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회 천마문화상 - 우수상(시)] 식탁
[51회 천마문화상 - 우수상(시)] 식탁
  • 강영빈(계명대 문예창작학과1)
  • 승인 2020.11.23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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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레를 푹 끓인다 서로 다른 모양의 감자와 당근과 돼지고기를 넣고 

 남자와 여자가 의자에 앉아서 대화한다

 인도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소가 사는 곳 

 오토바이와 소가 함께 달려 나가면서 허공을 들이받는다 

 허공에선 커리의 냄새, 갠지스 강의 오래된 물비린내가 떠다닌다 

 그 냄새를 오래 맡는다 그릇에 묽은 카레가 고이고, 밥은 섬처럼 머리를 내밀고 있다

 카레를 앞에 두고 카레를 떠올리는 동안 카레는 사라지고 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뻗어 나온 숨이 하얗게 증발하고 

 수저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숟가락이 잡히면 젓가락을 놓치고 

 서로에게 손을 뻗으면 서로의 손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벽에 걸린 액자 속의 눈동자들은 같은 곳을 응시하고, 하얀 배경 앞으로

 이 풍경이 숨겨져 있다, 식탁에서 엉키는 서로의 자세  

 카레를 푹 끓이면 이국적인 말투를 배우게 된다 서로의 말이 외국어로 들리게 된다 

 한동안 조용한 집안에서 인도 도로 한복판으로 나오는 순간 

 남자와 여자가 손을 잡고 강을 따라 걷고 있다 

 물결은 계속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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