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칼럼니스트] 학생자치에 대한 단상
[나도 칼럼니스트] 학생자치에 대한 단상
  • 이건희(정치외교2)
  • 승인 2020.10.0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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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대학가에서 ‘학생자치’는 아무래도 땅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하곤 한다. 분명히 학생회는 여전히 남아 있고 매번 선거도 치르지만, 대학마다 학생회의 상황과 여건이 다르기도 하고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인상이 들지도 않는다. 최근에는 지역신문과 교사들의 포털 등을 살펴보면 좁게는 고등학교, 넓게는 초등학교까지도 학생자치라는 것이 대학보다 더 활성화되고 있는 듯하다. 그를 위해서 방과 후 활동을 통한 학생자치가 활발한 일본의 사례와 학교법이라는 법적 근거를 통해 학생대표를 선발하고 각 학교와의 교류가 활성화되어있는 독일의 사례를 자주 참고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대학에서도 그런 식으로 해외의 사례를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학에서의 학생자치 중 특이한 사례를 두 가지 정도 살펴보고자 한다. 핀란드와 일본 대학의 학생자치가 바로 그것이다.

 핀란드의 경우 대학의 성격별로 여러 학생조합들이 존재한다. 전문대학인 폴리테크닉대학들의 학생조합은 대체로 중립적인 색채를 띠며 가입이 자유롭지만, 법으로 보장되는 조직이다. 반면 종합대학들의 학생조합은 이와는 또 다른 성격을 갖는데, 우선 법으로 조직이 보장되는 점은 같다. 그러나 종합대학의 학사, 석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은 법령에 따라서 가입이 의무라는 점이 다르다. 또 대학의 모든 행정기관에 학생대표가 포함되어야 한다. 이들 학생조합 조직은 의회를 본떠 이뤄졌는데, 이는 어찌 본다면 도시국가식 민주정이 대학에 구현된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가입이 의무인 만큼 학생조합의 규모와 영향력은 큰 편이라 대학 역사가 오래되고 큰 경우 건물이나 식당 등을 소유하기도 한다.

 일본의 사례는 교토대학에서 찾아볼 수 있다. 관료적인 분위기의 도쿄대학과 달리 50~60년대 활발했던 일본의 학생운동이 아직도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한 교토대학에 굉장히 극단적인 학생자치의 사례가 있다. 바로 학생자치 기숙사 ‘요시다료’이다. 교토대학 요시다 캠퍼스 안에 있는 2층짜리 목조 건물인 요시다료는 1914년 완공된 후 벌써 10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건재하다. 80년대 후반부터 대학 측과 기숙사 관리 자치위원회와의 분쟁이 발생하면서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건물의 안쪽은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어떻게 본다면) 난장판이지만, 엄연히 자치위원회의 운영 아래에 규칙이 지켜지며 생활이 이뤄지고 있다. 학생들은 마당에서 닭을 키우고 SNS 등의 공식창구도 운영하며, 코로나에도 끄떡없이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위 사례들의 특수성을 굳이 지적한다면 핀란드는 그 국가만의 역사적 특별함 덕분에 그러한 학생조합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과 일본의 경우 교토대학 한 곳의 사례일 뿐이라는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바로 이러한 사례에서 가능성을 찾아볼 수 있다. 학생자치가 이렇게까지도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 말이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통로로 전락한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 학생자치 그저 평소에는 존재감도 없다가 시험 기간 간식사업에서나 잠깐 활동한다는 인상을 떼어낼 수 없다. 이대로는 안 된다. 이러한 풍조는 분명히 바뀔 필요가 있다. 지금 적어 내려가는 이 글과 같이 작은 고찰과 우리 모두의 잦은 시도가 모여 먼 훗날이 될지라도 제대로 성숙한 학생자치가 한국에서도 뿌리내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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