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간을 잘 쓰는 지혜
[사설] 시간을 잘 쓰는 지혜
  • 최동주 언론출판문화원장
  • 승인 2020.11.23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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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은 추상적 개념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으며, 냄새도 없다. 다만 주변의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시간에 관한 언어 표현이나 사고는 대부분 은유적이다. 어쩌면 은유를 통하지 않고는 시간에 대한 이해가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다. ‘시간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어느 누구도 머뭇거리지 않을 수 없지만, 우리는 흔히 미래가 앞에 있다고 생각하며, 과거는 뒤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가기도 하고, 물처럼 흘러가기도 한다.

 사람들이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 중 하나는 시간을 자원 혹은 재화로 간주하는 것이다. 시간을 아껴 써야 한다든가, 시간을 절약하고,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그러하다.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더없이 소중하고, 누구든 시간을 벌고 싶어 하며, 빼앗기지 않으려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시간을 빌리기도 하고, 내어주기도 하며, 어떤 일에 시간을 들이거나 투자하기도 한다. 사실 삶에서 시간을 잘 쓰는 지혜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코로나19가 대학에 초래한 큰 변화 중 하나는 비대면 수업 실시와 많은 행사들의 축소이다. 상당수의 수업이 비대면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미리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강의실에 가야 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며, 행사를 위해 모이는 일도 줄어들었다. 물론 이전과 지금이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여느 때 같으면 짜여진 일정에 따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루를 보냈을 것이지만, 이제는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스스로 계획해야 한다. 시간을 주도적으로 잘 쓰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시간을 잘 쓰는 것은 적절한 계획을 세우는 데에서 시작하며, 의미 있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 기본일 것이다. 그러나 특별한 계획 없이 그저 무료하게 지내도, 또는 뭔가에 한눈팔고 있어도 시간은 흘러간다. 우리가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지 않거나 못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은 멈추지 않으며,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시간은 붙잡을 수 없고, 돌이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하다. 시간을 주도적으로 잘 쓰지 못하는 삶은 곧 세월에 이끌려 사는 삶이다.

 어느덧 올해가 저물어간다. 아마도 우리 모두에게 어떤 해보다 특별했던 한 해가 아니었을까? 나는 시간을 과연 잘 썼는가? 갑작스레 닥친 코로나 19로 인해 당혹해 하면서, 혹은 얼마 안 있어 원래로 다시 돌아가겠지 하면서 어떤 계획도 없이 어정쩡하게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은 아닌가? 그러나 아직 늦지 않았다. 물리적인 시간은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지만,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기도 하고, 천천히 가기도 한다. 2020년도 겨우 한 달여가 남아 있을 뿐이나,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한 달여라는 시간이 그렇게 짧은 시간이 아닐 수 있다.

 영대신문 이번 호는 올해의 마지막 호이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5차례 발행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신 독자 여러분께,  그리고 인터뷰가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취재하고 밤을 새워가며 기사를 써준 기자들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드린다.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의 시간, 뒤를 돌아보기도 하고 앞을 내다보기도 하면서,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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