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선거 파행, 그 내막은?
초유의 선거 파행, 그 내막은?
  • 김은택 기자, 박수연 준기자
  • 승인 2020.11.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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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거 방침에 따라 다음 달 6~7일 선거 실시

 당초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치러질 예정이었던 ‘2021학년도 학생자치기구 총선거’가 파행됐다. 이에 오는 12월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재선거가 실시된다.
 
 사퇴 기간, 회칙에 어긋나=에브리타임 우리 대학교 게시판에 일부 후보자들의 사퇴 일시가 회칙에 위배됐다는 글이 게시됐다. 이는 지난달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가 인준·공고한 「54대 (부)총학생회장 선거 시행세칙」(이하 온라인 선거 시행세칙) 중 일부 조항이 「총학생회 회칙」과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기존 회칙 87조에 따르면 중앙운영위원의 사퇴 기간은 선거 예정일로부터 30일 전인 지난 10월 21일을 넘길 수 없었다. 하지만 온라인 선거 시행세칙에 공고된 사퇴 기간은 이를 넘긴 10월 19일부터 23일까지였다. 코로나19로 특정 시간에 학생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퇴 기간과 투표일을 늘리면서 회칙과 어긋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중선관위는 해당 선거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결정했다. 

 특정 후보 밀어주기 의혹 제기돼=일각에선 중선관위의 재선거 방침을 두고 특정 후보의 탈락을 막기 위해 재선거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주장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대학교 학생 A 씨는 “중선관위와 특정 후보 사이의 유착 관계가 의심된다”며 “사퇴 일시가 문제가 된 해당 후보를 봐주기 위해 재선거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중선관위 측은 특정 후보를 위해 선거 사무를 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류 심사 과정, 원활한 소통 이뤄졌나?=이번 선거 서류 심사과정에서도 논란이 발생했다. 선거 시행세칙에 따르면 선거에 입후보하기 위해서는 *인쇄 도수 제한 없이 제작된 선거 정책 자료집 인쇄본 30부와 선거 공고용 사진, 선거 정책 자료집이 업로드된 USB 등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후보 예정자는 두 자료가 상이하다는 이유로 심사과정에서 탈락했다. 이에 중선관위 측은 USB상의 선거 정책 자료집을 출력해 제출하는 것이 아닌, ‘선거 정책 자료집’이 업로드 된 USB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대학교 학생 B 씨는 “회칙과 세칙은 대부분의 학생이 같은 해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중선관위가 논쟁이 될 수 있는 세칙을 적용해 서류 심사를 본 것은 공정성에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7일, 중선관위는 해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긴급 중선관위 회의’를 개최했다. 중선관위는 해당 시행세칙이 회칙에 위배되지 않기 때문에 탈락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를 두고 익명을 요구한 우리 대학교 학생 C 씨는 “학생 대부분이 수용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이 실망스럽다”고 전했다. 

 전학대회 통해 회칙 개정 이뤄져=지난 17일, 중선관위는 이번 선거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퇴 기간 상충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임시 전교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를 소집했다. 전체 대의원 88명 중 과반수인 76명이 참석해 정족수를 달성한 전학대회에서는 총학생회 회칙 개정에 관한 안건이 논의됐다. 해당 안건에 대해 재적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인 93.4%(71명)가 찬성함에 따라 회칙 86조 회칙 87조 회칙 92조에 대한 개정이 이뤄졌다.
 이에 회칙 86조 선거 시행 시기가 ‘임기 완료 90일 전 시행’에서 ‘임기 완료 이전 시행’으로 완화됐다. 또한 회칙 87조 ⑧이 선거 출마 예정인 중앙운영위원의 사퇴 기간을 중앙선관위에서 지정할 수 있도록 변경됐다. 회칙 92조는 ‘공공연하게 인정되는 국가재난상황 시 중선관위에서 결정한 선거 시행세칙을 우선으로 적용한다’는 문구가 추가됐다. 박종주 중선관위원장(식품자원경제4)은 “기존 총학생회 회칙이 오프라인 선거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었다”며 “회칙 개정을 통해 코로나19 등 특수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를 원활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개최된 전교학생대표자회의

 
 새로운 선거는?=지난 18일, 기존 선거가 무효화 됨에 따라 중선관위는 개정된 온라인 선거 시행세칙을 공고했다. 따라서 지난 19일과 20일 선거 출마 예정인 대표자와 집행부의 사퇴가 이뤄졌으며, 오는 29일 자정부터 12월 5일 23시 59분까지는 선거운동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단위별 투표는 다음 달 6일 자정부터 7일 23시까지 온라인 선거로 치러질 예정이다. 

 1학기 보궐선거 유효한가?=본지 확인 결과 지난 4월 13~15일 실시된 보궐선거에서도 회칙과 상충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기존 회칙 87조 9항에 따르면 선거일 공고는 사퇴공고와 함께 선거일 30일 이전에 공고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학기 보궐선거 선거일 공고는 지난 3월 25일 이뤄졌다. 박종주 중선관위원장은 “일부 회칙 조항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수업일수 1/4 이전에 실시’해야 한다는 시행세칙을 준수하기 위해 해당 날짜에 선거를 실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지난 2월 17일 공지된 학사일정에 따르면, 지난 학기 수업 일수 1/4일 선은 기존 3월 26일에서 2주 연기된 4월 9일이었다. 

*인쇄 도수: 인쇄를 할 때 필요한 잉크 색의 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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