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탑의 고시열풍! 흔들리는 대학교육
상아탑의 고시열풍! 흔들리는 대학교육
  • 이은애 기자
  • 승인 2007.06.08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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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내 고시열풍 진단

◎ 사회구조적인 문제

사진제공 연합뉴스
요즘 대학 도서관에는 공무원 시험 및 각종 자격증 시험 준비로 1년 내내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이는 소위 괜찮은 일자리인 30대 재벌기업에서의 고용추이가 1997년 9십만3천개에서 2001년 7십만2천개로 20만1천개가 줄어들었으며 공기업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2만1천1백개의 일자리가 줄어든 것과도 관련이 있다. 갈수록 힘든 취업과 지방대학생들에게 좁기만 한 취업 현실에서 어쩌면 학벌을 따지지 않는 고시공부나 공무원 시험은 자기가 노력 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이고 공평한 공부가 아닐 수 없다. 공무원 준비를 하는 이상희(공법3)군은 “지방대학이니까 취업을 할 때 선택의 폭이 좁은 것 같고, 손쉽게 할 수 있는게 공무원 시험 준비니까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한번 마음먹고 죽기살기로 노력해 시험에 합격하면 평생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하고 여유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학생들이 쉽게 고시나 공무원시험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고학년이 될수록 자신의 전공공부보다 고시나 공무원 시험준비에 더 많은 열을 올린다.
한편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준비나 고시공부에 몰두하게 되면 여러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 성낙현 교수는 “대학의 교육제도와 사회제도적인 시스템의 잘못된 부작용으로인해 자신의 전공을 살리지 못하고 학생들이 A라는 전공공부를 하면서 B라는 직업을 갖기 위한 공부를 또 하는 것은 부조리고 낭비다”라고 밝혔다.

◎ 현실에 맞지 않는 교육


한편 조경학을 전공하는 한 학우는 “전공을 살려 현장직을 선택하면 자기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몸도 힘들다. 또 경기도 안 좋아 뽑는 인원도 적다”며 자신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까닭을 설명했다. 또한 “취업한 선배들한테 얘기를 들으면 대학교 때 배운 것은 이론에 불과하고 배운 것을 사회에 나가서는 20%밖에 활용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갈수록 다양화하고 전문화되는 사회에서 대학에서 배우는 전공은 현실과 동떨어진 그야말로 이론에 불과하다는 것이 재학생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는 것은 힘들기만 하다는 것이 전공공부를 기피하고 공무원이나 각종 고시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문과대의 한 학우는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공공연하게 고시공부나 공무원공부로 눈을 돌려 하루라도 일찍 시험준비를 하는 것이 취업을 하는데 유리하다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학생들의 고시열풍은 근시안적으로는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합격만을 중시하는 방법론으로 흘러 폭넓고 깊이 있는 학문적 연구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 붕괴되는 교육


4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수업을 들어가지 않고 도서관에서 혼자 시험 공부하는 경우가 많다. 어차피 공무원 시험은 학점이 반영되지 않으니 굳이 수업에 들어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게 일반적인 학생들의 생각이다. 교수들도 암묵적으로 4학년 학생이 시험준비나 취업준비를 하면 출석을 하지 않아도 용인하는게 요즘 강의실의 분위기라고 한다. 또한 학문 자체의 깊이와 다양성이 반영되지 못하는 현행 고시체제하에서 학생들은 시험 준비에 필요하지 않은 과목은 수강을 꺼린다.
이렇듯 주체적이고 창조적인 인재양성과 인격을 도야함을 목적으로 하는 대학교육목표와 거리가 먼 학문을 단순히 시험 합격의 도구적 수단으로 치부하는 것이 오늘날 대학교육의 현주소다.

◎ 해결책


각종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에 대한 찬반 논의가 활발한 최근에는 고시의 자격시험화를 통해 교육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휴학 중에 고시준비를 위해 학교에 온 학우는 “시험 하나로 안정성과 사회적인 기득권이 보장되는 현행 체제와 취업난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고시열풍은 사그러 들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직업인이 되기 전에 갖춰야 할 기본소양만을 요구하는 자격시험의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문 현실은 유리될 수 없는 만큼 학과의 전문성을 살려 취업을 할 수 있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도록 하고 학생들의 직업에 대한 가치관이나 신념을 확립시킬 수 있는 커리큘럼의 보완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고시주의’로 인해 대학 교육이 중심을 잃어 가는 현실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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