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회 천마문화상] 심사평(소설)
[51회 천마문화상] 심사평(소설)
  • 노상래 교수(국어국문학과)
  • 승인 2020.11.23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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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천마문화상의 소설 부문에는 총 31편의 작품이 응모하였다. 그 가운데 참신성, 플롯의 탄탄함, 그리고 문장의 완성도, 주제의 선명성 등을 기준으로 하여 5편의 작품을 가려내었다.  「웰컴 투 하노이」, 「탐라에 부는 바람」, 「안개에 젖은 여름은 차갑기도 하다」, 「사라진 펭귄과 등하원도우미」, 「욕쟁이 할머니」 등이다.

 「웰컴 투 하노이」는 직장 생활에서 권태감을 느낀 ‘나’가 불쑥 하노이로 여행을 떠나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두른 감이 있다. 매끄럽게 완결되지 못한 문장이 산견되었다. 그리고 설명적 묘사가 서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었다. 잦은 비유적 표현은 긴장감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탐라에 부는 바람」은 외부 바람(전쟁이나 정치적 이데올로기 등)으로 본토인(제주도)들이 어떻게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거나 목숨을 잃게 되는지를 보여준 역사소설이다. 글쓰기의 힘이 느껴지는 수작이다. 하지만 탐라에 분 바람의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그 둘이 같음을 전제함으로써 소재주의로 빠져들 위험을 안고 있다. 그리고 오탈자가 보여 흠결이었다.

 「안개에 젖은 여름은 차갑기도 하다」는 범죄소설이다. ‘김신우 언니’의 죽음을 목격한 여자아이와 그 죽음에 깊이 연루된 ‘여자아이’의 아버지 이야기이다. 일종의 범죄소설이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김신우 언니’라는 주인공의 이름을 계속 반복해서 쓴 이유가 궁금하다. 내겐 읽기를 방해하고 있었는데. 그리고 ‘여자아이’의 반복도 마찬가지이다. 범죄소설의 범죄성을 좀 더 부각시키려는 3인칭 소설로서의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의도쯤으로 이해하려 한다. 문장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절차탁마가 필요하다.

 「사라진 펭귄과 등하원도우미」는 등하원도우미를 하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라진 팽귄> 지우에 대한 그리움과 <낯선> 익숙함이 잔잔하게 안타까움으로 묻어나는 잘 짜여진 이야기이다. 잔잔하지만 읽는 동안 서서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마력은 조탁의 힘인 것 같다. 다만 서사의 익숙함이 주는 평범함이 왠지 거슬린다.

 「욕쟁이 할머니」는 소설가 소설 쓰기의 형식에 묻어난 욕쟁이 조말숙 할머니의 삶은 비루하지 않다. 당당하다. 소설 속에는 욕쟁이 할머니와 거의 등치로 인간군상의 파편들이 그려지며, 욕쟁이 할머니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 또한 천박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어차피 삶이란 <거기서 거기 아닌가>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우쳐 주지만 큰 울림이 있다. 그 힘은 <썰>을 풀어가는 낯선 방식에서 비롯된다.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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