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세계로 들어와 볼래?
연극의 세계로 들어와 볼래?
  • 이상준 준기자
  • 승인 2020.11.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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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을 통해 우리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한다. 이러한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연극인들은 무대 뒤에서 연구하고 또 연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무대 앞뒤에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연극인들이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지정한 ‘2020연극의해’를 맞아 많은 사람의 땀과 열정으로 만들어지는 연극에 대해 알아봤다.
 

연극계가 나아가야 할 미래

 현대에 들어와서 영화, 드라마와 같은 문화예술 활동이 인기를 얻으며 연극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연극은 각 시대의 역사와 분위기를 담으며 수천 년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이에 다른 예술 분야에서 느낄 수 없는 연극만의 매력과 연극계의 현 상황에 대해 알아봤다.

 삶과 인생이 담긴 인간의 예술, 연극=연극은 배우가 무대에서 극본에 따라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몸짓·동작·말로써 관객에게 보여 주는 예술이다. 배우 무대 관객 희곡의 4대 요소를 기반으로 종합성, 이중성, 현장성, 계획성의 특징과 함께 연극이 만들어진다. 이 중 하나라도 없으면 연극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날로그 예술’로 불리는 연극은 기술적인 화려함보다 한정된 시공간에서 관객과 배우의 직접적인 소통으로 만들어진다. 무대 위에서 직접 연기를 펼치는 배우와 이를 지켜보는 관객 사이의 교감을 통해 극 참여자들은 극적 환상을 경험함으로써 인간예술이 구현된다. 이진아 연극평론가는 연극을 “배우와 관객, 관객과 관객이 동일한 시공간을 체험함으로써 극 참여자들이 일시적이지만 잊을 수 없는 공동체감을 느끼는 예술”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연극은 사회에 대해 모순적이거나 풍자적인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또한 시대를 반영하면서 발전한 연극은 인간의 개인적 문제부터 사회 현상까지 모두 담고 있다. 김건표 대경대 교수(K-연극영화뮤지컬과)는 “연극은 인간의 삶과 인생을 담은 인간의 예술이자 인간의 본질을 비추는 축소판”이라고 설명했다.

 연극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문체부에서 발표한 「2019 국민여가활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문화예술행사 분야에서 연극의 관람률은 13.5%로, 영화 관람률 77%, 대중음악 청취율 23.3%에 비해 저조하다. 이는 유통이 활발한 영화와 대중음악에 비해 동시 상영이 될 수 없다는 연극의 매체적 특성 때문이다. 또한 연극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우리들의 문화생활에서 배제돼 왔다. 이에 오세곤 순천향대 명예교수(연극무용학부)는 “다른 장르에 비해 연극은 예술적 완성도가 높아도 관객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연극계, 이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해=한편 문체부에서 발표한 「2020연극의해 추진계획 수립 및 효과분석」에 따르면 연극 관람객 증가율 저조 현상과 불규칙한 소득으로 인해 연극인의 경제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더불어 연극인의 고용 방식은 저가 입찰로 진행돼, 유명 연극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연극인은 유명 예술작품에 출연할 기회가 없어 열악한 조건에 응할 수밖에 없다. 이에 오세곤 교수는 “연극인의 저가 입찰로 제작된 작품은 공연장에 나온 관객들을 실망시키고 이러한 악순환은 연극인의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연극인들의 연극 환경이 나아지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헌법 제22조 2항에 따르면 예술가들은 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예술인의 권리를 보장한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모든 예술인들이 자신의 예술에만 전념하도록 국가의 체계적인 예술지원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연극이 만들어지기까지

 연극 제작은 작품 선정과 같이 본격적으로 제작에 착수하는 ‘프리 프로덕션’, 무대 장치 반입부터 모든 공연 일정을 소화한 후의 무대 철수까지를 의미하는 ‘메인 프로덕션’, 작품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포스트 프로덕션’과 같은 세 단계의 과정을 거쳐 제작된다. 이에 김중효 계명대 교수(공연학부)와 극단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에서 조명 스태프 겸 배우를 맡고 있는 정성태 극단 대표, 안민열 연출가를 만나 연극의 제작 과정과 고충을 들어봤다.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김중효 교수(이하 김 교수): 제작자는 먼저 연극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계산한 예산서를 작성해요. 그리고 제작자 또는 연출가가 작품을 선정하고 연극 대본이 완성되면 그에 맞춰 무대 제작 디자인을 구성해요. 그리고 무대에 설 수 있는 공연장을 결정하죠.
 안민열 연출가(이하 안 연출가): 저는 작품을 구성하고 기획해요. 이때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문제 등 시의에 맞는 소재를 찾아요.
 정성태 배우 겸 스태프(이하 정 대표): 배우들은 연출가와 만나 프리 리딩을 진행해요. 이 과정에서 배우는 본인에게 어울리는 역할을 맡게 되죠. 배우 본인이 원하는 역할이 있다면 오디션을 보기도 해요. 스태프는 연극에 사용될 조명, 무대, 디자인 등에 관해 연출가와 의논해요.

 위의 단계에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안 연출가: 공연할 수 있는 극장을 섭외하는 것이 어려워요. 그리고 연극 제작 중 배우와 스태프 간의 마찰이 생기지 않도록 중재자 역할을 해야 돼 늘 신경이 곤두서 있죠.
 정 대표: 배우의 입장에서는 대본에 있는 역할을 자신만의 캐릭터로 만들어내는 게 부담이 돼요. 또한 스태프와 연출가가 생각하는 연출 방식이 다를 때면 늘 합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여요.

 ‘메인 프로덕션 단계’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안 연출가: 배우들과 협력하면서 만들어낸 극의 모습을 관객 앞에서 완벽하게 실현해내기 위해 리허설도 실전처럼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들을 고안해요.
 정 대표: 배우들은 연습을 통해 자신의 캐릭터를 진실성 있게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조명 스태프로서 조명 디자인부터 설치까지 담당하고 있어요.

 연극의 리허설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김 교수: 무대 장치 조명 소품 음향 의상을 점검하는 테크니컬 리허설과 배우들이 의상을 입고 진행하는 의상 리허설(최종 리허설)로 진행해요.

 무대를 제작할 때 가장 고려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안 연출가: 관객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단순하게 제작하되 단조로움은 피하는 편이에요.

 연극에 필요한 소품, 도구 등은 어떻게 마련하나요?
 김 교수: 연출가의 동의에 따라 소품디자이너와 조명디자이너가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요.
 정 대표: 비품을 구입하거나 배우, 연출가, 스태프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가져와 직접 소품을 마련하기도 해요.

 위의 단계에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안 연출가: 조명, 음향부터 배우들의 연기 방향 제시까지 하며, 극장과의 관계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점이 어려운 것 같아요.
 정 대표: 자신이 맡은 역할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다 보면 배우의 입장에선 연기를 완벽하게 할지라도 관객들에게 기계적인 모습으로 보여질 때가 있어요. 이런 무대를 생동감 있는 연기로 살 리는 것이 어렵죠. 그리고 스태프 입장에서는 자신이 설치한 음향, 조명, 무대 등을 극 흐름에 맞게 적용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요.

 ‘포스트 프로덕션 단계’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안 연출가: 평론가, 기자와 같은 외부 인사들을 초청해 작품을 평가받아요. 
 정 대표: 배우들은 공연을 하고 나서 서로의 연기에 대해 평가해요. 공연이 끝나면 배우와 연출가가 모여 각 장면에서 아쉬웠던 부분과 좋았던 부분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품평회를 진행하며 마무리해요.

 하나의 연극이 제작되기까지 평균적으로 걸리는 시간을 알려주실 수 있나요?
 안 연출가: 단막은 평균적으로 한 달 반이 소요돼요. 장막은 평균적으로 한 달 반에서 길게는 세 달 또는 여섯 달 반이 소요되기도 해요.

 해당 단계에서 연극의 성공 여부 판단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안 연출가: 연출가의 입장에서 처음 계획했던 극의 완성도에 도달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극 진행 중 예상치 못한 관객의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을 때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정 대표: 관객이 저를 배우가 아닌 캐릭터로 봐줬을 때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기자의 연극관람 후기

연극 '이브의 선물'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는 지난 10월 23일부터 연극 ‘이브의 선물’이 공연되고 있다. 연극을 관람할 당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하지 않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였기 때문에 연극을 볼 수 있었다. 코로나 시대의 연극 관람은 어떻게 이뤄질까. 소극장에 들어가자마자, 먼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방문객 명부를 작성하고 체온 측정을 하는 것은 예전과 달랐지만 공연 시간이 다가올수록, 기대감으로 가득한 관객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이브의 선물’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배경으로 산타, 루돌프, 멀티남 총 3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극 중 산타는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을 반성하고 일상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반복되는 상황을 통해 코믹 판타지 로맨스를 즐길 수 있다. 멀티남 역할을 맡은 배우는 캐릭터 ‘신’부터 ‘순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애드립인지 알 수 없는 코믹한 연기를 선보인다. 코믹한 연기를 선보임에도 배우의 대사에는 상대방 캐릭터에게 진심이 담긴 말을 던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진심이 담긴 배우의 대사를 통해 관객들은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와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된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풍기는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출연 배우들의 열정이 가득 느껴지는 멋진 연기로 연말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또 연극이 끝난 후, 연극의 묘미라고 할 수 있는 배우들과의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사진 촬영부터 주변 사람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이브의 선물’을 관람해 많은 교훈과 추억을 얻길 바란다.

연극 '러브 어게인'

 연극 ‘러브 어게인’은 1997년부터 2020년까지의 시간 속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 발음, 목소리 모두 훌륭해서 극에 몰입이 잘 된다. ‘러브 어게인’은 7년 동안 배우를 준비하고 있는 남자 주인공과 디자이너의 꿈을 이룬 여자 주인공의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현실적인 스토리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시티폰부터 레트로 느낌이 나는 의상을 통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시간 여행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연극이 진행되는 도중 다양한 역할을 소화한 한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나 주인공 커플 사이에서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연기는 관객석의 웃음을 유발한다. 소통이 활발하다는 점도 이 연극의 큰 재미다. 연극의 배우는 극 중간마다 애드립을 통해 관객에게 호응을 부탁하며 관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은 무대와 객석의 간격이 멀지 않기 때문에 배우가 객석에 내려와 연기를 펼치는 등, 무대와 객석이 분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연극 진행 중 배우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관객이 답을 하고, 한 명의 관객이 무대에 올라가 하나의 배역을 맡아 극을 이어가기도 하며, 극 중 관객 모두가 배우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배우가 모든 관객의 사연을 즉석에서 읽어 주기도 하는 등, 관객 참여형 이벤트도 인상 깊다. ‘러브 어게인’ 관람은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연극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극장에서 관객이 중심이 되는 연극을 경험하고 싶다면 11월 29일까지 ‘송죽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러브어게인’을 관람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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