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가 이끈 새로운 역사
동학개미가 이끈 새로운 역사
  • 박수연 기자
  • 승인 2021.03.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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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리면서,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특히 20대의 주식 참여가 늘어나면서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내서 투자’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이에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는 이유와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 빚을 끌어들여 투자하는 청년들에 대해 알아봤다.

주식시장, 왜 뜨거운가요

사상 처음 종가 기준 3천 선을 돌파한 코스피 지수
사상 처음 종가 기준 3천 선을 돌파한 코스피 지수

 최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다. 이와 함께 공매도 금지 연장에 대한 시민들의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끼친 영향과 공매도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에 대해 알아봤다.

 너도나도 하는 주식=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주식거래 활동 계좌 수는 3,788만개로, 한 달 사이 100만개 가까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참여가 늘어난 이유로 팬더믹 상황에서의 저금리 기조 유지 외부 활동 감소로 증가한 투자에 대한 관심 시중 유동성 확대 자산시장 접근성 확대를 들었다. 또한 부동산 규제 심화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주식시장에 유입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동학개미들이 이끌어 낸 코스피 3천시대=코스피 지수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종목들의 주식가격을 종합적으로 표시한 지표다. 코스피 지수의 상승은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가 평균적으로 상승했음을 나타낸다. 지난해 말 2,873.47이던 코스피 지수가 올해 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1월 7일, 코스피 지수는 3,031.68로 마감하며 사상 처음으로 종가 기준 3,000선을 돌파했다. 이는 2007년 7월 이후 약 7년 5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 천의 자리가 갱신된 것이다.

 이러한 코스피 지수 상승에는 개인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컸다. 지난해 초, 국내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연이은 국내 주식 매도로 인해 폭락했다. 이에 맞서 개인투자자들은 저평가된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지난 5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 금액은 97조 5,573억 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기관이 64조 2,711억 원, 외국인이 27조 7,443억 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이러한 현상을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힘이 모여 코스피 지수 3,000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뜨거운 감자, 공매도=주식시장만큼이나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다. 공매도란 주가 하락에서 생기는 차익금을 노리고 실물 없이 주식을 차입해 파는 행위를 뜻한다. 

 지난해 3월 16일,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를 1년간 한시적으로 금지했다. 금융위는 당초 오늘(15일)로 예정됐던 공매도 금지 해제를 오는 5월 3일로 연장했다. 이는 공매도 제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는 개인투자자들의 주장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이들은 공매도 제도를 통해 정보력과 접근성이 높은 기관 투자자 등은 주가 하락을 예측해 수익을 얻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손실을 보기 쉽다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들어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주식 가격이 공매도를 통해 적정 가격 선에 도달해 주가 거품이 가라앉는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 공매도 시스템이 가진 문제점을 개선한 후 공매도를 재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는 “공매도 재개 전, 차입 과정 없이 거래되는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적인 요소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부분 재개를 앞두고 공매도 관련 제도 개선과 시장충격 완화 시스템 구축 등을 약속했다. 또한 공매도 금지 연장 기간 동안 기관과 개인 간의 공매도 불공정성 문제를 개선하고, 개인도 안정적으로 주식을 차입할 수 있도록 개인 대주 제도를 확대 개편하기로 밝혔다.

‘빚내서 투자’하는 20대

 20대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참여가 급상승함과 동시에 부채를 동원한 투자도 큰 폭으로 증가해,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20대는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등을 활용해 직접 투자에 나섰다. 이에 빚을 내서 투자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빚내서 하는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알아봤다.

 주식에 열광하는 20대=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신규 주식계좌 개설 건수의 37.8%를 20대가 차지했다. 이는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큰 수치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청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형준 교수(경영학과)는 “지난해 3월 이후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의 가격이 전체적으로 상승한 상황”이라며 “이 소식을 접한 청년들이 상대적으로 거래가 용이한 주식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식에 대한 20대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빚내서 투자하는 20대의 비율 또한 높아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식구매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대출을 받는 20대의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2018년 말 1,600억 원에서 지난해 9월 4,200억 원으로 162.5% 급증했다. 이는 전체 연령 평균 증가율인 89.1%를 뛰어넘는 수치다. 마이너스통장 신규 개설 건수 역시 2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 저축은행의 마이너스통장 개설 건수 2만 4,997건을 분석한 결과, 20대가 57%(1만 4,245건)를 기록해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바 있다.

 빚내서 투자, 무슨 이유로?=본지에서는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경험이 있는 우리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익명을 요청한 우리 대학교 학생 A 씨는 “대출 이자보다 주식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해 대출을 감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우리 대학교 학생 B 씨는 “주식투자로 수익을 낸 경험이 있었다”며 “이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해 수익금을 더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처럼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20대는 짧은 기간에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을 보였다. 은행권 실무자들은 이 같은 현상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최수정 대구은행 PB팀장은 “대출을 활용한 투자는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추구하게 되는 등 투기성이 짙은 투자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빚내서 하는 투자가 불러올 위험성=일각에선 빚내서 투자하는 투자 방식이 많은 위험성을 초래하기 때문에 신중히 대출을 실행할 것을 권했다. 먼저 대출 상환에 실패할 경우 개인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경우 일부 대출 상품을 이용하지 못해 주택 구매 등 급히 현금이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충당할 수단이 제한된다. 또한 1금융권 대출 상품 이용이 어려워지며 이로 인해 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2·3금융권을 이용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취업 시장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은행 등 일부 기업은 신용불량자에 대한 취업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최수정 팀장은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 층의 신용에 문제가 생긴다면 본인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자의 모의주식 체험기

기자의 모의주식 결과

 주식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에, 기획 기사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과 부담감이 앞섰다. 이에 주식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자, 지난달부터 모의주식을 시작했다.

 먼저 현재 국내에서 가장 뜨거운 대형주 20주를 매수했다. 또한 평소 관심을 가진 5개 기업의 주식에 분산 투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식의 시황과 각 기업의 재무제표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매수한 주식 대부분이 하락했다.

 이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수익률이 가장 저조한 2가지 종목을 매도했다. 또한 모의주식 프로그램에서 제공되는 기사와 차트를 비교해가며 투자할 기업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3개 기업의 주식을 매수했다. 그러나 지난 4일,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로 인해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모두 하락해 보유하고 있던 종목 대부분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를 통해 주식이란 예측이 어렵고 이상과 실제는 현저히 다르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한 가상의 자본임에도 불구하고, 수익률을 확인하고자 모의주식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가상의 자본이 아닌 현금으로 투자를 했더라면, 이보다 더욱 깊이 몰입해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만약 주식투자를 고민하고 있다면 모의주식과 공부를 병행해 충분한 경험과 배경지식을 쌓길 권한다. 또한 단기적인 투자가 아닌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주식 용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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