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을'을 위한 상아탑이 필요하다
[영봉] '을'을 위한 상아탑이 필요하다
  • 조현희 편집국장
  • 승인 2021.03.15 21: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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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大學)’이란 무엇인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대학은 고등 교육을 베푸는 교육 기관을 의미한다. 쉽게 말해, 국가와 인류 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 이론과 응용 방법을 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돕는 곳이다. 하지만 이 정의에는 간과된 부분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심지어 본인마저도 차별대상이 될 수 있기에 성별, 종교, 인종, 나이 등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원한다. 교육기본법 제3조 및 4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에 있어 개인의 특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갖는다. 이는 대학이 적극적으로 차별에 맞서야 한다는 반차별 선언과 같다. 따라서 대학은 학문을 탐구하는 곳에서 더 나아가 누구든 차별받지 않고 수평적 위치에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하지만 위의 반차별 선언과는 달리 대학은 어느새 차별의 장으로 전락했다. 혐오가 대학가의 일상에 고스란히 녹으며 모두에게 노출되고 있다. 지난 2019년 모 대학에서는 학내 성소수자 동아리의 행사, 모임, 현수막 게시 등을 금지했다. 이에 대해 학생서비스팀 측은 단순히 행사 및 모임, 현수막에 ‘성소수자’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익명성이 보장된 다수의 대학 커뮤니티에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도배된 글이 셀 수 없을 정도로 게시된다. 혐오의 주된 대상은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취약계층 등으로, 사회적 약자에 해당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소수자를 향한 원색적인 혐오는 그들을 두려움 속으로 몰고 간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따르면, 표현의 자유는 모두에게 존재하지만 실제 다수자와 소수자의 자유는 같지 않다. 다수자는 소수자를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는 반면, 소수자는 다수자에게 자극을 주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받는다. 이러한 권력 관계 속에서 소수자를 향한 혐오는 심화되며 결국 그들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진다.

 따라서 대학이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그들을 보이는 공간에 입장시키고, 차별의 장으로 전락한 대학을 진리의 상아탑으로 회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방법이 필요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교육이다. 다양한 소수자의 권리를 포함한, 21세기에 맞는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인권 침해가 대학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게 함으로써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소수자를 향한 차별을 일정 수준 방지한다는 점에서 소수자의 권리를 향상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만으로 혐오를 완전히 근절하긴 어려울 것이다. 영대신문에 처음 입사했을 당시, 나는 ‘수습기자 포부’ 기사에서 약자의 편에 선 정의로운 기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 포부는 2년이 지난 지금도 가슴에 품고 있다. 따라서 올해 영대신문 기조는 기존과 크게 바뀌지 않을 예정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소외된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이다. 많은 학내 구성원이 소수자의 이야기에 관심 갖고 공감할 수 있도록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 마지막으로 ‘을’의 위치에 있는 독자에게 감히 전한다. 학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불편 및 부조리를 개선하고 싶다면 언제든 영대신문을 찾아주길 바란다. 영대신문은 당신과 연대의 끈을 놓지 않으며 항상 함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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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15 22:32:55
현희 멋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