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분위기 메이커, 공공미술
우리 동네 분위기 메이커, 공공미술
  • 이상준 기자
  • 승인 2021.03.15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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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걷다 당신의 눈길을 사로잡은 공공미술을 본 적 있는가? 지난해 8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공공미술 프로젝트-우리 동네 미술’을 시행하는 등 정부는 공공미술에 끊임없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공공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서 마주하고, 앞으로도 마주하게 될 공공미술에 대해 알아봤다.

알지 못했던 공공미술 이야기

 현대로 들어와서 공공미술은 설치 미술의 유형적 특성을 넘어 시민 간의 소통 확대와 문화공동체 형성 등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공공미술 설치에 있어 변화의 필요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공공미술 발전과정과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알아봤다.

 소통하는 예술, 공공미술=공공미술은 예술적 소통을 추구하는 개방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공공 공간에서 지역민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미술 행위 전반을 의미한다. 이러한 공공미술의 개념은 ‘공공’이라는 단어 해석의 범위가 시대에 따라 바뀌면서 전통적인 공공미술에서 새로운 공공미술로 변화된다.

 1967년 영국 행정가 ‘존 월렛’이 그의 책 <도시 속의 미술>에서 ‘공공미술’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다수의 사람들이 미술을 향유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주변 환경과 관계없는 작품이 거리로 등장하게 되면서 공공미술은 공공공간에 놓여있는 장소 속의 미술로 정의됐다. 이로 인해 주로 과거 소수 사회계급인 상류층에 의해 소유되던 미술이 대중의 영역으로 나오게 됐다. 이후 공공미술은 도시 계획의 일환으로서, 도시의 미관을 위한 장식으로 활용됐다. 이는 지역 사회를 활성화하고 문화적인 도시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여성, 노동자 등과 같은 당시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술로 그 의미가 확장됐다. 사회 문제에 대한 메시지가 담긴 벽화 작업, 공공미술 퍼포먼스 등을 통해 자신의 요구를 표출함으로써 공공미술은 점차 사회와 소통하게 됐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공공미술은 단순한 미술의 영역에 그치지 않고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로 변화했다. 신기운 교수(미술학부)는 “과거 전통적 공공미술은 지역민들에게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수직적 성격을 가졌다면,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은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예술적 소통을 추구하는 수평적 미술”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건축비용의 일정 금액을 미술 작품 설치에 사용하도록 하는 ‘건축물 미술장식제도’가 1995년에 의무 적용되면서 공공미술이 본격적으로 제작됐다. 이후 우리나라에서 많은 공공미술품이 제작되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도 공공미술 제작은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도시 흉물로 전락, 이젠 변화가 필요해=한편 공공미술은 시의에 맞지 않는 작품 설치가 남발됨에 따라 공공미술 설치에 있어 변화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25개 구에 설치된 건축물 미술 작품 3,400여 개 중 23개 구에서 183개가 훼손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공공미술이 한번 설치되면 아무리 오래되고 훼손된 작품일지라도 수년간 방치되기 때문이다. 이에 안규철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조형예술과)는 “동시대적 의미가 없는 공공미술품들이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되지 않고 있다”며 “구시대적 미술 작품이 다음 세대의 장애물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지역 주민의 공감대에 맞지 않는 공공미술이 무분별하게 설치될 경우, 공공미술은 흉물로 전락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최영 대구대 교수(현대미술과)는 “공공미술 설치에 있어 고려되지 않은 지역성 및 주민과의 소통 부재가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공공미술이 나아가야 할 길=그렇다면 올바른 공공미술 문화가 형성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공공미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공미술 설치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안규철 교수는 “공공미술의 예술적 가치를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공공미술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예술로 발전돼야 한다”고 전했다.

우리 지역 공공미술 투어

서상동 골목: 별을 따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벽화
서상동 골목: 별을 따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긴 벽화

 경산시 서상동에 있는 서상동 벽화 골목은 경산시장 근처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 2010년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하고 경산시가 후원한 ‘생활공간 공공미술 가꾸기 사업’을 통해 돼지골목 일대가 미술 거리로 재탄생했다.

 서상동 벽화 골목을 걷다 보면 비행기와 구름이 떠 있는 조형물이 설치된 것을 볼 수 있다. 골목 안으로 더 들어가다 보면 별이 쏟아지는 듯한 풍경과 별을 따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벽화를 발견할 수 있다. 해당 벽화는 특히 밤이 되면 LED 조명이 켜지면서 ‘별을 품고 있는’ 골목 같은 느낌을 준다. 서상동 벽화 골목은 표지 간판, 벽화와 담벽 등을 활용한 경관 조형물로 눈을 즐겁게 한다.
 

선사시대로: 원시인을 주제로 한 작품들
선사시대로: 원시인을 주제로 한 작품들

 지난 2015년 대구시 달서구에서 진행한 ‘선사시대로 탐방 사업’ 활성화에 따라 원시인을 주제로 한 각종 조형물이 대구시 진천동 선사시대로에 설치됐다.

 대구 선사시대로에 도착하면, 선사유적공원 길 안내판에 설치된 원시인 조형물을 목격할 수 있다. 해당 조형물은 ‘광고 천재’로 불리는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의 작품으로, 원시인이 돌도끼로 안내판을 내려쳐 구겨진 듯한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선사유적공원으로 가는 골목으로 들어서면 원시인이 건물에 올라가는 모습의 조형물과 구석기 시대를 상징하는 벽화들이 눈에 보인다. 이를 통해 원시 시대로 날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수제화 골목: 향촌 수제화 골목 입구
수제화 골목: 향촌 수제화 골목 입구

 향촌 수제화 골목은 대구시 중앙로에서 서성로 14길까지 300m에 이르는 골목으로, 중구 향촌동 일대에 자연스레 형성된 수제화 제작 가게들을 특화 거리로 조성한 곳이다.

 향촌 수제화 골목은 지난 1월 중구청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당 골목 벽화작업에 20여 명의 중구 미술가와 시민들이 참여했다. 골목 입구에 들어서면 빨간 구두 조형물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그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다채로운 공공미술 벽화를 구경할 수 있다. 더불어 건물 외벽, 전봇대 등 곳곳에 숨겨진 그림을 찾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태원 동상: 나무 밑의 이태원 동상
이태원 동상: 나무 밑의 이태원 동상

 이태원 길은 대구 칠곡지구 출신 문학가인 이태원의 이름을 따서 대구시 북구 동천동에 지어진 거리다. 이태원 길을 따라 들어가면 문학가 ‘이태원 동상’이 있는 이태원 광장이 나타난다.

 손영복 작가가 제작한 ‘이태원 동상’은 나무 그늘 밑에 있는 바위 위에 앉아, 책 한 권을 들고 상상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태원 작가가 활동한 80년대를 배경으로 제작된 해당 동상에는 당시의 헤어스타일과 옷이 부각돼 있다. ‘이태원 동상’이 있는 광장에는 이태원 문학관도 위치해있어 이태원 작가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이태원 길’을 방문해보길 바란다.

공공미술가로 산다는 것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이하 김광석 길)과 ‘이태원 동상’을 제작하는 등 대구·경북 등지에서 공공미술 활동을 활발히 해오고 있는 사람이 있다. 손영복 작가는 현재 ‘니나노프로젝트예술가협동조합’ 소속의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공공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손영복 작가를 만나 그의 공공미술가로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봤다.

 공공미술가로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미술을 전공했기에 전시를 통해 작품을 알리는 활동을 해왔어요. 그러던 중 공공미술을 제작하는 작가님들의 제안으로 방천시장 예술 프로젝트를 함께 하게 됐죠. 당시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공공미술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공공미술가는 주로 어떤 작품을 제작하나요?
 지역성 및 장소성 등 환경적인 부분을 고려하면서도, 다수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공공’미술을 제작해야 해요.

 공공미술가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10년 전 ‘김광석 길’을 진행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사람들의 발길이 없는 골목이 ‘김광석 길’로 알려지면서 북적북적하게 된 것을 보며 공공미술의 힘이 크다는 것을 느꼈어요.

 ‘김광석 길’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방천시장 예술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수십 명의 작가들이 비어있는 벽을 예술로 채워보자고 한 것이 시작이었어요. 단순히 벽화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는 방문객들이 예술 활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길이 됐으면 했죠. 끊임없는 고민 끝에 대구에서 태어난 가수 김광석을 알릴 수 있는 예술 거리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수 김광석의 삶과 음악을 주제로 조성한 ‘김광석 길’을 만들게 됐어요.

 공공미술가로 활동하는 데 있어 개선됐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하나의 창작 활동이기 때문에 공공미술 제작에 있어 작가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환경이 마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공미술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조형물 사업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 속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신가요?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탄생한 작품을 불특정 다수와 함께 소통하는 것이 예술품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러한 공공미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돼 시민들이 더 좋은 작품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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