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로를 거닌 사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만드는 김일우 기자
[천마로를 거닌 사람]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만드는 김일우 기자
  • 조현희 기자, 박수연 기자, 이상준 기자
  • 승인 2021.03.15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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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일우 동문(영어영문학과 00학번)은 우리 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한겨레신문사에서 전국부 대구·경북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매일 독자들에게 입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우리 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소설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교과 과목 중에서도 영어에 가장 자신이 있었어요. 이에 영어영문학이 제 적성에 잘 맞을 것이라 판단해 영어영문학과에 진학하게 됐어요.

 학창 시절 본인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00학번 또래 남학생들과 비슷한 학생이었어요. 친구들과 피시방에 가 게임하는 것을 좋아했죠(웃음).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자주 했었는데, 우리 대학교에서 스타크래프트를 저보다 잘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게임을 잘했어요.

 학부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독서 활동을 즐겨 했어요. 1년 동안 제가 읽었던 책을 모두 합하면 300권 정도 된 것 같아요. 소설이나 사회과학 서적, 인문 서적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곤 했죠.

 신문기자를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학창 시절부터 신문 읽는 걸 좋아했어요. 고등학생 때도, 학부 시절에도 학교 가는 길에 항상 신문을 사서 읽었죠. 또한 야외로 나가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었어요. 이러한 제 특성에는 신문기자라는 직업이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인만의 기자시험 합격 비결이 있나요?
 당시 기자시험 평가 항목에는 서류 평가, 필기 평가, 면접 평가가 있었어요. 여기서 필기 평가는 상식 시험과 영어로 이뤄졌는데, 토익 점수가 높았던 편이라 가산점을 받을 수 있었어요. 면접 평가에서는 평소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예상치 못한 질문에도 조리 있게 답변을 할 수 있었죠.

 기자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역량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세상이 수천 개의 면이 있는 주사위같이 복잡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현재 한국 사회는 어떤 이슈에 대해 동전의 양면처럼 이분법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어요. 이러한 경향은 갈수록 심화되는 것 같아요. 이에 냉철한 시각을 갖고 세상을 넓게 보는 사람이 기자가 되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한겨레신문사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한겨레신문사는 1987년 민주항쟁으로 탄생한 사실상 최초의 진보언론이에요. 1980년대에는 군부 독재에 맞서는 언론이 많지 않았어요. 당시 한겨레신문사는 민주화라는 부분에서 큰 역할을 한 언론이기에 이러한 사실이 한겨레신문사만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한겨레신문사 전국부 대구·경북담당에서 어떤 일을 맡고 있나요?
 대구·경북 전역에서 일어나는 일을 취재하고 있어요. 특정 한 분야에 대한 취재를 하기보단 다양한 사안을 취재하죠. 예컨대 하루는 권력기관의 비리, 어떤 날에는 대구 공항 이전에 관한 이슈를 다루곤 해요.

 기사를 작성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주체들의 입장을 다뤄 여러 가지 시각이 담긴 기사를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문은 세상을 바라보는 하나의 창이기에, 기자는 독자에게 입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작성한 기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는 무엇인가요?
 2013년, 국립대구과학관 채용 비리 사건 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사건을 취재했어요. 그리고 해당 기사는 한겨레신문 단독보도로 1면에 기재됐죠. 기사가 나오고 난 후에는 관장이 해임되고, 채용자 중 절반은 채용이 취소됐어요. 이는 다른 기자들 사이에서 저의 존재가 많이 알려진 계기가 돼 기억에 많이 남아있죠.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모 기획 ‘잊지 않겠습니다’ 기사로 제46회 한국기자상 기획보도 부문을 수상하고 이를 책으로 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난이 나면 기사에는 사망자의 숫자만 표시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사망자들도 각자의 인생과 삶의 이야기가 있어요. ‘잊지 않겠습니다’는 그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탄생하게 된 기사예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많은 사망자를 한 명씩 기록했어요. 안산에 석 달 정도 머무르며 약 160명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고, 많은 학생의 이야기를 실었죠. 이로 한국기자상을 받은 이후에는 해당 기사를 책으로 출간해 그 수익금을 전부 유가족들께 기부했어요.

 지난해 코로나19와 대구를 관련지어 ‘대구가 더 힘든 이유’라는 칼럼을 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해당 칼럼을 작성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대구에서 코로나 집단감염이 유행했던 당시, 일각에서는 사실을 왜곡하며 대구 봉쇄를 주장하거나 대구시민들을 폄하하는 등 대구를 혐오적인 시선으로 바라봤어요. 특정 지역을 무분별하게 차별하는 것이 이해 가지 않아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해당 칼럼을 작성하게 됐어요.

 기자로 활동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후배 기자와 식사를 하는 도중 우스갯소리로 “기자 생활 10년 하니 지루하다”, “기자를 그만두고 제2의 인생을 찾아야겠다”는 말을 한 적 있어요. 그런데 그 말을 듣고 있던 후배 기자는 “선배 같은 분들이 계속 언론계에 남아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어요. 그때 ‘모든 사람은 아니더라도 일부는 내가 쓴 기사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보람찼죠.

 기자로 활동하며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나요?
 일부 사람들은 언론을 소비할 때 본인이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그것이 진실인지 판단하지 않아요. 그럴 때 회의감이 들곤 하죠. 하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에 이해하며 유연하게 생각하고자 해요.

 종이신문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사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요즘은 종이신문이 아니더라도 여러 플랫폼을 통해 기사를 접할 수 있어요. 따라서 신문사는 종이신문을 다른 플랫폼과 차별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대사회는 흔히 ‘정보화시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화시대의 부작용으로 정보의 과잉 생산 및 질적 저하라는 문제점이 언급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 언론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정보화시대에는 특정 집단에 유리한 데이터만 인용해 쓴 기사나, 악질적으로 제목을 작성한 기사, 제목과 내용이 불일치하는 기사들이 매우 많아요. 따라서 언론은 이를 근절하고 객관적인 기사를 보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해요. 또한 독자 개개인도 자극적인 기사만 소비하지 않는 등 개인의 언론 소비방식 태도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작성해 보고 싶은 기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지역 간, 세대 간 격차 등 시간이 지날수록 심화되는 문제를 다뤄보고 싶어요. 예컨대 서울 청년들과 지방 청년들 사이의 격차,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격차 등을 다루는 기획 기사를 써보고자 해요.

 앞으로 기자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기자로서 ‘김일우’라는 이름을 알리는 것이에요. 퇴직하고 나서도 제 이름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뿌듯할 것 같아요.

 개인 ‘김일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기자 일을 하다 보면 주변 관계에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아요. 개인 김일우가 된다면 멀어진 분들과 다시 가깝게 지내며 추억을 쌓고 싶어요. 주변인들을 돌아보며 살아보고자 해요.

 

인터뷰를 마친 기자들의 이야기

 이번 1662호 준비를 통해 ‘천마로를 거닌 사람’ 취재를 처음 경험했다. 앞서 취재를 경험한 선배는 취재원과의 인터뷰가 재미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첫 취재이다 보니 심장이 두근거리며 긴장됐다. 하지만 이번 ‘천마로를 거닌 사람’의 주인공인 김일우 동문의 따뜻한 대우 덕에 긴장이 풀리면서 그와 진심을 담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인간은 자신의 관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본다. 이는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생각을 확고히 하도록 하지만, 이러한 태도로 세상을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기는 어렵다. 이를 알고도 평소 하나의 사회 주제에 대해 나의 관점과 부합하는 기사만을 고집해왔다. 이런 나의 태도에 대해 김일우 동문은 사회를 편향된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조언하며, 본인은 학부 시절 다양한 신문을 읽는 등 사회 현상들을 여러 관점에서 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 순간 내가 고집해왔던 태도를 반성하게 됐다.

 김일우 동문의 신념은 독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것이라고 한다. 취재 후 그와의 인터뷰를 되돌아보며 독자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기사를 작성하기로 다짐했다. 삶을 살아갈 때도 편향된 시각으로 남을 바라보는 사람이 아닌 모든 사람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일우 동문을 취재하게 된 것은 기자 생활을 넘어 인생에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앞으로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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