교의 구성원과 두 지자체 주민의 통합이 이뤄져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를 위해서는 통합의 장점만 그럴듯하게 홍보해서는 안 된다. 예상되는 단점이 장점보다 크다면, 이를 숨기지 말고 구성원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그 해결방안까지 통합안에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구성원의 의견도 충분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구성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것이 통합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통합으로 우려되는 여러 지점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이런 절차가 무시된다면, 허울뿐인 통합이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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